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부. 자연 속의 교감, 몸과 마음의 발견 (3)
다음 주말, 종로도서관뒤 좁은 운동장.
도시소음과 바람소리, 나뭇잎의 흔들림이 만들어내는 교향 속에서 두 사람은 배드민턴을 쳤다.
셔틀콕이 공중을 그릴 때마다 바람의 결이 손끝으로 느껴졌다. 프롤이 셔틀콕을 세게 쳤고, 에필은 그 궤적을 정확히 읽어내 받아쳤다. 순간, 둘의 눈빛이 마주쳤다.
“이 순간이 계속되면 좋겠어.”
에필의 말은 숨처럼 가벼웠다.
프롤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여기서, 서로를 온전히 느끼는 순간. 그게 살아있다는 증거야.”
십 년 전 배드민턴으로 어깨를 다쳤던 에필은 수술 이후 이제는 더 단단해졌다. 자연 속에서 그들은 자신을 비웠다. 도시에서는 잊고 살았던 ‘몸의 언어’가 다시 살아났다. 땀, 숨, 맥박, 눈빛. 모든 것이 말보다 더 진실했다.
운동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
프롤은 어느 순간, 에필이 발을 헛디디자 재빠르게 손을 내밀었다. 그녀가 그 손을 잡는 찰나, 두 사람은 동시에 웃었다.
“서로를 지켜주는 순간, 사랑이 더 깊어지는 것 같아.”
“맞아.” 프롤은 조용히 말했다. “사랑은 감정도 있지만 행동이야. 책임이자 배려.”
하늘은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었고, 풀잎에는 노을이 스며 있었다. 에필은 그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하루, 우리는 서로의 몸과 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어. 그게 사랑이 아닐까?”
프롤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며 미소 지었다.
“맞아. 사랑은 마음뿐 아니라 몸으로도 느끼는 거야.
오늘, 우리는 서로의 심장 박동까지 나눴잖아.”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