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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Feb 26. 2024

킬링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영원히 고통스러웠으면 좋겠다. 당신이 나에게 안겨준 고통이 영원한 것처럼, 당신에게도 영원한 고통을 안겨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낱 실수라는 이름으로 묻혀버린 당신의 과오가 내 인생을 어떻게 송두리째 망쳐버렸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아니 당신의 기억 속에서는 이미 잊혔겠지.


스스로도 모르는 사이 누군가를 나의 기억에 가둬놓고선 잊어버린다. 그렇게 기억의 방에 갇힌 사람은 영원히 그 기억 속에 갇혀 살아갈 수도 있다는 말이다. 누구를 탓해야 하는가. 막상 그 문을 열고 나와 주위를 둘러보면 나를 가둔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정의란 무엇일까. 아니, 정의란 것이 존재하긴 할까. 어쩌면 그저 누군가가 만들어낸 유토피아적 존재일지도 모르겠다. 나와 같이 힘없는 사람이 당신들의 실수 따위에 놀아날 수 있도록 만들어둔 장치 같은 것 말이다. 다시 말해 결국 정의란 애초에 존재한 적 없는 것일지도.



이게 공평한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나마 이게 정의에 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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