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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형과 회피형, 왜 자꾸 서로 끌릴까

'반복강박'에 대해서

by 스마일펄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 클레멘타인과 조엘은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려서 사랑에 빠진다. 조엘은 조심성이 많고 내향적이며 과묵한 편인데, 클레멘타인은 충동적이고 사랑에 거침이 없으며 외향적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자 클레멘타인은 때때로 자신을 무시하고 신뢰하지 않는 조엘이 지겨워진다. 조엘은 클레멘타인을 무식하고 헤픈 여자라고 비난한다. 사실 두 사람의 성격은 그대로인데 서로의 장점이 단점으로 변하고 만 것이다.


불안형 여자와 회피형 남자 또는 회피형 여자와 불안형 남자. 서로 다른 매력에 끌렸다가 서로 너무 달라서 파국으로 치닫는 관계는 매우 흔하다. 일종의 ‘반복강박’이다. 반복강박은 한 사람이 자신이 경험한 사건과 환경을 여러 번 반복하고자 하는 심리현상이다.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대체로) 부모에게 상처 입은 과정을 성인이 된 이후 연인 같은 친밀한 관계에서 반복하는 것이다. 아마도 <이터널 선샤인>의 조엘은 클레멘타인의 부모님과, 클레멘타인은 조엘의 부모님과 비슷한 성향의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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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강박이 나타나는 이유는 주 양육자와 형성한 애착관계가 익숙하기 때문이다. 비록 또다시 상처받는 해(害)가 되는 관계이더라도 익숙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빠져드는 것이다. 또한 자신에게 상처를 준 부모에게서 결핍된 애정과 인정 욕구를 보상받고 싶은 무의식적 욕망도 작용한다. 그러나 자신의 부모를 투사해 사랑에 빠진 상대방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사랑받고 싶은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하다.


결국, ‘이 사람은 다를 거야. 이번엔 진짜 사랑을 찾은 것 같아’라며 기대가 컸던 만큼 혹독한 실망감과 좌절감을 맛보게 된다. 갈등과 다툼 끝에 ‘너도 다른 사람이랑 똑같아. 나를 사랑하지 않잖아’라며 또다시 이별의 아픔을 경험한다. 이 과정은 이별의 상처를 견디지 못하고 기억을 삭제했는데도 알 수 없는 이끌림에 다시 사랑에 빠진 클레멘타인과 조엘처럼, 자신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서 비슷한 연애 패턴을 반복한다는 반복강박을 자각하기 전까지 무한 반복된다.


반복강박은 연인 사이에서만 나타나지는 않는다. 친밀하다고 끌리는 상대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대상 가운데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 대상은 스승, 친한 친구, 직장 상사 등일 수도 있는데, 마치 어린아이가 부모를 바라보듯이 나 자신이 이상화하고 권위를 부여한 대상에게서 비슷한 패턴을 반복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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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강박에서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의식을 의식으로 끌어올려 반복강박의 패턴을 자각해야 한다. 그럼, 반복강박의 패턴을 어떻게 자각할 수 있을까. 무턱대고 사랑에 빠져들기보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설레고 긴장되는 신체 변화가 ‘진짜’인지 아니면 불편한 관계에 익숙한, 이상화한 부모와의 관계를 재연하고 있는지 한걸음 떨어져서 냉철하게 바라보는 것이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자신의 세밀한 내면과 신체 변화를 민감하게 알아채고, 그 근본 원인을 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기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고, 마음에 집중해야 한다. 자신의 부모를 더는 미화하거나 이상화하지 않고 부모의 장단점, 부모와 형성한 애착관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을 때, 비로소 반복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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