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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평범 Feb 14. 2024

하루가 지루하다면 이슈를 만들어봐요

하지만 전 그런 이슈는 필요 없습니다만

사진: Unsplash의 Flipsnack








1. 아주 판타스틱한 오전이 될 줄은 몰랐다.


팀장과 3월 프로모션 관련해서 얘기하는데 갑자기 홈페이지 메인에서 상품들이 안 보인다.


"뭐 만지셨어요?" 팀장이 내게 묻는다. 아닌데? 분명 아까까진 노출돼서 봤는데? 내가 뭘 건드렸나? 쿠키가 쌓였던 게 보인 건가?


그래서 내 자리로 돌아가 이것저것 확인해 본다. 우선 디자인 복구를 시도한다. 쿠키가 쌓여서 그런 건지 바로 업데이트가 안 되는 것 같다. 


카페24를 쓰는 다른 브랜드들을 찾아가 봤는데 어? 내가 담당하는 브랜드만 이상하다. 


카테고리를 눌렀는데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고 나온다. 진짜 잘 들어가지도 않는 상품 분류 메뉴에 들어갔는데 내 눈에 익숙한 카테고리가 안 보인다.


"혹시 누가 상품 분류 삭제하셨어요?" 육성으로 팀원들을 향해 물었다.


신입 팀원이 말한다. "제가 상품 진열 수정하려고 수정했어요." 아놔. 수정한 게 아니라 분류를 아예 삭제한 것 같다.


후하후하. 우선 카페24에 복구가 가능한지 1:1 문의를 남기고, 바로 답변이 달리지 않을 테니 전화로도 대기를 타본다. 


전화 대기를 타고 있는 와중에 한 팀원이 FAQ에서 찾은 질문과 답변을 캡처해서 공유해 준다. 내용을 보니 삭제된 상품 진열은 복구할 수가 없단다. 마침 전화로 연결된 고객센터에서도 복구기능이 없어서 새로 만들어줘야 한다고 한다. 그럼 뭐, 다시 만들 수밖에.


광고 담당 팀원도 광고를 끄겠다고 한다. 복구하는데 얼마나 걸리지 모르니. 



후다닥 카테고리를 만들고 사고 친 팀원에게 상품을 분류에 넣어달라고 말한다. 다른 팀원은 카테고리 링크에 새로 만들어진 분류 번호를 적용해 준다. 


카테고리를 만들고 노출화면을 확인한 후에 나도 상품을 분류에 넣는 작업을 시작한다. 상품수가 40개니까 다행이지, 백개가 넘어갔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진행하고 있던 이벤트 페이지에 들어가서 링크도 확인해 보니 다행히 한 개만 고치면 된다. 모바일 홈페이지도 들어가서 카테고리 링크를 확인하니 잘 작동한다. 


광고에 걸어뒀던 링크도 담당 팀원들이 더블체크를 한다.


제품은 정상적으로 노출이 되지만, 새롭게 분류에 넣었던 거라 진열 순서가 엉망진창 뒤죽박죽이다. 담당 구역을 정해서 분류별 진열을 해준다. 


이 와중에 문의전화가 계속 와서 사고 친 팀원은 CS에 전념이다. 그래도 CS는 침착하게 잘해준다.


체감상 30분 만에 후다닥 한 것 같은데 확인해 보니 거의 2시간 가까이 걸렸다.


감정기복은 크게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뇌가 그 스트레스를 다 먹었나 보다. 두통이 밀려와서 오랜만에 타이레놀을 하나 꺼내먹었다. 마그네슘을 규칙적으로 먹은 뒤로는 편두통이 줄었는데. 오랜만이다. 서랍에 넣어두었던 타이레놀이 이제 없다. 다음에 머리 아플 때를 대비해서 하나 또 사놔야겠다.




2. 팀장은 사고 친 팀원 때문에 고민이다.


이 팀원이 일을 안 하는 것도 아니고, 하다가, 그것도 적극적으로 하다가 벌어진 일이다. 그러니 이 팀원에게 어떤 조언을 해줘야 할지,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을지에 대한 고민에 한숨이 깊다.


오늘 일도 분명 이전에 했던 일이다. 게다가 삭제가 했던 메뉴 창은 안 들어도 되는 메뉴인데, 왜 들어갔을까. 심지어 삭제를 눌러도 다시 확인 버튼을 눌러야 삭제가 되는 건데, 왜 그렇게까지 진행이 됐을까.


이건 더블체크를 해줄 수가 없는 부분이다. 옆자리에 아무도 없어서, 봐줄 사람이 없어서 그런 건가?


그래서 팀장한테 그 팀원 옆자리에 내 책상 붙여달라고 했다. 사무실 구조가 그렇게 하기 어려운 구조이지만, 그렇게 해서 더 자주 들여다보는 방법 외엔 생각이 나지 않는다.




3. 촬영 스튜디오 견적이 날아오기 시작한다.


어떻게 정리를 할까 했는데, 팀원들이 모아둔 레퍼런스와 함께 견적을 보면 좋을 듯하다.


파워포인트 파일은 매번 저장해서 공유해 주는 것이 불편하다. 그래서 실시간 수정이 확인되는 구글 슬라이드에 스튜디오 레퍼런스를 옮기고, 받은 견적들을 슬라이드 오른편에 붙여 넣는다. 보기에 깔끔하진 않지만, 어쨌든 팀원들과 동시에 볼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어차피 중요한 자료는 아니니 시간 들여 정리하진 않는다. 팀원들에게 슬라이드 url을 공유한다.


