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지만 당연하지 않은 이야기
2024년 2월 6일, 뉴스레터 '어거스트'에 발행한 글입니다. [뉴스레터 링크]
안녕하세요, 에디터 나나입니다.
새해의 시작과 함께 레터로 인사드렸는데, 그새 한 달이 지나고 설 연휴를 앞두고 있네요. 여러분은 새해에 어떤 계획을 세우셨나요? 그리고 그 계획을 얼마나 달성하고 있나요? 오늘 레터는 작심삼일이 되기 일쑤인 ‘새해 계획’을 둘러싼 마케팅에 대해 다뤄볼게요.
오늘의 이야기
1. 데이터가 말합니다, 사람 생각 다 똑같다고
2. 어딜 가나 공부하라는 소리
3. 닭이 먼저인가, 알이 먼저인가
저는 어느 순간부터 ‘새해 계획’을 세우고 있지 않습니다. 그저 제가 여력이 되고, 스스로 결심이 섰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무언가를 꾸준히 하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물론 이 또한 일종의 도피나 변명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계획을 세우고 그걸 성취하지 못했다는 강박감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보다는, 마음을 편하게 먹고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런저런 이유로 멋진 계획들을 세우게 되지만, 통계에 따르면 고작 8%의 사람들이 새해 계획을 달성한다고 해요. 이렇게 매년 실패해 왔더라도 버릇처럼 세우게 되는 것이 ‘새해 결심’이긴 합니다. 연말연시가 되면 지인들의 SNS 채널을 통해 이런저런 계획들을 접하게 되죠. 대부분 공부나 운동과 관련된 결심인데요. 제가 세워왔던 계획도 크게 다르지 않고요. 분명 누군가는 이런 결심들에 대한 데이터를 조사해뒀을 것 같아서 조사해 봤습니다.
역시나 새해에는 건강, 공부, 다이어트, 운동 같은 ‘갓생’ 다짐들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자리했습니다. 2022년 데이터기는 하지만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죠. 그런데, 어떻게 모두가 연말연시가 되면 이렇게 비슷한 고민과 결심을 하게 되는 걸까요? 단순히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 비슷해서일까요, 아니면 접하는 미디어로부터 영향을 받은 걸까요.
요즘 직장인들이 많은 지역에 가면 항상 눈에 띄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영어 학습 앱 광고에요. 특히 최근 한 달 동안 출퇴근길에서 마주치는 광고들의 대부분이 외국어 학습과 관련된 서비스 광고들입니다. 지하철 전동차, 역사 안, LED 기둥, 버스를 전부 도배하고도 사무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또 광고를 마주하죠. 정말 다들 어떻게든 나를 공부시키려고 하는구나, 싶습니다.
최근 한 달간 온에어된 캠페인들을 살펴볼까요?
링글 (2023.12.28)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어'
링글은 키 메시지(Key Message)와 같이, 주로 비즈니스 시장에서의 영어 활용이 고민인 학습자를 대상으로 광고 캠페인을 전개해 왔어요. 일할 때 영어가 필요했지만 아쉬웠던 감정을 담아, 공감이 가는 에피소드 위주로 영상이 구성되어 있습니다.
말해보카 (2023.12.22) 영어가 그냥, ‘툭’
말해보카는 영단어에 집중한 서비스인만큼, 그 특징을 살려서 단순하고 쉽다는 메시지를 계속 전개해온 브랜드에요. 작년에 배우 구교환 님과 진행했던 캠페인도 재밌게 봤었는데, 이번에는 조나단님과 브랜드 컬러를 활용해서 감각적으로 촬영했습니다. 전지현 님의 마켓컬리 캠페인이 떠올라서 찾아보니, 같은 회사 같은 CD님(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제작물이더라고요? 만화가에게 그림체가 지문인 것처럼 광고 제작자도…
스픽 (2023.12.26) 영어, 틀려야 트인다
개인적으로는 스픽이 요즘 가장 소셜 채널을 잘 활용하고 있는 브랜드 중 한 곳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요. 지난번 레터에서 소개했던 이효리 님과의 신규 캠페인 소취(!)로 더욱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영어를 해야 할 때 느껴지는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솔직하게 풀어낸 메시지가 인상깊었어요.
당연한 소리로 보일 수 있겠지만, 연초(약 3월까지)는 교육업계 광고가 가장 몰리는 시기입니다. 학생 대상 학습지, 학습 관리 플랫폼뿐만 아니라 직장인 대상 외국어 학습 서비스, 자격증 학원 등 온갖 교육 관련 업종들의 광고가 이 ‘대목’에 몰려들어요. 저에게는 주로 외국어 학습 앱 위주로 광고가 노출되었으니, 타겟팅이 굉장히 잘 되었다고 볼 수도 있겠어요. 그런데 학기가 정해져 있는 학원이나 학교, 관련 교재들의 광고는 ‘대목’이 정해져 있으니 그렇다 칩시다. 왜 하필 외국어 공부 광고들까지 연초에 몰리는 걸까요?
