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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늦깎이 미술사학도 Apr 22. 2024

유튜브 채널을 폐쇄하기로 결정하다

기존에 운영하던 문화재 유튜브 채널은 구독자가 1100명 가량 되었다. 이들 중 상당수는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하는 동안에도 구독 취소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대학원을 졸업한 이후 다시 영상을 올리면 기다렸다는 듯이 댓글을 올리며 반겨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대학원을 졸업한 뒤, 다시 영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반응은 매우 싸늘했다. 


영상을 여러 편 올려보았지만 조회수가 100도 안나오는 영상이 허다했다. 이전에 올렸던 영상에 비한다면 영상의 수준이 훨씬 높아졌음에도 반응이 신통치 않았던 것이다(내용의 발전이 있었다는 의미지 편집은 아직도 별로다). 대학원 입학 직전에 업로드 했던 영상에서는 별 내용이 없었음에도 많은 시청자들이 댓글로 나의 대학원 진학을 응원해주었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 지금 온데간데 없다.


채널의 구독자 수가 당시와 비교해 별 차이 없다는 점에서 상당수는 구독 취소를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그 사이 경쟁 채널들은 내용이나 편집의 측면에서 무섭게 성장했다. 결국 그들은 다른 채널을 보느라 내 채널을 망각해버린 셈이다. 아무리 구독자라도 해당 채널의 영상을 자주 보지 않으면 피드에 노출되지 않는다. 그들에게서 내 존재는 잊혀진 것이다.


가장 최근 영상에서는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상을 다루었다. 이 영상은 지난주에 업로드 하였음에도 조회수가 60회 정도로 비교적(?) 잘 나온 편에 속한다. 그러나 유튜브 스튜디오에서 이 영상을 분석한 내용을 살펴본 이후, 나는 이 채널을 폐쇄하고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그 이유는 그 영상이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들에게 노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랜 공백의 결과 유튜브 알고리즘이 내 채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짧은 시청지속시간으로 추정하건대 아마 그 영상을 클릭한 외국인들은 호기심 혹은 실수로 그 영상을 클릭했다가 알아듣지 못하는 한국말이 나오자 이내 뒤로가기를 누른 것으로 보인다. 


https://www.youtube.com/watch?v=11HWXW_rePc&t=125s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을 다룬 동영상


결과적으로 대학원에 진학하여 많은 지식과 졸업 논문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유튜브 채널을 잃었다. 요즘 시대에 잘 키운 유튜브 채널은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져온다. 취업이나 개인 비즈니스 등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뼈아픈 손실이다. 특히 밥먹고 살기 어려운 인문학 계열의 전공자에게는 굉장히 유용한 도구인데, 그런 점에서 정말이지 아쉬운 마음이 크다.


기존의 채널을 폐쇄하고 새로 만들어 운영하기로 결정하면서, 기존의 영상을 하나하나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첫 영상의 업로드 일자를 보니 19년 9월이다. 그 이후 2020년 11월에 구독자가 겨우 42명이라고 한탄하는 영상이 업로드 되어있다. 21년 2월에는 구독자 100명이 된 기념으로 감사인사를 올리고 있다. 그 이후에 소위 말하는 구독자 100명 버프라는걸 받게 되어, 아무것도 안했는데도 몇달 안가 1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무렵부터는 대학원에 입학했기에 더이상 영상을 올리지 못했다. 더군다나 지도교수님께서는 어떻게 아셨는지 나의 유튜브 활동을 굉장히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계셨다. 대학원 생활에 적응하랴, 지도교수님 눈치보랴 이래저래 바빴던 나에게 유튜브 운영은 사치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IgMsQ4R50is

2021년 2월에 업로드했던 구독자 100명 감사 영상. 이 때 정말 좋았다.


채널을 다시 만들어 운영하자니 앞으로의 고생길이 훤히 보인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유의미한 구독자를 확보하는데 1년 이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당장의 조회수가 안나오더라도 꾸준히 시도한다면 언젠가는 폭발적인 성장을 한다는 점을 경험했으니 이전보다는 여유있게 채널을 운영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영상을 올리는 주기를 보다 짧게하거나, 경제나 정치, 뷰티 같은 보다 대중적인 소재로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면 보다 빠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다루는 문화재, 미술 분야는 소수의 매니아들만 관심있는 분야여서 관심을 받는데 시간이 걸린다. 소위 말하는 어그로를 끄는 재주도 없는만큼 한참 고생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미술사를 꾸준히 공부하면서 틈틈이 편집 기술도 익히고, 사람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파악하려는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물론 브런치도 함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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