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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장르 Jan 03. 2025

마음을 접기엔 지나온 시간이 두꺼웠다

생각해 보면 주변의 모든 것들은 언제나 끝이 있더라. 끝을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주변의 것들이 지금까지 있어준 대로 또 앞으로 함께해 줄 거란 그 막연한 신기루에서 벗어나야만 할 때마다 여전히 아이처럼 떼쓰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이게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면 굳이 어른이 되어야만 하나 싶기도 하고.


지금 사랑하는 것들을 언제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한정적인 시간 속에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그저 그 시간들을 꾹꾹 눌러 담아보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무기력해진다. 아직 해주고 싶은 것들이 남아있는데 야속하게도 시간은 이내 예상치 못한 마침표를 찍어버리는구나.


이별은 언제나 무색할 정도로 낯설다. 익숙지 않은 경험에 대체 언제쯤 무뎌질 수 있을까 싶다가도 동요되는 감정을 깨닫고 있노라면 나는 이 굴레에서 영원히 빠져나올 수 없겠구나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 버텨내야겠지, 너는 내가 무너지길 바라진 않을 테니.


너는 나를 어떻게 기억해 줄까. 네가 떠나가던 날, 나는 다시 무너져내렸지만 너를 사랑한 걸 단 한 톨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더 사랑해 주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려 목 안에 걸려버린 가시처럼 자꾸 나를 찔러온다.


이제는 내일이, 다음이 없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다는 사실에 사무치듯한 서러움에 숨이 가파라져온다. 10년이 지나서야 겨우 무뎌진 시간들, 너에게 또 얼마나 많은 시간들을 흘려보내야 무뎌질 수 있을까. 


사랑한다는 말이 아직 남았는데, 아직 다 쓰지 못한 내 마음을 이제 어디다 흘려내야 할까. 여남은 마음이 이내 눈가로 흘러내려온다. 어쩌면 너는 나의 일상이었나 보다. 당연스러웠던 존재, 그래서 언젠가 사라져버릴 수 있다던 막연한 두려움으로부터 회피하기만 했던. 


너는 영원한 내 사랑이고 내 자식이야. 네가 더 이상 나를 못 알아볼지라도 말이야. 그건 중요한 게 아니거든. 언니가 이곳을 떠날 때 너도 같이 가자. 가서 우리, 조금 더 행복해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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