오늘 레터를 새해 계획 이야기와 함께 시작했죠. 전술한 새해 계획 빅데이터는 말 그대로 주로 세우는 ‘계획’에 대한 것이었다면 이번에는 시기에 대해서 봤습니다. 외국어 공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은 다른 시기에 비해 새해가 시작하는 1월에 가장 높아집니다.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에 광고를 노출하면 당연히 그 효과도 높아지겠죠. 영어 공부 광고가 유독 1월에 몰리는 것은 ‘뇌피셜’이 아니라 관심에 대한 데이터가 그렇게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광고의 핵심은 사람들의 욕망을 자극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욕망을 자극하기 위해서 사람들이 어떤 것을 얻고 싶어 하고, 어떤 것을 해소하고 싶어 하는지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이 보통의 마케팅 논리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너무나 잘 알려진 명언이 있습니다.
연말연시가 되고, 새해 계획을 세우면서 ‘올해에는 꼭 영어를 마스터하겠어’와 같은 다짐을 하게 되는 게 나의 의지와 필요만으로 이루어지는 선택은 아니라는 거죠. 영어를 잘하는 것은 좋지만 당장 나에게 필요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잖아요. 매년 타인들이 영어 공부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속에 쌓아왔던 공부에 대한 압박과 불안감을 광고가 일깨워줬을 수 있습니다.
광고의 본질은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고, 나아가 이를 직접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것입니다. 소비자가 그 전에 어떻게 느껴왔는지는 상관없습니다. 이미 좋아했다면 더 좋아할 수 있도록, 살까 말까 고민을 하고 있었다면 한 번 더 보여주면서 사도록 권유하는 것이 광고의 역할입니다.
유명한 광고 이론으로 3-Hit Theory(Krugman)가 있죠. 자주 보일수록 광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진다는 것인데요. 관련 연구에 따르면 방송 광고에 1번 노출된 시청자의 90% 이상은 자신이 본 광고를 기억조차 하지 못하지만, 2회 이상의 반복 노출이 이루어지게 되면 광고 인지율이 15% 수준으로 올랐다고 합니다. (김효규 / 한국광고홍보학회, 2012) 그렇기에 광고의 형태로 브랜드를 알리고자 하는 경우에는 같은 예산에서 최대한 많이 ‘노출’ 시키는 것이 핵심이 됩니다.
하지만 이런 노출 경쟁은 동시에 독이 되기도 합니다. 새해에 몰리는 공부 광고, 가정의 달 가전 광고, 겨울철 감기약 광고 등 특정 업계의 광고들이 시즈널 이슈에 따라 다 같이 광고 캠페인을 진행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어딜 가나 영어 공부 광고가 보인다고 느꼈던 상황은 결국 광고 혼잡도(clutter) 개념과도 연결됩니다.
노출 가능한 모든 매체에 비슷한 업체의 광고들이 몰리면서, 그 메시지가 오히려 고객에게 흐릿하게 전달될 수 있다는 내용인데요. 저의 경우 평소 관심이 있었던 브랜드의 광고다 보니 차이점이 구분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메시지가 혼재되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예를 들면 삼성전자에서 ‘오브제’ 컬렉션이 나온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겠죠). 결국 같은 분야에서 내 제품/서비스가 가장 좋다고 모두가 말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비수기를 노리는 전략도 종종 활용됩니다.
마케팅 지형이 변하면서, 소비자도 광고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기본적인 골조는 비슷해 보입니다. 성장한 스타트업들이 초반에는 디지털 광고를 주로 활용하다가 어느 시점에는 TV 광고라는 전통적인 방식을 선택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동안 통해왔던 방식과 문법이 전혀 유효하지 않다고 볼 수 없으니까요.
이제 2월이 되었고, 설 연휴가 지나고, 봄이 되면 또 새로운 광고들이 쏟아져 나올 겁니다. 저는 또 무엇에 자극받고 무언가를 사게 되거나 어떤 것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될까요. 종종 이렇게 등 떠밀리듯, ‘시즌 프로모션’이 있을 때 선택해야 한다고 요구받게 될 겁니다. 그 프로모션에 따를지 말지 선택하는 것도 결국은 소비자인 저의 몫일 거고요. 올해는 어떤 브랜드들이 제 마음을 움직이게 할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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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나나>의 코멘트
사람마다 취향은 다양하지만, 라이브 영상은 앨범 버전과 다른 매력이 있죠. 오아시스의 굉장한 팬은 아니지만, 좋은 스피커로 노래를 들을 일이 있으면 오아시스의 곡들을 종종 듣곤 하는데요.
얼마 전 싱글을 발표한 리암 갤러거가 올해 3월에는 앨범을 발매하고, 6월부터는 오아시스 1집 30주년 투어를 시작한다고 해요.(아쉽게도 노엘 갤러거는 거절했다고 합니다) 영국 투어 티켓은 벌써 전부 매진이라고 하는데 과연 월드 투어로 한국에도 오게 될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