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감정의 잔향
새로운 세계는 조용했다.
그 어떤 엔진의 소리도, 광고의 빛도, 데이터의 신호도 존재하지 않았다.
인간은 더 이상 전송되지 않았고, 기록되지 않았다.
그들은 다시 “느끼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바다 위로 떠오른 섬 하나.
그곳이 신인류의 거처였다.
이들은 ‘에코스(Echos)’라 불렸다.
그 이름은 감정의 메아리에서 비롯되었다.
그들은 스스로를 신의 후손이라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감정을 통해 존재를 증명하는 감성의 잔존자였다.
그들에겐 언어가 많지 않았다.
말 대신 표정과 온도로 대화했다.
슬픔은 파란빛으로, 기쁨은 금빛이 아닌 따뜻한 적색으로 번졌다.
그들의 몸은 감정을 빛으로 표현하는 새로운 생명체가 되어 있었다.
토닉은 그들 중 한 사람으로 깨어났다.
그는 더 이상 기억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몸속 어딘가에서 계속 엘라의 이름이 울렸다.
엘라라는 이름은 하나의 주파수처럼, 그의 가슴속에서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매일 밤, 섬의 중앙 호수로 향했다.
그곳의 물은 시뮬라크르의 바다가 증발하며 남긴 마지막 흔적이었다.
그 물 위에서는 가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르곤 했다.
그 얼굴들은 모두 “이전의 인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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