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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은율 Sep 04. 2024

[시] 오스트리아 빈에서

<오스트리아 빈에서>



여성 전용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언니가 따라오겠다고 했다

레오폴트 미술관을 찾아가는 길이었다, 나도 모르는 길이었는데

언니는 내 보조를 맞추며 따라왔다 우리는 거의 하루종일 미술관에서 시간을 보냈다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그림을 보고, 커피숍에 앉아 종이에 그림 같은 글자를 그려냈다

제체시온에서 벽화, 베토벤 프리즈를 만나고 왔다는 얘기는 하지 않았다

벨베데르 궁전에서 키스를 오래도록 봤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하루종일 그림만 봤고, 언니에 대해 아는 건 이름뿐이었다

언니는 종종 홀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같았다

결혼은 했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사는 곳은 어디인지

하나도 묻지 않았다 묻는 게 실례일 것만 같은 때가 있다

그 사람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는데,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기억이 난다

매료되었던 그 순간에 함께 있었던 사람이라서 그런 걸까.

우리는 서로의 사진을 많이 찍어줬다.

그래서 서로의 모습을 많이 들여다 보기도 했다

언니도 어쩌면 내 모습을 오래 기억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들떠 있었다

온통 예술적인 것으로 가득찬 도시에서,

그 도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클림트,<베토벤 프리즈> 중에서 / 키스
죽음과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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