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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inlahwah Jan 26. 2021

해탈을 하려면 은행으로... 2탄

미얀마 은행은 계좌가 없어도 돈을 송금할 수 있다.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그곳

까도 까도 무언가 계속 나오는 양파 같은 그곳

미얀마 은행에서 해탈한 이야기 2탄 시작합니다.


1. 돈뭉치가 사라졌다.

 때는 11월이었다. 회사 직원들 의복과 비품을 구매하기 위해 현금이 많이 필요했다. 약 350만짯 정도 환전을 하고, 열심히 쇼핑을 한 후 회사에 와서 정산을 해보니 50만짯이 비어 있었다. 분명 은행에서 돈 세는 기계로 확인까지 하고 왔는데, 중간에 떨어뜨렸나? 계산을 잘 못했나? 그렇기에는 돈의 액수가 너무 많은데... 한 번도 돈과 관련된 실수를 한 적이 없기에 충격이 너무 컸다. 그러다 유달리 돈의 뭉치가 작았던 것이 기억나 혹시나 하는 마음에 통역원님께 부탁하여 은행에 확인해보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CCTV로 확인해보니 기계에서 센 것은 맞았지만 직원이 돈을 줄 때 실수로 돈을 덜 담았다고 한다. 돈을 관리하는 은행에서 어째서 이런 실수가 나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이것 또한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분명 내가 은행에 가면 쌈닭으로 변할 것을 알기에 사전에 몰래 혼자 다녀온 통역원님의 혜안에 박수를 보낸다.


2. 내 돈인 듯 내 돈 아닌 내 돈 같은 너

 8월부터 코로나가 심각해지면서 미얀마 정부는 달러 확보를 위해 외화 거래를 단속하기 시작했다. 창고 건설 비용과 직원들 인건비를 주기 위해 약 2만 불 이상 집행을 해야 했기에 은행에 가니 5,000불 이상 인출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우리가 외부로 인출하는 것도 아니고 현지에서 이루어진 비즈니스에 대해 지불하려는 것인데, 그럼 직원들 인건비를 주지 말란 소리인가. 계속 항의를 하니 본사 매니저에게 '사정이 이러하니 제발 인출이 가능하게 협조 부탁드린다.'는 공문을 써서 보내라고 한다. 우리 회사가 이 은행에 송금한 달러만 해도 무시 못 할 금액인데, 정작 돈의 주인은 제발 내 돈을 쓸 수 있게 허락을 구해야 하는 이 상황이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매번 돈을 인출하려면 이 은행의 본사에 공문을 보내야 했고, 심지어 파견 나온 전문가 인건비를 한국에 송금할 땐, 허가 요청 공문과 해당 전문가의 연봉 및 월급 내역, 인적 사항 그리고 재직 증명서까지 요구했다. 은행인지 공공 기관 인지 정말 헷갈리는 곳이다.


3. 계좌가 없어도 송금이 가능한 이 곳

 교육용 책자를 제작해야 해서 업체를 선정하고 대금을 결제하려고 하니 업체에서 은행 계좌가 없다는 황당한 소리를 들었다. 미얀마 사람들이 은행 계좌를 잘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사업체가 계좌가 없다는 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우리 보스는 길거리 상점이냐며, 믿을 수 없다고 계속 의심을 하는데, 이미 교재 인쇄는 완료된 상황이라 취소할 수도 없고, 더군다나 코로나로 인해 도시 간 이동이 금지되어 있어서 직접 현금 결제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러자 우리 현지 직원이 은행 계좌가 없어도 NRC 카드(우리나라로 치면 주민등록증) 번호를 알면 송금이 가능하다고 한다. 반신반의하며 거래 업체 사장님의 NRC 카드 번호와 근처에 소재한 거래 은행 주소를 받아 은행에 가니, 정말 돈이 송금되었다!

 미얀마 사람들이 은행 계좌가 없는 경우가 많다 보니 이런 시스템이 존재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문제와 송금액을 받지 못했을 때의 안전 장치가 없어 보여 그다지 신뢰가 가진 않는다.

 

 여하튼, 한국은행의 빠른 서비스에 익숙한 나로서는 미얀마 은행에 방문할 때마다 몸에서 사리가 나오는 기분이었다. 미얀마에 오랫동안 거주하신 한인 분들 정말 대단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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