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어둠 Jan 30. 2022

남아공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또다시 외치고 싶다. 마! 직접 가봐라!

그렇습니다.

그동안 인도에 대한 글을 몇편 적다가 돌연 2년 잠수를 탔네요. 사실 코로나가 아니었으면 저는 우간다에 있을 예정이었습니다. NGO단체에서 일하기로 마음먹고 면접 다 통과하고 연수도 받고 정말 출국이 눈앞이었는데 코로나로 좌절되었어요.

그래서 1년정도 한국에서 회사생활을 하다 정말 한국에 있고싶지가 않아 열심히 일자리를 알아봤고, 남아공에서 일할 기회가 생겨 그렇게 5월부터 살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너무 안맞아서 관두고 학생신분으로 있습니다.)

제가 거주하는 도시인 프레토리아에서 제일 좋아하는 스팟입니다. 노을 구경하기 너무 좋아요.

남아공.

한국인들에게 무척 생소한 곳입니다. 역사와 문화를 좋아하는 저도 남아공 역사를 대략적으로만 알고 대충 많은 언어가 쓰인다는 것을 알고, 몇 남아공 출신 뮤지션들의 노래를 즐겨들었을 뿐이었죠.

딸이 거주하는 나라지만 저희 부모님도 남아공에 대해 굉장히 무지해서 남아공 사람들이 들으면 기겁할 질문들을 하곤 해요. 사실 남아공 사람들도 한국에 대해 무지해서 뭐...서로가 서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죠.


그래서 몇가지 준비했습니다.

남아공 하면 뭐가 떠오르세요?


1. 정말 길에 사자가 다니나요?

정답은,

당연히 아닙니다.

노스웨스트 주 필라네스버그 국립공원에서 찍었습니다. 얘네들은 쉽게 보여요.

이 질문을 첫 번째로 택한 이유는...정말로 많이 사람들이 물어봤기 때문입니다. 반쯤은 드립이었겠지만 저희 할머니 할아버지는 진심으로 물어보셨어요.

인도에 거주할 때 인도에 정말 소가 차도에 다니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었는데, 그냥 무시할만한 스테레오타입처럼 들리지만 인도에는 정말로 정말로 소가 차도에 다닙니다.


사실 몇 년전에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14마리의 사자가 탈출을 해서 민가까지 내려왔다는 뉴스가 있긴 해서...완전한 거짓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도 멧돼지 습격을 받곤 하지만 멧돼지가 길가에 걸어다닌다고 말하긴 어렵잖아요? 딱 그것입니다.


그럼 도대체 사자는 어디서 볼 수 있냐.

국립공원(National Park, Nature Reserve)을 가면 됩니다. Game Drive라고 하는데 사파리 같은 개념입니다. 사파리 차로 구경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공원들은 자차로도 가능해요. 대신 차에서 내리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뭐 통제하는 사람이 없으니 내리는건 자유겠지만...정말로 내리고 싶으세요?!)


그럼 그 동물들이 그 작은 국립공원에 갇혀 있냐.

네 맞습니다. 공원 주변에 펜스가 둘러져 있고 그 근처에 왠만해서 사람이 잘 안살아요. 근데 전혀 불쌍한게 아닌게... 크루거 공원만 해도 19,485km²입니다. 경기도 면적은 10,171km²이니... 경기도보다 크네요.

우리동네 모렐레타 파크(Moreleta Park)공원은 입장료 공짜에다가 입구에 얼룩말들이 한적하게 풀뜯어먹고 있습니다. 타조도 다녀요.

사실 얼룩말이나 타조는 도시 외곽, 시골쪽으로 가면 가끔 길가에 보이긴 합니다.

가끔 도시 벗어나서 드라이브 하다보면 얼룩말 무리가 보이는데 타조는 주로 농장같은데서 기르는게 많아서 타조농장 근처 가면 엄청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타조 고기를 맛보는건 거의 불가능하지만 남아공은 타조가 널려서 우리나라 이마트같은 Checkers나 Pick&Pay같은데서 타조 고기를 팝니다. 브라이(Braai-남아공식 바베큐)할 때 구워먹으면 맛있어요.



2. 개도국/아프리카 라서 생활이 불편하진 않나요?

