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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혜의 윤슬 Aug 14. 2023

엄청난 기회가 왔(다가 사라졌)을 때의 마음가짐

Let it flow

언제나 일이 들어오려나 아침저녁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던 것도 잠시, 믿기 어려울 정도로 큰 기회가 왔다. 적어도 나에게는 이제껏 받아본 모든 일보다 큰 일이자, 반대로 말하면 통역 중에 자칫 조금이라도 실수를 한다면 커리어가 사라질 수도 있을(!) 엄청난 자리이기도 했다.


담당자분과 제반사항을 정하고 부랴부랴 통역 준비를 하던 찰나, 김 빠지게도 마지막 순간에 비자 문제가 생기며 다른 분에게 아쉽게 바톤을 넘겨주게 되었다. 그래도 통역이나 경력과는 상관없는 문제 때문이라니 조금은 마음이 편했다. 이력서가 소위 입구컷을 당한 경우도 수두룩했는데, 그래도 한 단계 정도는 올라왔나보구나. 혼자 위안을 삼았다.


이렇게 왔다가 사라지는 상황이야 비일비재한데 그 때마다 아직 흔들리고 있으니 '옳다구나 글감' 이라 생각하고 오랜만에 펜을 든다. 이미 너무 많은 곳에서 다뤄진 말들이라 말 자체는 특별할 게 없지만 앞으로 한동안은 프리 생활로 흘러갈 나를 위한 Note to Self.


A. 너무 큰 기회가 감당하기 어려울 땐:

“She can do it, he can do it, why not me?”


모 회장님이 말씀하셨다는 문구. 나에게야 처음이어서 두려운거지, 이미 그 길을 거쳐간 다른 사람들이 있다. 그들도 하는데 나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자꾸만 달라붙는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은 사실이 아닌 경우가 많다.

"실패, 상실, 또는 재앙과 같은 두려운 일들이 일어나 원치 않는 감정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하며 눈 앞의 과제를 회피해버리고 싶지만, "예기불안은 상상력의 산물이다.
마치 미래에 닥쳐올 좋지 않은 일의 조짐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예기불안이 당신을 속이고 기만하는 여러 방법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상처가 나기도 전에 피를 흘리는" 겪인 것이다.
-<오늘도 망설이다 하루가 다 갔다>, 샐리 M. 윈스턴, 마틴 N. 세이프, 박이봄 옮김


그들이 나를 선택한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설령 다른 사람들이 모두 시간이 되지 않아서 나를 고른 것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그렇게 기회를 잡아 날게 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그마저도 지나치게 부족했다면 고려조차 되지 않았을 것. 이렇게나마 처음을 겪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쉬워질 것이다.


"일을 해낼 때의 어려움보다는 해내고 나서의 이익을 생각하라. '이 일을 해낸다면 나는 무엇을 얻게 될까?' 이 질문에 답을 찾다보면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할 수 있다."

<나는 해낼 수 있다는 말들이 인생을 바꾼다>, 페니 멜러리, 박혜원 옮김

    

B. 기회가 사라졌을 땐


 주최측의 사정으로, 혹은 더 적합한 다른 사람이 있어서 등등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이유 때문에 내게 올 뻔한, 거의 다 잡았다고 생각했던 기회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기도 한다.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는 것을 두고 혼자 억울해하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하고 있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은 또 열릴 것이다.


“많은 이들이 병들고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유는 통제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건강하지 못한 집착 때문이다.” -스티브 마라볼리
"신이시여, 바꿀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과 바꿀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와 이 둘을 분별할 줄 아는 지혜를 주소서" - 평온을 위한 기도

그리고 언제든, 긍정적인 마인드를 잃지 않을 것. '어차피 내가 감당 못하는 일이었을거야,' '더 좋은 기회가 올거야.' 라고 생각해버릴 것. 물론 안 되고 나서 하는 말이니 정신승리다. 하지만 늘 말하는 것처럼 내 정신에서 내가 패배할 이유는 없다.


C. 당장 내일이라도 투입될 수 있게 준비되기


언제나 일이 들어오려나, 오매불망 핸드폰만 본다고 일이 떨어지지는 않는다. 일은 있다가도 없지만 없다가도 있다.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  이 일이 들어왔을 때에도 부담스러운 마음이 컸지만, 그래도 평소 나의 멘탈을 생각하면 꽤나 잘 받아들였던 것 같다. 마침 내실을 다져야겠다는 일념으로 일이 없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담스러운 마음이 아직은 더 컸던 것은 그래도 충분한 준비/연습을 안 한지가 너무 오래되었기 때문일테다. 깔짝깔짝 연습하지 말 것. 언제든지 당장 내일, 내일 모레 섭외가 들어와도 바로 배치가 될 수 있을정도로 각이 잡힌 상태여일 것. 꾸준히도 어렵거니와 늘 같은 정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꾸준히 꾸준할 것.


D. 다른 사람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맡게 되었을때


 다른 사람들은 일이 많은데, 저 사람은 저렇게 큰 일을 하는데 왜 나는 없나 하고 있는다고 달라지는 것도 없다. 그들에게는 그들의 복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복이 있다. 최근 빅이슈 잡지에서 보았던 오마이걸 승희 님의 인터뷰처럼 " 굳이 시기와 질투를 할 것이 아니라 각자의 길이 있다. 노력한 만큼 안 되는 것이 있는 반면 노력을 안 했는데도 되는 것이 있다. 세상이 내 마음 같지 않고, 누군가 지금 잘한다고 앞으로 잘할지는 모르는 일이고, 내가 지금 못한다고  앞으로 쭉 못할 것도 아니니까. 각자의 길과 때가 있다."


외생요인에 신경쓰는 대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만, 내실을 기하는 데만 신경쓰자. 나한테 내 복이 들어왔을 때 최대화할 수 있도록.


빅이슈 282호, 오마이걸 승희 인터뷰편


E. 거절을 마주했을 때의 태도
 
정말 죄송하게도 비자문제로 다른 분을 모시게 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당연히 이해를 했고, 그래서 그나마 프로페셔널하게 인사를 드리기는 했지만, 그래도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었던지라 마음을 온전히 전하지 못해 아쉽다. ‘그러셨군요. 중간에서 조율하느라 노고가 많으십니다. 다음에 좋은 기회로 또 뵙기를 고대하겠습니다. 행사도 잘 마무리되시기 바라겠습니다.’ 까지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한층 더 여유롭게, 상대를 위하는 말로 마무리하는 법을 연습하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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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 생활을 하면서부터는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에 대해 깊게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통역을 잘하더라도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김창옥 교수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아무리 똑똑해도 “아이고 예예 니 말이 다 맞습니다”하고 다시는 안 보고 싶은 사람들이 분명 있다. 수많은 통역사들 가운데 나라는 사람을 떠올려주시고, 지나가는 말로라도 언급을 해주신 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한 마음이다. 물론 추천을 해주시더라도 일이 진행될 때도 있고, 안 될 때도 있지만 추천해주시는 분들의 마음은 늘 애틋히 간직하게 된다.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고 싶다.


그나저나 이런 중대한 일이 사라졌는데도 한 켠에서는 안도의 한숨을 쉬는 자신이라니. 대범해지자고 해놓고 아직 멀었다. 부디 이번 행사 진행하시는 분들, 잘 마무리되기를. 그리고 다음 행사에는 나도 보다 담대하게 임할 수 있게 잘, 준비해두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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