화면 뒤에 어린이 있어요
2023년 5월 4일, 뉴스레터 '어거스트'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스레터 링크]
5월 5일, 내일은 101번째 어린이날입니다. 이번 한 주(5월 1일부터 7일까지)는 아동복지법에 따른 어린이주간이기도 하고요.
어거스트의 구독자 여러분은 이 시기에 어린이를 위한 지출을 하셔야 하는 입장인 분들이 많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레터는 어린이와 이들을 둘러싼 빅테크 업계의 이슈에 대해 짚어보려 해요.
오늘의 에디터 : 나나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를 해도 춥지 않은 날씨가 왔습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어린이가 온다, ‘알파 세대’라는 이름으로
2. 테크계의 뜨거운 감자가 된 아동 프라이버시
3. 어린이에게 의미 있는 변화이기를
MZ라는 호칭도 내가 아니라 남을 부르는 것 같은데, 벌써 알파 세대를 대비하라는 목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이미 많은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만, 알파 세대는 2010년대 이후 출생한 아이들을 부르는 표현입니다.
디지털 노마드가 아니라 디지털 네이티브로 태어났다는 세대. AI 스피커와는 가족만큼 가깝지만 아날로그 시계를 볼 줄 모르고, 모바일로 매일 영상을 보지만 TV에서 무한도전을 본 적은 없는 세대. 세대로 나누어 복잡해 보이지만 간단히 말해 어린이죠. 이들은 태어나서부터 ‘소비자’로 분석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로서의 알파 세대는 그들 자체의 경제력보다 주변의 경제 사정을 조명받습니다. 키즈산업, 키즈테크(에듀테크), 텐포켓 같은 단어들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어요. 이들은 주변의 모든 어른이 돈을 아낌없이 부어주는, 저출생 시대의 한 줄기 희망이자 미래의 소비자로 기대받고 있습니다.
이통사에서는 어린이 대상 교육 서비스를 강화하고, 금융권에서 청소년 대상 카드와 상품을 출시하며, 이들이 성인이 되기 전 고객으로서의 로열티를 확보하고 싶어 하는 움직임도 일맥상통하죠.
그렇기 때문에 이들은 광고의 중요한 타겟이기도 합니다. 어린이 대상 TV 채널에서의 광고 집행은 너무나 당연하고, 이들이 선호할 만한 소비재(탄산음료, 과자류) 브랜드들의 틱톡 마케팅은 필수 요소가 되었습니다. 광고 크리에이티브에 물건을 사줄 부모님들까지 의식한 요소들을 넣는 것은 물론이고요. 이러한 흐름에서 어린이 대상 미디어 시장의 확대는 당연합니다.
‘알파 세대’라는 말에서 벗어나, 이들이 미성년자라는 사실에 다시 주목해 봅시다.
언론진흥재단의 2020년 조사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연령이 낮을수록 스마트폰 이용 시작이 빨라지고 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이용 목적은 동영상 시청이 가장 높았고요. 매체로는 TV를 가장 많이 접한다고 합니다만, TV 광고 노출에 대한 영향력은 (올드 미디어답게) 여러모로 조사가 많이 되어 있어요. 이에 대한 심의와 규제 또한 지속해 이루어지고 있었죠.
그러나 콘텐츠를 심의하면 되는 TV에 비해, 디지털 미디어 측면에서는 조금 더 복잡한 이슈가 얽혀있습니다. 바로 아동 정보 보호에 대한 내용입니다. 전술한 바와 같이 어린이의 디지털 활동이 늘어남에 따라 상업적인 접근도 심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는 1998년 연방법으로 아동 온라인 프라이버시 보호법(COPPA)을 제정하여, 만 13세 이하 아동의 개인정보 온라인 수집을 금지하고, 아동 정보 수집이 필요한 상업적 웹 사이트는 관련 정책 고지 및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요.
이에 더해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는 2022년 8월 말 온라인 아동 보호법(CAADCA)을 통과시켰습니다. ‘아동이 접근할 가능성이 큰’ 모든 온라인 서비스에서 아동의 온라인 개인정보 보호를 최고 수준으로 설정하고, 아동의 프로파일링과 개인정보 제공 유도를 금지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입니다.
