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유명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작품을, 놀랍게도, 읽어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그의 에세이 <애틋하고 행복한 타피오카의 꿈>을 고른 건, 대만 일러스트레이터 수피 탕의 그림이 참 따뜻해서였다. 책은 그 느낌 그대로였다. 아버지와의 추억, 아이와의 추억이 함께 나누어 먹었던 ‘밥’을 위주로 펼쳐지는데 뭉클하고 애틋하기 이를 데 없다.
아픈 엄마를 대신해 항상 요리하던 아버지, 같은 메뉴를 주야장천 내어놓고 무지하게 짠 된장국을 만들던 아버지의 모습을 묘사하며 그 시절을 그리워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지금은 일부러 무지하게 짠 된장국을 만들어 먹으며 아버지를 추억한다는 이야기에선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그리고 아이와의 추억을 풀어놓는 이 부분에서 또 한 번 왈칵.
그는 내가 만든 토마토 마늘 수프를 가장 좋아했다. 지금도 그걸 만들면 “와, 토마토 마늘 수프네, 맛있겠다.”하고 그는 말한다. 그의 인생에 새겨진 맛이리라. 그런 음식을 내가 만들 수 있었다는 것에 신비로움을 느낀다. 집에 돌아오면 나는 밥을 짓고 그 수프나 된장국을 끓이고 반찬을 만든다. 그런 나날의 반복, 특별한 것은 없다. 하지만 쌓이고 쌓이면 소중한 덩어리가 된다.
그러니 되도록 사랑하는 사람과 맛있는 걸 먹는 일상을, 그 행복을 놓치지 말라는 따뜻한 조언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약간은 두툼한 책 좋아하는 내 취향의 문제겠지만, 책이 너무 얇다는 점이다. 고급 레스토랑에서 맛난 케이크를 딱 한 입 먹었는데 손 빠른 직원이 그릇 가져간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리하여 나의 결론은, ‘가볍게 선물하기 좋은 책’이란 것...네?
그나저나 나는 언제쯤 아이의 인생에 새겨질 토마토 마늘 수프 같은 음식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토마토 마늘 수프라뇨, 이유식 만든답시고 독서실에서 온갖 책을 독파하고도 쌀죽도 제대로 못 끓여 울었던 사람이 여기 있습니다. 올해 목표가 있다면 된장찌개 정도는 내 손으로 끓여보는 것인데... 재료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밀키트를 들고도 부엌을 창의미술센터로 만드는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그래도 꿈은 소중한 것입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