그리고 스튜디오별로 각자 의견을 적는 표를 슬라이드 왼편에 만들어둔다. 슬라이드에 있는 레퍼런스가 부족하니 판단하기가 어렵다. 한 팀원이 스튜디오별로 인스타그램 계정이나 홈페이지 링크를 슬라이드에 추가해 준다. 레퍼런스를 추가로 확인하여 우리 제품과 잘 맞는 분위기인지, 원하는 컷 레퍼런스가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얼추 견적들을 받아서, 이번엔 슬라이드를 견적순으로 나열해 둔다. 사진 퀄리티도 좋아야 하지만 견적도 무시할 순 없으니 말이다.


그렇게까지 만져놓고 미팅을 다녀오니 다른 두 팀원이 맘에 드는 촬영 스튜디오를 찜해두었다. 공통적으로 맘에 들어한 스튜디오를 앞에 두고 나머지 리스트는 밑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중간에 슬라이드를 추가하여 '제외 리트스'라고 크게 적어둔다. 슬라이드 리스트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늘 안온 견적들은 내일까지 받은 후 스튜디오를 확정하기로 한다. 좋아! 이제 어느 정도 가닥은 잡혔어!




4. 팀원이 체험단들에게 보낼 가이드 문안을 만들었다며 파일을 보낸다. 


세부적으로 부분 부분 가이드를 주다가 가이드가 목적을 잃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 가이드를 받는다면 더 챙김을 받는 느낌이 들까? 내용은 온통 가이드뿐인데 어느 부분에서 내가 챙김을 받는다고 느낄까. 그리고 가이드는 모집글에 이미 있는데 굳이 종이 한 장을 받는다고 후기 작성할 때 덜 귀찮을까? 내용이 가이드뿐이라면 내 입장에선 뭔가 더 요구를 받는 느낌이라 기분이 상쾌하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리의 목적이 벗어나는 것이 아닐지.


가이드를 보내주면서 강조하는 것은 가이드에 맞게 '잘' 써달라는 것이 아닐지. 잘 써주면 선물도 준다는데 그게 더 강조가 되어야 하진 않을지.


그래서 우수후기자에게 선물을 준다는 내용을 메인으로 가기로 한다. 


사실 앞에 문안과 다시 수정한 문안을 비교하면 그리 크게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목적이 달라지니 종이 하나가 퀄리티 있는 후기를 만드냐 못 만드냐를 결정할 수 있을 듯하다.


피드백이 꽤 괜찮았다는 생각이 든다.




5. 올리브영에 입점하기 위해 벤더사를 컨택 중이다.


담당 팀원이 3군데에 컨택해서 2군데와 미팅을 하기로 했는데 그중 1군데와 오늘 미팅을 한다.


담당 팀원과 팀장과 함께 미팅에 참석한다. 


대표가 직접 미팅을 오는 곳이라 불안했다. 1인 기업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우리에게 소규모의 기업이 더 알맞을 순 있다. 더 잘 챙겨줄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기업은 업무에 능숙하고 프로세스가 잘 되어 있겠지만, 그만큼 고객사도 많아 우리를 덜 챙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소기업도 소기업 나름인데, 대표가 직접 영업하고 미팅하고 관리하는 곳은 체계가 없어서 힘들다. 경험이다. 나도, 팀장도 대표가 직접 영업하고 컨택 진행하는 곳은 프로세스가 없고, 소규모라고 더 잘 챙겨주는 것이 아니라 손이 부족해서 못 챙겨줄 수도 있다. 못 미덥다.


미팅을 시작하는데 벤더사가 아니라 영업대행사였다. 그래서 벤더사보단 수수료부담이 적더라. 올영 입점 대행 관련해서 미팅이 처음이라는 것을 밝히고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영업기밀이 되는 부분에서 상대 업체는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더라. 데인게 많다고. 


질문하고 답변하는 프로세스면 조금 더 미팅이 빨리 끝났을 것 같은데, 대표의 많은 경험담까지 첨해지니 미팅이 거의 1시간이 넘어서도 끝나지 않는다.


침묵이 오는 때를 기다리고 있지만, 침묵이 오지 않는다.


1시간이 넘어가자 팀장이 한 번 끊었는데, 상대 업체에서 이야기를 더더 덧붙인다. 그래서 진짜로 끝맺음을 하며 미팅을 종료한다.


미팅 후기를 서로 간략하게 얘기 나눴는데 아무래도 첫 미팅이다 보니 이렇다 저렇다 결정을 내리는 게 쉽지는 않다. 그리고 벤더사가 아니라 영업대행이라 우리 품이 좀 더 들어갈 것 같은 느낌이다. 게다가 미팅 전에 우려한 것처럼 대표가 직접 영업 담당하는 것이 걸린다. 물론 전산업무를 하는 직원이 따로 있긴 하지만, 미팅에 참석한 모습만 봤을 때는 잘할지 잘 모르겠다.


미팅을 끝내고 자리에 돌아오니 퇴근 시간이 임박해 있다. 미팅록을 정리하고 싶은데 쌓인 메시지를 읽다가 퇴근 시간이 돼버린다. 


미팅록을 마저 정리할까 하지만, 이 일은 내일로 미룬다.


또 다른 이슈가 없다면 내일은 내 일을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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