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부. 자연 속의 교감, 몸과 마음의 발견 (2)
그들은 말없이 걸었다.
산길을 오르는 동안, 두 사람의 발소리는 일정한 리듬을 이루었다. 숨이 차오르고, 땀이 이마에 맺히며, 서로의 호흡이 점점 맞아 들어갔다.
프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에필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뺨에는 땀과 새벽 이슬이 함께 맺혀 있었고, 그 표정에는 피로보다도 오히려 평화로움이 깃들어 있었다.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
아마 이렇게 몸으로 느끼고,
호흡으로 공감하는 순간들이 아닐까?”
그의 말에 에필은 미소 지으며 답했다.
“말보다 몸이 더 솔직하잖아.
내 심장이 뛰는 걸 네가 느끼고,
네 숨결이 내 몸에 닿는 것처럼.”
그 말은 공기 속에 흩어지며 오래 머물렀다. 그것은 두 사람 사이의 언어가 이미 육체의 리듬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였다.
정상에 다다랐을 때, 새벽이 완전히 열렸다.
구름은 붉은빛으로 물들고, 서울의 빌딩들은 그 빛을 받아 반짝였다.
도시가 서서히 숨을 고르는 순간이었다.
프롤은 그 풍경 속에서 에필의 손을 잡았다.
“우리의 삶도 이런 것 같아.
각자의 길을 걷다가, 어느 순간 서로의 빛에 닿는 것.”
에필은 그의 손을 꼭 잡았다.
“그 빛은 우리가 서로를 확인할 때마다 더 밝아지는 거야.”
며칠 뒤, 부산 해운대의 햇살 아래.
두 사람은 모래 위를 걸으며 웃고 있었다. 하늘은 끝없이 맑았고, 바다는 은빛 물결을 품고 있었다.
그들은 근처 골프장으로 향했다.
잔디 위를 걷는 발소리가 부드럽게 깔렸고, 파도소리와 새소리가 교차했다.
프롤이 공을 치자, 하얀 공이 푸른 하늘을 가르며 바다 쪽으로 날아갔다.
에필이 웃으며 몸을 굽혔다.
“이건 경쟁이 아니야.”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공을 쳤다. 공은 부드럽게 슬라이스 곡선을 그리며 날아갔다.
프롤은 장난스럽게 웃었다.
“골프공은 많이 있어.”
그날의 햇살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여놓았다.
그들은 그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사랑이란 결국 함께 리듬을 찾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