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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어둠 Jul 29. 2022

케이프타운 여행 ∼뜻밖의 여정∼ <3>

동물의 왕국 서머셋 웨스트

우리 커플은 도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각각 이유가 굉장히 상반되었는데,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라고 성인이 되서도 잠시나마 거주했던 곳들이 인도, 멕시코 시티여서 큰 도시에 학을 뗐고, 이안은 프레토리아에서 나고 자라 큰 도시가 익숙치 않고 불편해서 싫어한다.


케이프타운은 무지무지 예뻤지만 중심지(케이프타운 CBD)는 도시 그 자체였다.

사람도 많고 관광객도 많고.

여러모로 좀 사람들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 작은 마을인 서머셋 웨스트로 갔다.


서머셋 웨스트는 아프리칸스 백인들과 케이프 컬러드(혼혈 집단-남아공의 민족이다)가 많이 사는 작은 동네인데, 그래서인지 아프리칸스 화자들이 많았다.

케이프타운 중심지는 이상하게도 사람들이 이안이 그냥 아프리칸스를 하면 헐ㅅㅂ 하고 바로 피할 정도로 뭔가 아프리칸스어가 금기시된 느낌이다. 심지어 케이프타운에 거주하거나 쭉 자라온 아프리칸스들은 아프리칸스어를 쓰지 않기도 한다.

아프리칸스어 하면 인종차별할것같고 아파르트헤이트 생각나고 어쩌구 케이프타운 사는 영국계 남아공인들은 그렇게 말할테지만... 웨스턴케이프 주 만큼 인종차별이 은근하고 깊게 스며든 곳은 없는 것 같다.

이 부분은 뒷부분에 서술함.


아무튼, 롱스트리트에 묵어서 아침을 간단하게 먹었다.

전 편에도 말했듯이 우리는 차를 갖고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우버를 불러서 이동했다.

꽤 멀리 떨어졌는데(차로 40분?) 우버비 3만원도 안나왔다. 남아공 물가 최고


숙소는 예쁜데 그 할머니댁(외국) 예쁜 분위기였다.(대충 좋았다는 뜻)

찐으로 행복해 보이는 이안

그리고 보더콜리들과 보더콜리 강아지가 있었다!!!!!!!!

아기 강아지 이름은 조이였다. 진짜 너무 귀여움... 정말 태어난지 한두달밖에 안된 갓기 강아지였다.

우린 그냥 이 숙소에 엄지 척 날림. 숙소가 거지같았어도 강아지들때문에 별점 5점 줬을것 같은데 숙소도 괜찮고 동물도 많다?! 걍 최고인것임.


물론 우리 커플은 동물 좋아하고 집 뿐만 아니라 침대 위에 동물 올라와도 개의치 않아하는 사람들이라 좋았던거지 아마 동물 알러지 있고 그러면 불편했을 듯 하다.

그래도 우리한텐 천국.

강아지만 있냐?

아니다. 고양이도 있었다. 이 고양이는 이 숙소에 머무는 내내 우리 방에서 낮잠을 자거나 밤에도 왔다갔다 했다.

나는 이미 숙련된 집사라(한국에서 고양이 키웠음)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좋았다. 야옹이 ㅠㅠㅠ

이 고양이도 있었는데 다른 고양이보다는 우리를 찾지는 않았다.

그래도 가끔 와서 애교부림 ㅠㅠㅠㅠㅠ너무 예쁘다ㅠㅠㅠㅠ


거북이도 돌아다닌다(?)

진짜 그냥 밖에 마당 걷다가 뜬끔없이 거북이 걍 돌아다녀서 찍었다.


도마뱀도 있다!!!!!!!!!!!!

방에 나와서 사진 찍고 마당 풀숲에 방생했다.


짐을 풀고 나서 우리는 바닷가에 가려고(또) 했고...

서머셋 웨스트에서 차로 갈 수 있는 예쁜 바닷가를 찾다가 Kogel Bay-쿨바이 라는 곳을 가기로 했다.


이안은 이미 예전에 갔었다고 했는데 해안 동굴도 있고 너무 예쁘다고 해서 기대반 설렘반

가는 길.


쿨바이의 첫 인상은...

와 진짜 너무 예쁜데 바람이 너무 칼바람이다.

이것이었다.


사람도 거의 없고 시립게 푸른 색상의 바다에 암벽같은 산이 보이고 베이지 색 모래사장이 쭉 넓게 있는 곳.

근데 바람이 매섭게 불고 그 바람에 모래알갱이들이 실려서 살이 따갑다. 특히 다리 살같이 아팠다.

그나마 햇빛이 내리쬐서 따뜻하지만 바람만큼은 칼바람이었다.