뭐 이건 굉장히 개인차가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생활이 굉장히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곤 하는데, 틀린말이기도 하고 맞는말이기도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인도나 멕시코같은 보통 사람들 기준으로 조금 익스트림한 나라에서 생활을 했어서 별로 크게 불편함을 못느끼고 있습니다만, 한국식 빨리빨리를 추구하시는 분들은 답답해서 분통터질만한 일이 많습니다.

정전 됐을 때 일도 못하고 아무것도 못해서 걍 남자친구랑 밖에 싸돌아다녔습니다.

남아공에는 Eskom이라는 한국으로 치면 한국전력공사같은 회사가 있고, 아주 일을 더럽게 못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대표적으로 Load Shedding이라는 것이 있는데, 이게 뭐냐면... 대충 설명하자면 전기 생산량이 전기 소비량을 따라잡지 못해 그냥 전기를 2-3시간정도 끊어버립니다.

황당하죠.

근데...그것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그리고 지역 발전소가 상당히 노후되서 한 달 전에는 저희 집이 있는 모렐레타 파크에서 발전소에 불이 나서 2주를 전기없이 산 적이 있습니다. (...) 

나중에 이 얘기는 자세히 다른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저희 커플의 정전2주+코로나걸림 생존기.............

저희집 개들도 2주 정전에 지쳤습니다

어떻게 살았냐고요...? 

친구집 가서 노트북이랑 대용량 외장 배터리 충전해와서 쓰고, 촛불 키고 살고, 이유없이 백화점 가서 그냥 돌아다니고, 그냥 싸돌아다니고... 별 짓 다했습니다.


그 외에도 치안이 안좋다거나(다음 항목에서 더 자세히 얘기하겠습니다.) 공공시설(한국으로 치면 출입국외국인사무소나 동사무소, 경찰서 등등)이 굉장히 불친절하고 일을 제대로 안한다는 점이 있으나 한국이 이런 점에 있어서 굉장히 좋은 거라서 해외 생활 해보신 분들은 대충 감 잡으실 부분인 것 같습니다.



3. 치안 안좋지 않나요?

많이 물어봅니다.

결론은 네 맞습니다. 많이 안좋긴 해요. 특히 제가 사는 프레토리아는 길거리를 걸어다니는 것이 거의 불가능 합니다. 한국이랑 달라요. 특히 저같이 외국인 여자는 진짜로 혼자서 낮에도 길거리 걸어다니는 것은 가급적 피해야 해요.

길거리를 걸어가 본적이 몇 번 있지만 모두 남자인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서 한꺼번에 같이 이동하거나 아주 안전한 지역 한에서 낮에 잠깐 코너 돌면 나오는 곳 걸어가 본 적이 다에요.

케이프타운 근교 쿨바이(Kogel Bay)입니다. 여긴 해변이고 사람도 잘 안다니는데 별로 안 위험했어요.

케이프타운과 그 근처는 그나마 좀 걸어다녔을 때 위험한 느낌은 안들었는데,(이것도 현지인인 남자친구와 같이 다녀서 이기도 합니다.) 프레토리아나 요하네스버그는 진짜 걸어다니지 말아야 합니다.

꼭 현지인 친구나 그 지역을 잘 아는 친구들이랑 다니세요. 그리고 가까운 거리도 우버나 자차를 이용하셔야 합니다.

저희 집입니다. 마당에서 사진을 찍는 남자친구를 찍은 저의 사진

집을 구할 때도 제일 첫 번째로 우선시 하는 것이 바로 치안인데, 왜냐하면 집에 강도가 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제 친구(현지인)만 해도 집에서 새벽에 작업하다가 강도가 들어 총을 겨누면서 노트북 등등 값나가는건 다 가져간 적이 있어요. 제 남자친구도 어릴 때 조금 위험한 동네에 잠시 살았을 때 집에 강도가 든 적이 몇 번 있었다고 합니다.


저희 집은꽤 안전한 편에 속하는 지역에 있는 24시간 경비에 순찰까지 도는 큰 Estate(주택들이 모여있는 단지)안에 있는 단독주택입니다. 이중으로 게이트가 나 있고 외부인이 Estate안에 들어가려면 신분증까지 보여주고 가야해서 안전해요. 관리비가 비싸지만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차도 사실 완전히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닙니다. 몇 달 전에는 차 잘 안다니는 도로에 스파이크를 설치해 타이어를 고장내서 차가 멈추면 털어가는 일도 종종 일어났었고, 정차한 차에 접근해 운전자에게 총을 겨눈다거나, 주차할 때 집에 따라들어가서 털거나, 주차한 차 창문을 박살내서 안에 있는 물건을 훔쳐가는 일 들이 심심치 않게 들려와요.


