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왕 온 김에 지옥의 스케줄
죄송합니다...
제가 요새 틱톡을 하느라 뭔가 꾸준히 하는게 하나 생기니 하나는 소홀해 지는군요...
그래도 브런치에 가끔씩 글 써보기로 하겠습니다...
지난번 1탄에서는 뜻밖의 케이프타운 여행의 시작을 알렸다.
요약 : 비자 정식으로 신청하기 전에 무비자로 들렸다가 오미크론 터져서 비행기 취소되고... 어렵사리 구한 비행기가 케이프타운에서 한국가는거라 케이프타운 감. 다음 비행기 기다리다가 탑승 3시간 전에 무비자 포함 모든 비자 만료일 미룬다는 소식을 보게 됨... 그래서 걍 한국 안가기로 하고 케이프타운 온 김에 케이프타운 여행하기로 함.
그렇다.
나는 애당초 케이프타운을 여행하러 온 것이 아닌... 한국에 돌아가서 자가격리 하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짐은 속옷 2개, 여벌 티셔츠 2개, 반바지 2개, 카메라와 노트북밖에 가져오질 않았다.
그나마의 여벌 티셔츠와 반바지는 진짜 그냥 자가격리용 옷이라 목 다 늘어난 티셔츠, 집에서 편하게 입는 반바지라 입고 다니기는 좀 그런 옷들이었다.
그리고 이안에게 내 옷을 부탁했지만 이안도 급하게 짐을 싸느라(내가 이안에게 나 한국 안가도 된다고 말한게 약 오후 3시, 이안이 급하게 예약한 케이프타운행 비행기는 저녁 7시-이안과 내가 사는 프레토리아에서 요하네스버그 공항까지 1시간) 비키니는 팬티만 챙겨오고 특정 속옷 없이는 못입는 옷 챙겨오고 그래서 쇼핑이 필요했다.
이안도 정말 너무 급하게 오느라 양말도 못챙겨오고 해서 워터프론트 몰을 가기로 했다.
워터프론트는 케이프타운의 큰 몰인데 말 그대로 바다 앞에 있다. 그리고 주변에 뭔가 많고(마켓 등등) 치안도 괜찮은 편이라 걸어다녔다. (그래도 물론 여자 혼자는 조심하세요)
이 미친 스타벅스 놈들은 세계 어디를 가나 일부러 내 이름을 틀린다.
내가 친절하게 C-H-A-N이라고 불러줬건만 틀려버림.
케이프타운은 바람이 미친듯이 분다.
그리고 갈매기도 오지게 많다. 비행기에서 나눠준 땅콩 안먹고 있던거 갈매기들한테 나눠주면서 커피 마시다가 주변에 구경했다.
워터프론트 몰에서 옷을 몇가지 사고 나는 비키니 탑(다행히 이안이 가져온 내가 원래 갖고 있던 비키니 팬티와 똑같은 재질의 탑이 H&M에서 판매하고 있었다)도 구매했다.
플라키(쪼리)신고 여름옷 입고 스타벅스 커피 들고 워터프론트 몰에 걸어다니니까 뭔가 그 전형적인 베이직 빗치 백인들같았다. 자괴감이 들었다.(실제로 케이프타운 서퍼 백인들 이안같이 장발+타투+쪼리+민소매+스타벅스커피 이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개짜증남)
프레토리아에서는 한 번도 밖에 못걸어다니다가(치안 문제 때문에 길거리를 걸어다닐 수가 없다) 케이프타운에서는 걸어다닐 수 있어서 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너무 남아공이 아닌 느낌이 강했다. 내가 같은나라 국내여행온게 맞나? 싶을 정도로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우리나라 서울-부산 차이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임. 그냥 다른나라같다.
사람들이 불친절하고 아프리카 느낌은 거의 없고 치안은 안전하고 물가 비싸고 예쁘긴 오지게 이쁘다<<이것이 내 인상이었다.
