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할 때 흔히 하는 착각들
오늘은 우리가 ‘사랑할 때 흔히 하는 착각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우리는 사랑은 ‘빠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어에서도 ‘사랑에 빠지다’를 ‘fall in love with’라고 표현한다. 상황이나 타이밍이 맞아서 누군가와 관계를 맺게 된 것을 ‘인연’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누구와 관계를 맺을지, 누구를 사랑하게 될지는 ‘선택’의 문제이다. 같은 상황에서도 우리는 그 사람을 얼마든지 거절하거나 만나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운명이라고 믿는 관계 역시, 내가 마음이 가서 관계를 형성하겠다고 선택해 생긴 결과이다.
우리는 사랑을 특별하고 아름다운 감정이라 여기는 경향이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속 사랑이 주로 불안정하거나 집착적인 형태로 묘사되고, 지나치게 미화된 사랑이 자주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현실 속 사랑과 머릿속의 이상적인 사랑 사이에서 괴리를 느끼게 된다. 하지만 사랑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사랑은 인간관계의 정수이며, 종합 예술에 가깝다. 연애나 결혼은 사랑을 대표하는 관계인데, 이 관계를 유지하려면 상대의 생각과 감정을 민감하게 포착하고, 기민하고 적절하게 반응해야 한다. 이처럼 관계를 유지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일은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든다. 우리는 사랑을 그저 아름답고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사랑은 ‘선택’이며 동시에 ‘노력’이 필요한 활동이다.
두 번째로 우리는 가슴 떨리고 설레고 긴장되면 ‘‘나는 사랑에 빠졌어’, ‘이건 사랑이야’라고 단정하기 쉽다. 그러나 이러한 감정들이 모두 사랑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해 1974년, 캐나다에서 진행한 유명한 심리 실험이 있다(Dutton & Aron, 1974). 실험은 두 개의 집단을 대상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70m 높이에 위치한 140m 길이의 흔들 다리를 건넌 남성들이었고, 다른 하나는 낮고 단단한 안전한 다리를 건넌 남성들이었다. 이들에게 매력적인 젊은 여성이 다가가 수업에 필요한 설문 조사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설문지를 작성한 후, 조사자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기며 프로젝트가 더 궁금하면 연락해 달라고 했다. 그 결과, 높은 다리를 건넌 남성들 중 절반 가까이가 실제로 전화를 걸었다. 반면 낮은 다리를 건넌 남성이나, 남성 조사자를 만난 경우에는 거의 연락을 하지 않았다.
이 실험은 무엇을 의미할까? 사람은 두려움이나 긴장감 때문에 생긴 신체 반응을 누군가에게 끌리는 감정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각성된 상태에서는 동일한 사람이라도 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즉, 설렘이나 떨림은 사랑이 아닐 수 있다. 그 감정은 사랑을 착각하게 만드는 일종의 착시인 셈이다.
이 개념을 현실의 연애나 결혼에 적용해 보자. 예를 들어, 폭력적이거나 방임적인 가정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도 그 부모가 항상 나쁘지는 않다. 때로는 맛있는 음식을 사주기도 하고, 애정을 표현하기도 하며, 가끔은 칭찬도 해준다. 이런 복합적인 양육 환경 속에서 자란 사람은 불편함과 긴장이 섞인 감정조차 ‘사랑’이라고 오인할 수 있다. 완전한 사랑이 아니라, 왜곡된 반쪽짜리 사랑이 각인된 것이다.
이러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성인이 되어 연애를 시작하면, 처음에는 상대가 따뜻하고 다정하게 다가온다. 사실 연애 초반에는 누구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상대가 부모처럼 은근히 무시하거나, 자기 자랑을 하거나, 권위적인 태도를 드러낸다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이라면 이런 신호를 이상하게 여기고 거리를 둘 수 있다. 상대에게 질문을 던지거나, 반문하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불안정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은 다르다. 이런 행동이 익숙하기 때문에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오히려 상대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의지하며,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외면할 수 있다. 심지어 이 관계에 더 빠져들어 연애와 결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것이 부모에게서 받은 ‘사랑’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 경우, 가슴이 떨리고 설레는 감정에 이끌려 상대를 선택하게 되지만, 실은 연애 감정 탐지 시스템이 잘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이 아니라 냉철한 사고를 따라야 한다. 머릿속에 ‘정말 괜찮은 사람’의 기준을 세우고, 이성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에만 끌려 중요한 결정을 잘못 내릴 위험이 크다. 가슴이 설레고 떨리고 긴장된다고 해서 모두 사랑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사랑은 정의할 수 없고, 누구나 사랑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사랑은 아무나 할 수 있지 않다. 사랑은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 능력이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다. 사랑을 제대로 경험해 보고, 사랑을 받아도 보고, 주어도 본 사람이어야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 사랑이 학습이며, 배우는 것이다.
결혼을 앞두고 부모들이 자주 묻는 말이 있다. “그 사람 직업이 뭐니?”, “어디 사니?”, “어느 학교 나왔니?” 이 질문들이 겉보기엔 속물적으로 보일 수 있다. 물론 이 정보만으로는 그 사람이 사랑을 잘 받았는지, 가정환경이 어땠는지를 구체적으로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이런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 사람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자라고, 제대로 된 사랑을 받아왔는지를 알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사람이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작 내가 사랑에 빠졌을 때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사실 사랑은 이성만으로 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 사랑은 운명적이다”, “특별하다”는 식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로 중요한 것은 상대가 자라면서 단 한 번이라도 건강한 사랑을 경험해 본 적이 있는지이다. 자존감이 낮은 연애, 지나치게 상대에게 맞춰주는 연애, 나쁜 남자, 나쁜 여자만 반복적으로 만나는 연애는 내면의 사랑 감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고 할 수 있다.
희망적인 점은 사랑이 학습이라는 사실이다. 노력하면 누구나 달라질 수 있다. 변화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이 변화의 과정은 결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내 인생이라는 자동차의 핸들을 잡고 방향을 정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여러분의 더 나은 사랑과 행복한 관계를 응원한다.
* 이 내용은 영상 설명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