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domi May 04. 2021

외항사를 원하게 된 이유

승무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과 위로가 된 외항사 첫 해외 면접


‘귀한 시간을 내어 이 자리에 와줘서 고마워!

여기 있는 너희들을 모두 다 데려가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사실이 정말 슬퍼.

하지만 오늘 너를 우리 회사의 직원으로 맞이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기쁜 일은 우리에게 없을 거야.

다시 한번 시간 내줘서 고맙고
우리 꼭 같이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

---------------

3번의 기회만을 준다는 어느 항공사의 면접마저 날리고 나이조차 걸림돌이 되어버린 나에게 기적과도 같은 희망이었다. 세상의 반대편에서 승무원이 될 수 있다는 또 다른 길을 깨닫자 눈물이 핑 돌았다. 누구보다 반짝반짝한 눈으로 노력하면 승무원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확신과 함께 윙에 대한 마음을 다시금 굳게 먹었다.






지난 날들

졸업 전부터 모나미 옷을 입고 일렬로 선 사람들 속에서 나의 존재를 면접관에게 끊임없이 알려 왔지만 지금껏 닿지 못한 참이었다. 그마저도 소리를 낼 수 있던 몇 안 되는 순간엔 나를 보여주기조차 어려운 질문들만 이어졌다. 미래의 남편은 어떤 사람이면 좋겠다든지, 좋아하는 연예인이 누구냐든지 등. 면접 준비를 한답시고 이러한 질문들에 예상 답변을 달고 있자면 도대체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건가 싶은 회의감이 밀려왔다. 정말 이 질문들로 승무원의 업무적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늘어져가는 시간을 붙잡지 못한 자리엔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영역인가라는 물음이 새롭게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동안 겪어온 여러 시험들과는 다르게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곧 노력으로 환산되지 않는 승무원 면접의 특성 탓인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보다는 의문이 커져갔다. 아마 일찍 승무원이 되었더라면, 기출 질문들을 오래 보지 않았더라면, 준비 기간이 짧았더라면 느끼지 않았을 감정일 것이다.


이쯤되니 승무원이라는 꿈을 향한 올곧은 열정도 미련에 가까운 집착으로 보이는 날들이 잦아졌다. 그렇지만 합격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더욱 준비에 전념하는 것 뿐이었다. 연습을 하면 할수록 커져만가는 직무 연관성에 대한 의문도 잠재워보려 애썼다. 승무원을 원하면서도 그 과정에 의문을 가지는 양가적인 태도로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냐면서. 좁혀지지 않는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메워보기 위해 스스로를 무던히 달래고 달래었다. 그렇게 회의감과 이질감이 뒤엉켜 납작해져버린 일상 속에서 만나게 된 외항사 승무원 면접은 새로운 돌파구였다.






All about me

외항사 면접의 첫 단계로 이력서를 검토하는 cvdrop 은 1분 남짓으로 길지 않았다. 제한된 시간 동안 최대한으로 지원자를 파악해야 했던 그들은 이력을 살펴보며 직무와 관련된 점만을 짚어 물었다. 그들의 전형적이고도 개인적인 면접 질문들에서는 나를 향한 긍정의 관심이 느껴졌다. 대답을 하며 새로운 환경 속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니 도무지 웃음을 감추어지지 않았다. 이는 납득하기 어려운 질문들에 대답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해방감과 이질감과는 거리가 먼 곳을 발견했다는 안도 섞인 웃음이었다.


그들과의 면접은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희망이자 지난 의문에 대한 위로였다. 마침 노트북 너머로 바삐 움직이는 손가락이 무엇을 쓰고 있을지 상상하면서 잇몸이 마를 정도로 웃어야 하는 면접에 지쳐있던 차였다. 10분 남짓 되는 시간동안 입을 2번 뗄까 말까 한 가늘고 긴 편의 면접보다는,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짧고 굵은 이 편이 바로 내가 찾던 것이었다.






Welcome to join us for this interview!
​면접관은 회사를 소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곳의 지원자들이 합류함으로써 회사의 가치가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이러한 면접관의 태도와 이따금씩 그들에게서 드러나는 회사에 대한 자부심은 나를 더욱 열망하게 했다.


그들은 지원자가 당연히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예를 들면 채용 준비에 들어간 시간, 비용, 무형의 노력 등- 을 당연히 여기지 않았다. 오히려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선택에 회사가 함께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갑을 관계가 선명하다 느끼던 면접에 대해, 그들은 나의 선택이 없다면 회사의 선택도 없을 거라는 새로운 시각의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가치 있는 내가 선택한 가치 있는 회사’라는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자각하지 못했던 을의 면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게 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미 굴레로부터 자유롭게 참여하고 있는 다른 지원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가장 먼저 손을 들고 택스 프리에 대해 묻는 레게머리의 지원자, 휴가 제도에 대해 거리낌 없이 묻는
세팅 웨이브를 한 지원자, 술이 금지라는 해외 베이스의 규율에 대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세세하게 묻는 항공 업계 15년 경력의 지원자 등. 그동안 면접에서 금기라고 생각했던 모든 요소가 한 자리에서 쏟아져 나오고 있었지만 분명 그것은 면접날의 풍경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