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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거울

제1부. 기억의 화폐

by 원성진 화가

하늘은 더 이상 푸르지 않았다.
거대한 광고 드론들이 떠다니며 도시의 공기를 금빛으로 물들였다. 공기 중에는 ‘디지털 금먼지’라 불리는 입자형 데이터가 섞여 있었고, 그것은 사람들의 호흡을 통해 신체 안으로 흘러 들어갔다. 사람들은 이제 산소보다 데이터로 살아갔다.


토닉은 그 도시에 도착한 지 삼일째였다.
낡은 역사의 벽면에는 수천 개의 거울이 붙어 있었는데, 그 거울들은 모두 실시간으로 사람들의 ‘경제적 가치’를 반사했다. 거울 앞을 지나가는 순간, 자신의 재산, 신용도, 인공지능 평판 점수가 떠올랐다.
가난한 자는 투명하게 보였고, 부자는 금빛으로 반짝였다.

“모든 게 보이니까, 아무도 보지 않게 됐어.”
그 말은 토닉의 스승이자 ‘구조분석가’였던 늙은 철학자, 레온의 말이었다.


레온은 ‘시뮬라크르’에 대해 늘 이야기했다.
“현대는 복제된 진실 위에서 살고 있지. 복제품이 원본보다 더 진짜 같아진 세상. 황금도, 인간의 표정도, 심지어 사랑마저 시뮬레이션이야.”

토닉은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에게 사랑은 여전히 따뜻한 온기였고, 눈빛 속에서만 드러나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이 도시는 그 따뜻함을 ‘비경제적’이라며 배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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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소금을 뿌리듯, 짭짤한 맛으로 삶을 채우고 싶습니다. 철학적 사유와 예술의 흔적을 기록하며 살아가는 원성진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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