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 당신이 왜 거기서 나와
나는 면접장에서 생길 수 있는 면접관과의 우연한 만남을 경계한다. 되도록이면 면접장 외부에서 마주치지 않는 편이 이롭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화장실과 같은 부대시설 이용도 가급적이면 자제한다. 이는 “면접과 관련된 불필요한 장소에서 반드시 면접관을 마주친다”라는 징크스 때문이다.
징크스의 시작은 인생 첫 승무원 면접으로 돌아간다. 졸업 예정자 신분으로 지원한 국내 모 대형 항공사의 면접이었다. 건물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인사해야 한다라는 승무원 카페의 후기를 떠올리며 마음을 가다듬은 뒤 건물로 향했다.
하지만 막상 들어서니 서로 인사를 건네 거나한 살가운 분위기는 아니었다. 심지어 안내데스크 직원조차 무언가에 몰두한 나머지, 오고 가는 이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사를 당부하던 후기와는 다른 분위기에 속으로 머쓱해하며 엘리베이터를 탔다.
회장에 들어서니 그곳은 저마다 거울을 들여다보며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분명 같은 곳을 바라보고 모인 사람들일 텐데, 어쩐지 나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들 같다는 미묘한 이질감을 느끼며 한쪽에 자리를 잡았다. 처음일 텐데 처음이란 티를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 속에서, 홀로 처음 티를 그렇게 팍팍 풍기며 앉아 있었다.
면접까지는 많이 남은 시간, 어쩐지 갈수록 버겁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파우치를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화장실로 들어서는데 유니폼을 갖춰 입은 현직 승무원 한 명이 나를 지나쳤다.
찰나의 순간이었으나 이런 식의 만남을 예상하지 못해서 인사 조차 하지 못했다. 지나고 나서야 일어난 일을 깨닫게 되니 손도 씻는 둥 마는 둥 했다.
회장에 돌아와서도 기대하지 않았던 이 만남의 여운은 가시지 않고 계속 맴돌았다. 그분에게서 미소를 보았다면 마음이라도 편했을 텐데, 안타깝게도 어떠한 표정조차 보지 못했다.
그저 우리 조 면접관만 아니길 바랄 수밖에. 그렇게 시간이 되어 면접장의 문이 열리고, 나는 그곳에서 익숙한 얼굴을 보았다. 그분이었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들이 그 뒤로도 종종 일어나게 되면서, 나는 이 모든 우연을 면접 징크스라고 칭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