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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 May 09. 2021

무슬림의 기도, 그 일상적이고도 이국적인 순간에 관하여

어느 이방인의 카타르 정착기


카타르에서 가장 일상적이면서 이국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아마 기도 소리가 들려오는 시간일 것이다. 하루 5번 마이크를 통해 전달된 기도는 곳곳에 설치된 확성기를 타고 도시 전체에 울려 퍼진다.


하지만 조금 지나면 전혀 이국적이지 않은 것도 바로 이 기도 소리가 들리는 시간이다. 처음에는 기도 소리가 이문화의 낯선 청각적 자극으로 다가오다가도, 날이 갈수록 그로부터 일상의 시간을 탐색하게 된다.


이를테면 점심을 먹고 빨래를 하는 중 기도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지금은 오후 세시쯤 이겠거니 하고, 넷플릭스를 보다가 다음 기도가 들려오면 이번엔 오후 여섯 시 반쯤이겠거니 하며 저녁 메뉴를 떠올리는 것이다.


물론 이 기도는 새벽에도 이어진다. 승무원 훈련생 때는 밤늦게까지 공부한답시고 어설프게 졸다가, 기도 소리에 정신을 차리면 시곗바늘은 항상 새벽 3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렇게 갑작스레 맞이한 새벽은 픽업 준비까지 불과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음을 알아차리는 철렁한 순간인 동시에, 알람 설정을 잊고 아침이 되어 자책하는 대참사가 발생하지 않았음에 안도하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기도 소리는 같은 시간 속 다른 시간을 걷는 이방인들에게, 순간의 해와 달은 어디쯤에 머물고 있는지 매일같이 들려준다.


그리고 그 소리에서 시간을 들을 때가 이국적인 순간이 일상이 되었음을 알아차리는 순간이자, 어느 이방인이 새로운 삶의 터전에 적응하며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는 순간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기도 소리가 매일 같이 새벽을 깨워도, 비행을 쉼 없이 하자 시간이 어디로 흐르는지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가장 이국적이면서 일상적인 순간의 발견은, 진정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에 이루어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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