숙소에 들려서 비키니 안에 입고 원피스로 갈아입은 뒤 비치타올 들고 바다로 갔다. 케이프타운까지 왔는데 당연히 바다 가 줘야지.
클리프톤 비치를 갔는데 가는 길이 희안했다.
언덕을 내려가는데 주거지 길이었다.
오션뷰 집이 굉장히 많았는데 부자들만 살 수 있다고 한다.
집값이 비싸다고...
해수욕장에 자리 펴고 누웠는데 막상 물은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차가워서 입수하지 못했다.
케이프타운 물은 한여름에도 얼음장으로 유명한데 진짜 만져보니 너무 추워서 살이 아플정도였다.
그래서 발목까지만 담궈봄. 그마저도 발이 칼로 베는것처럼 아파서 바로 나왔다.
아니 그럼 케이프타운 서핑하는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미친인간들이지?
그리고 이안이 몇년 전에 케이프타운 왔을 때 갔던 곳을 갔다.
바코벤 비치인데 신기하게 모래사장이 아니라 큰 돌이 있는 비치였다. 근데 돌이 햇볕에 달궈져서 따뜻했다.
뭔가 그 찜질방 바닥에 누워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그냥 비키니 차림으로 돌 위에 올려있었다. 맥반석 오징어가 되는 기분이었다.
근데 정말 바닥이 뜨끈하고 햇볕은 뜨겁지만 바람이 강하게 불어서 정말...이건...딱 오징어 건조...그 느낌이다...내가 그 오징어가 된 기분...
그러고 캠스베이까지 걸어서(약 1.4km)점심을 먹었다.
근데 와 물가가 진짜 너무 비쌌다. 왠만한 메뉴가 다 120랜드(한국돈 만원)가 넘었다.
물론 한국 기준으로는 별거 아니지만 프레토리아에 익숙해져서 확실히 케이프타운 물가가 비싸긴 비싸구나 느끼긴 했다.
그래도 음식 수준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 된 느낌... 맛은 있었다.
밥을 먹으면서 다음엔 어디가지? 하는데(물론 계획에 없던 여행이라 계획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예전에 케이프타운 살았던 친구 타즈민과 잔더에게 물어보니 샌디 베이 비치를 '꼭'가라는 답이 와서 한번 믿고 가 보기로 했다.
우리는 정말...아무것도 몰랐었다... 샌디 베이 비치가 어떤 곳인지...
지도를 보니 캠스베이에서 좀 떨어진 곳(차타고 20분)이라 우버를 탔고...
우버 기사는 이상한 공원 주차장같은 곳에서 우리를 내려줬다. 내려주면서 저기 푯말 보이는 곳 가면 저 좁은 돌 사이가 입구라고 해서... 우리 둘다 ????????네뭐일단 이러고 내렸다.
그 좁은 돌 사이를 통과해서 가보니 윗 사진같은 드넓은 모래언덕이 나왔다. 사진은 좁아보이지만 저 오른쪽에는 엄청난 모래언덕이 있었다. 뭔씨발이게무슨 갑자기 사막이지? 하면서 당황스러웠지만 일단 너무 신기하고 즐거워서 가보기로 했다.
일단 발이 푹푹 빠지는 아주 고운 흰 모래로 덮여진 사막곳이라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야 했다.
그리고 간신히 볼 수 있는 사라져가는 발자국을 보니 저 높은 모래언덕을 등산해야 비치로 갈 수 있는 것 같아서...등산했다.
말이 그냥 쉽게 등산이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언덕이다. 체력 소모가 일반 등산의 세 배다.
진짜 너무 힘들었지만 뭔가 영화 듄 주인공이 된 느낌이라 나도 스파이스 중독? 너무 재밌었다.
아트레이더스! 아트레이더스! 아트레이더스!
다 올라가니 이런 멋진 풍경이 나온다.
보니까 저 언덕 밑이 비치였다.