어쨌든 사람 사는 곳이라 조심만 하면 충분히 즐겁게 나쁜일 없이 잘 생활할 수 있는 곳이긴 합니다만, 조심 또 조심해야 합니다.



4. 인종차별 있나요?

있기는 합니다만, 그것이 좀 유럽과 결이 다른 인종차별입니다.

그냥 무지에서 나오는 순수한 질문이 인종차별이 되는 격인데요...

제 친구들입니다.

남아공은 굉장히 다문화,다민족 국가입니다. 

하지만 흑인이 전체의 81%를 차지하고 있고 컬러드(흑백혼혈에서부터 이어진 따로 다른 민족으로 굳어진 그룹)가 9%, 백인이 8% 나머지 2%가 아시아계입니다.

보다시피 아시아계는 겨우 2%밖에 안되며 그 2%마저도 대부분이 인도계입니다. 중국계 이민자들 후손들이 있지만 굉장히 소수입니다. 그렇습니다. 어딜가든 혼자만 동아시아 사람일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보통의 남아공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프리카에 대해 무지하듯 아시아 국가에 굉장히 무지합니다. 그나마 케이팝이 선방해서 한국을 아는 사람들이 많아졌지만 자세히 알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유럽에서 당하는 인종차별처럼 정말 아시안에 대한 혐오가 아닌 무지에서 나오는 인종차별을 겪게 됩니다.

예를들어...


남한에서 왔냐, 북한에서 왔냐 이것은 뭐 이제 귀가 박히게 들었고 중국이랑 다른게 무엇이냐, 중국어 할 줄 아냐, 김정은이랑 같은 성씨네?(네 저는 김씨입니다;)


뭐 이런것들이요.

정말 혐오에서 온 것이 아님을 느끼기 때문에 별로 크게 기분은 안나쁩니다만 북한에 대해 물어보면 제가 조금은 북한에 대해 알 지라도 그냥 모르는척 합니다. 우리나라 아닌데 나도 잘 모른다. 이런식으로 대답해버려요.



5. 뭔가 힙해보여요.

음악을 좀 찾아 듣는 분이거나 문화예술에 좀 깊게 파고드신 분들이라면 남아공에 대해 꼭 들어보셨을 겁니다.

사실 남아공안에서는 굉장히 안티가 많지만(인기도 많습니다) 유럽에서 크게 선방하는 디 안트워드(Die Antwoord),

작년에 챌린지 바람이 불었던 마스터KG의 예루살레마

Johnny is nie dood nie 영화의 실제 밴드, 80년대 아프리칸스 음악씬 레전드 요하네스 컬코렐 

한국에서도 꽤 선방했었던 디스트릭트9 영화 감독 닐 블룸캠프. 요새는 오츠 스튜디오(Oats Studio)로 넷플릭스에 방영하던데 꼭 보세요...


쓰고보니 대부분 아프리칸스네요. 제 동거인(이자 남자친구)이 아프리칸스고 좀 한국에 알려진 것들이 이쪽이 많지만 아마피아노(AmaPiano)라던지 콰이토(Kwaito)같은 음악들도 좋아요. 


제 친구 Khai(카이)공연 사진 찍어줬는데 너무 잘나와버렸네요.

제 친구들 중에서도 음악인이 많습니다. 당장 제 남자친구부터 뮤직 프로듀서 일을 하네요. 굉장히 힙한 남아공 밴드 및 음악인들 많습니다.

The Parlotones, The Tazers, Jungle of Mischief, Zebra, Seether, Fokofpolisiekar, Springbok Nude Girls, Crash and the Void, Khai, Lungelo Moyo...

제 친구들 밴드거나 그냥 제가 많이 듣는 아티스트들 입니다. 한번 찾아 들어보세요.


확실히 다문화 국가에 아픈 역사도 있고 나라 자체가 예쁘고 여러 사람들이 부대껴서 살다보니 다른 나라와 다른 그 특유의 감성이 있는 것 같아요.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합니다.



제가 생각난 것들은 이정도 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남아공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나요?

작가의 이전글 인도는 정말 위험한가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