사진을 보다시피 정말 바닷가가 텅텅 비었다.

세상에 우리만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 맛에 오는거 아니겠는가. 한국 바다는 어딜 가든 사람이 너무 많아서 풍경에 방해가 된다. 크 이게 진정한 자연이지.

우리는 저 넓은 바닷가를 하염없이 걸었다. 걸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재밌었다.


발로 찍어도 걸작이 나온다.


이안이 찍어준 내 뒷모습


해안 동굴을 가려면 쿨바이 들어오는 입구에서 오른쪽으로 가야 한다.

물론 모래사장이 예쁘게 나 있지 않아서 바닷물을 뚫고 암벽을 넘고 구르면서 가야한다.

여기서 한국 바다의 장단점 남아공 바다의 장단점이 나온다.

한국 바다는 관광객들 편의를 위해 샤워시설, 모래 제거기, 화장실 다 구비되어있고 길도 다 편하게 뚫어놨지만 그 편의시설들이 미관을 해친다. 특히 조형물같은건 다 없애버리고 싶음.

남아공 바다는 자연 그대로다. 전혀 인간의 개입이 안느껴진다. 그래서 너무너무 예쁜데 불편하다.

근데 난 차라리 불편함을 택하겠다.


바다 동굴은 진짜 깜깜하고 꽤나 넓고 깊었는데, 끝을 가니 내 키 반정도만한 작은 입구가 동굴 안에 있었다.

물론 들어가면 진짜 뒤질 것 같아서 들어갈 엄두도 안남.

햇볕이 딱 바디프로필 느낌으로다가 쬐서 이안 한 컷 찍어줬다.


나도 동굴 입구에서 한컷


그리고 모래사장에 누워있었다.

나는 햇볕에 강한 피부라서 오래 햇빛을 쬐도 그냥 검게 타기만 하고 피부가 벗겨지진 않는데 이안은 굉장히 햇빛에 약한 피부라 이안은 거의 그늘에 있고 나는 햇볕에 따뜻하게 누워있었다.

진짜 많이 탔다.

원래 그맛에 태우는거지.


수영도 할...까 했는데 케이프 타운 바닷물은 차갑고 이 곳도 예외는 아니다.

역시 발만 담구고 바로 도망갔다. 진짜 얼음장 그 자체다.

한참을 놀다가 배고파서 다시 우버를 타고 시내로 가서 난도스를 조지고 장을 보러 갔다.

우버를 기다리는데 바분이 우리를 넌지시 쳐다봤다.

바분과 눈을 마주쳤다.

저새ㄲ 아니 저 동물의 악명을 익히 알기에 그냥 무시하려고 했는데...

다행히 바분은 그냥 우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바다로 조용히 갔다.


와인도 사고 과자같은것도 사려고 했는데...

여기서 아까 이 포스트의 첫 부분에 언급했던 인종차별이 보였다는 것을 설명하겠다.


케이프타운 사람들은 프레토리아를 굉장히 인종차별이 심한 곳으로 안다.

근데 진짜 심한건 케이프타운이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굉장히 아프리칸스 동네지만 동네 마트를 가면 항상 적어도 고객의 3분의 1은 흑인이나 컬러드들이 있다. 이건 우리 동네가 진짜 아프리칸스여서 그렇지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흑인 백인 다 섞여있다.

근데 웨스턴케이프는 암묵적으로 백인 장보는 곳 흑인(혹은 컬러드) 장보는 곳이 따로 정해져 있는건지, 우리가 서머셋 웨스트의 샵라이트를 갔을 때는 이안이 매장 내의 유일한 백인이었고 우리가 찾는 와인이 없어서 마트 캐셔한테 말을 거니까 '네가 왜 여기에 있냐'라는 식으로 대답을 했다.

옆에 있는 체커스나 울워스로 가라고...(둘다 샵라이트보다 가격이 조금 더 비싼 마트다)


그리고 프레토리아나 요하네스버그는 어딜 가든 친구들 그룹이 다인종으로 다같이 섞어서 노는데(내 친구들도 백인 흑인 다 있다-다같이몰려다니고 다 같이 논다) 케이프타운은 어느 바닷가, 식당가를 가던지 백인은 백인들끼리 몰려다니고 흑인은 흑인들끼리 몰려다니고...

심지어 바닷가도 어디 바닷가는 흑인들이나 컬러드만 있고 어디 바닷가는 백인만 잔뜩 있다.


이걸 보고 굉장히 속으로 불쾌함이 많이 느껴지긴 했다.

백인이 아프리칸스어 하는 것 조차 기피하고 겉으로는 진보적인 도시라고 하지만 이런 모습을 보면 굉장히 위선적이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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