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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거울

제2부. 황금의 신전

by 원성진 화가

새벽의 공기는 무겁게 내려앉아 있었다.

도시는 정전 이후, 잠시 멈춘 듯했다. 광고 드론들은 추락했고, 거대한 전광판들은 꺼져 있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어둠’을 보았다. 그 어둠은 두려움을 섞은 오래된 기억의 냄새를 풍겼다.


토닉은 엘라와 함께 폐허가 된 중앙거리를 걸었다.
황금먼지가 사라진 공기 속에서, 사람들의 얼굴은 낯설게 투명했다.
그들은 빛 없이도 존재했고, 빛 없이도 서로를 바라보았다.


“신전으로 가야 해요.”
엘라가 말했다.
“그곳에 도시의 모든 시뮬라크르가 연결돼 있어요.
그걸 끊지 않으면, 진실은 영원히 복제될 거예요.”


황금의 신전.
그곳은 도시의 최중앙, 하늘까지 닿는 탑 형태의 데이터 신전이었다.
수십억 개의 ‘황금 거울 서버’가 쌓여 있었고, 그 안에 인간의 감정과 기억이 저장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그곳에 헌금처럼 자신의 데이터를 올리고, 대신 인공 감정을 받았다.
‘불안’을 없애고, ‘사랑’을 재현하는 시스템. 완벽한 행복의 구조.


하지만 엘라는 그 구조의 근본이 ‘삭제’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완벽한 행복을 위해선 불완전한 기억이 지워져야 했다.
그것이 바로 인간을 비인간으로 만드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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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 소금을 뿌리듯, 짭짤한 맛으로 삶을 채우고 싶습니다. 철학적 사유와 예술의 흔적을 기록하며 살아가는 원성진의 브런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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