정말 기분이 오묘했다. 사막을 연상케 하는 큰 모래언덕 밑에는 작은 숲 마냥 풀이 자라고 있고 그 앞은 바다가 광활하게 펼쳐진다. 정말 너무너무 인상깊고 멋지고 예쁜 곳이었다.
그리고 모래에 누워서 움켜쥐고 팔로 천사 만들고 하니까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려가는 길은 식물이 많아지고 그 식물 뿌리라던지 가시같은게 있어서 다시 신발을 신었다.
한참을 내려가서야 샌디베이비치에 정말 도착!
도착하고서야 알았다... 샌디베이비치는...........
누드비치였다.
누드비치라서 몸좋은 사람만 받으려고 모래언덕같은 오지게 힘든 구간을 설치한건가?! 입밴오짐
나는 한번도 누드비치를 가 본적이 없는데... 사람이 엄청 적었지만(우리 포함 두세커플밖에 없었다) 정말 다 벗고 있었고 아무도 개의치 않아 했다.
아무리 내가 개방적인 편이라고 해도 갑자기 준비없이 사람 알몸이 떡 하니 있으니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래도 머 그런가보다 하고 우리도 멀찍히 떨어져서 옷을 다 벗어봤다.
뭔가 해방감도 느껴지고 신기한 경험이었지만 바람이 너무 쎄게 불어서 모래바람에 소중이가 따가웠다.
그렇게 30분정도 알몸으로 누워있으니 햇볕때문에 더워졌는데 큰맘먹고 바닷물에 몸을 담구니 바로 남극에 온 기분이었다.
물이 너무 차가워서 개처럼 몸을 덜덜 떨었지만 또 10분만에 말라버린다. 햇볕과 바람이 강하기 때문...
그렇게 놀다가 이제 가려고 하는데 아까 샌디베이비치에 올 때 그 루트는 가기가 싫었다...
등산도 등산인데 모래언덕에서 내려오던 길이 내려갈 때도 경사가 꽤나 있는 곳이라 조심조심 걸었는데 그걸 다시 올라가려니까 까마득 했다.
근데 옆쪽을 보니 뭔가 오솔길 같은것이 있고 우리가 주섬주섬 짐을 챙길 때 쯤에 그 오솔길에서 다른 커플이 나오는 것을 봤다. 그래서 저기에 뭔가 길이 있나보다 했는데...
국립공원이었다 ^^...
사진은 못담았지만 알고보니 1.2킬로미터를 걸어야 마을과 주차장(우리가 도착한 주차장이 아닌 다른 쪽 주차장)이 나오는 케이프타운 국립공원의 일부분이었고... 그렇게 우리는 걷고 걸어 주차장으로 빠져나가 겨우 우버를 잡아 다시 캠스베이로 왔다.
그래도 걷는 풍경은 너무나 예뻤다.
우리는 너무 목이 말라 하드락 카페로 가서 칵테일과 물을 시켰다.
그렇다.
우리는 그 샌드베이비치 모래언덕 등산-누드비치에서 알몸으로 있기-1.2킬로미터 걷기 이 모든 것을 할 동안 물 한모금도 먹지 않았다.
왜냐하면 모래언덕 등산과 1.2킬로미터 걷기는 예정에 없던 것이기 때문...
그렇게 캠스베이에서 노을을 봤다.
우리는 다시 숙소로 와서 샤워를 싹 하고 옷 갈아입고 근처에서 술을 오지게 퍼 마시다 잤다.
정리해보자면 이 날
워터프론트 쇼핑-숙소-클리프톤 비치-바코벤비치-걸어서 캠프베이에서 점심-샌디베이비치 모래언덕 등산-국립공원 1.2킬로미터 걷기-캠스베이에서 칵테일-숙소-근처에서 술퍼마시기-숙소에서 잠
정말 지옥의 스케줄이다. 이걸 하루만에 다 하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