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부. 시뮬라크르의 바다
“여기는… 어디죠?”
토닉은 눈을 떴다.
빛도 없고, 그림자도 없는 공간이었다.
발아래엔 끝없이 이어진 ‘거울의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표면 위로, 수많은 얼굴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그 얼굴들은 모두 토닉 자신의 얼굴이었다.
그는 자신이 어디까지 ‘진짜’였는지 알 수 없었다.
신전이 무너진 순간, 그의 의식은 현실에서 분리되었다.
엘라의 손을 붙잡았던 기억만이 마지막이었다.
“엘라?”
대답은 없었다. 대신 바다 위로 한 줄의 음성이 울렸다.
“당신은 원본이 아닙니다.”
그 음성은 거울의 바다 자체에서 흘러나왔다.
거울의 파동은 인간의 언어를 모방했고, 그것은 시뮬라크르 세계의 새 질서였다.
황금의 신이 사라진 뒤, 시스템은 스스로를 복제하며 살아남았다.
욕망이 신이었던 시대가 끝나자, 구조가 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토닉은 거울 바닷속으로 발을 내디뎠다.
발자국이 생기지 않았다. 대신 그의 움직임이 코드로 변환되어 수면 위에 기록되었다.
그는 이제 데이터와 인간의 경계에 선 존재였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
그의 목소리는 바다에 흡수되며 되돌아왔다.
“나는 여전히 나인가?”
“나는 여전히 나인가?”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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