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에 들어간 지 한 달쯤 지나서 한국에서 택배가 왔다.
남아공에 간 지 세 달쯤 됐을 때였다.
무게가 10킬로가 넘는 커다란 박스였다.
안에는 고추장과 참기름, 김처럼 간단하게 한국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한국 과자, 그리고 옷 몇 벌이 들어있었다.
남아공에 간 이래로 나는 집이 그리운 줄 몰랐다.
한국은 나에게 그다지 돌아보고 싶지 않은 곳이었다.
박스 안에는 수면양말이 두 켤레 들어있었다.
부드럽고 도톰한 양말을 코에 가져다 댔다.
새 것처럼 보이는 양말에서 우리 집 섬유유연제 냄새가 났다.
남아공에 간지 삼 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집의 포근함이 떠오른 것은.
내가 이를 닦는 동안 따끈하게 덥혀진 이부자리.
친구들과 놀다 코끝이 시릴 때쯤 집에 돌아가면 나던 밥이 익는 냄새와 도마 위의 칼 소리.
세상이 곤히 잠든 주말 아침 동생과 살금살금 쓰다듬던 햄스터의 부드러움.
내가 알던 포근한 집은 이제 세상에 없었지만, 그 기억은 수면양말의 냄새 속에 살아있었다.
양말은 이제는 사라진 집의 유물과도 같았다.
양말에서 그 냄새가 사라질 때까지 신지 못하고 오래도록 옷장 안에 고이 넣어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