해당 법안은 2024년 7월 발효 예정인데, 테크 기업들은 이 법안이 과도하고, 포괄적인 제재 내용을 담고 있다며 반발하는 상황입니다. 해당 법안을 중단하기 위해 이들 빅테크 기업들이 소속된 협회 NetChoice는 캘리포니아주에 소송을 제기했고요.
주정부의 법안이지만 주를 넘어서, 성인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더욱 민감해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1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WSJ에 기고하며 어린이 보호를 직접 언급한 바와 같이, 미국의 빅테크 규제 방향은 확실해진 것으로 보여요. (현직 대통령이 직접 산업에 대한 기고문을 쓰는 점이 저는 조금 놀라웠습니다)
게다가 유럽에서는 더 큰 게 오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서비스법(DSA) 인데요. 디지털서비스법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 4,500만 명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에서 불법/유해 콘텐츠가 유통되는 것에 대해 해당 플랫폼에 책임을 묻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이 법안에는 민감정보를 활용한 광고와, 미성년자 맞춤형 광고 금지에 대한 내용도 포함이 되어있어요. 해당 규정을 위반하면 글로벌 매출의 최대 6% 수준 과징금이 부과되고요.
디지털서비스법은 EU에서 2022년 상반기 합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주인 4월 25일, 법안 적용 대상 플랫폼이 확정되었어요. 물론 하나하나 언급을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고 인지도가 있는 플랫폼들입니다.
해당 법안은 규제 대상 플랫폼 발표 4개월 후인, 8월 25일부터 실제 적용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EU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비슷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예고한 상황이라, 안 그래도 마이너스 성장으로 어려움을 겪는 빅테크 기업들에 또 다른 챌린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정보보호 법안들이 검열과 보호라는 관점 사이에서 의견이 분분하기는 한데요. 미국과 유럽의 움직임을 통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은 미성년자(어린이, 청소년) 보호가 미디어 산업에서 필수적으로 고려해야 할 요소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활동에 대해 더욱 민감하고 철저한 행동이 이루어질 수 있을 거고요. 이런 모든 변화가 글로벌 스탠다드가 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저는 PC 보급이 이루어지던 때에 초등학교 입학을 했기에, 온라인 광고에 대한 규제가 전무하다시피 한 시기의 아동 사용자였는데요. 그때에는 어떤 PC에 접속해도 불법 성인광고, 도박 사이트 광고 리디렉션이나 팝업이 비일비재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같으면 유해사이트로 지정될 만한 사이트들에 접근도 쉬웠고요. (당연히 별로 좋은 기억들은 아니었습니다)
성인이 되고 뉴스레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시간이 흐르고 나니, 그 사이 아동의 디지털 미디어 이용에 대한 연구들도 많이 이루어지고 온라인 광고 관련 가이드라인도 생겨났더라고요. 당연히 법을 통한 규제들도 생겼기 때문에, 그 일환으로 2019년부터 네이버에서 ‘아동용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에 대한 안내’를 회원가입 시 제공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서, 해외에서의 아동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변화가 국내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요. 워낙 영향력이 큰 플랫폼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조치들이다 보니, 국내 부처에서도 관련 조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성인으로서 봐도 불쾌한 광고, 콘텐츠들이 너무 많잖아요. 어린이들이 나쁜 것들은 최대한 적게 보고 자라면 좋겠습니다.
김소영 님의 책, ⟪어린이라는 세계⟫의 일부를 인용하며 이번 레터를 마칩니다.
(...) 어린이는 사회 바깥에서 다 자란 다음 사회에 배치되는 게 아니다.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수도 없다. 어린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사회 속에서 자란다. 가정에서 보는 것,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기초로 삼아서 세상을 보고 세상에서 배운다.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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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1990년대, 캐나다로 이민을 간 어머니 '소영'과 아들 '동현'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제 개봉 당시 포스터와 제목만으로도 어딘가 아프면서 따스한 서사가 느껴져 기억에 남았던 영화인데요. 지난 4월 국내 정식 개봉으로 소소하게 다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것 같아요. 다음 주까지는 극장에서 보실 수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