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언니를 알게 된 건 몇 해전 이맘때쯤이다. 에미레이트 오픈데이(면접)를 위해 묵었던 호스텔에서, 방을 같이 쓰게 된 것이 인연이었다.
여러 번의 실패를 거쳐 성공한 호스텔이었다. 출발 전부터 그곳을 예약했다는 사실만으로 잔뜩 들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숙박비가 비싸기로 유명한 홍콩에서 가성비가 우수하기로 소문난 곳이었기 때문이다.
4인 정원의 객실에 실제 숙박 인원은 2명, 개인별 옷장 및 어메니티 제공, 호텔 청소부의 클리닝 서비스, 침사추이 페리 선착장 앞이라는 최적의 위치 조건까지 갖춘 곳이었다. 호스텔 여행자에게는 그야말로 최고의 선택지던 셈이다.
그리하여 새로운 오픈데이 스케줄이 뜨자마자 가장 검색한 곳도 바로 그 호스텔이었다. 지난번 오픈데이 때도 예약을 하고 싶었으나 풀 부킹을 이유로 거절을 당한 참이었다.
그러나 몇 번의 예약 시도를 통해 그곳의 거절은 실제 객실 상황과 무관하다는 것 또한 알게 된 터였다. 어떤 이로부터 내가 숙박을 거절당한 일자에 홀로 4인실을 썼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풀 부킹이 거절을 위한 명목일 뿐이란 것을 알게 된 이상, 여러 번도 시도해 보겠노라고 다짐을 했다. 생각해보면 정원 4인에 최대 2인 만을 수용하는 곳에서 풀 부킹이라는 건 어불성설이었다. 언젠가 다음이 있다면 꼭 예약에 성공하리라는 다짐으로 리뷰들을 읽고 또 읽었다.
어느 정도 읽다 보니 예약 담당자 중 야간 근무를 하는 조이스는 대부분 거절을 보내고, 주간 근무를 하는 키티는 확정을 보낸다는 사실이 눈에 들어왔다. 곧장 받은 메일함으로 들어가 지난 메일을 확인해 보았다. 역시나 내가 받은 거절 메일은 모두 조이스로부터 밤 10시경 도착한 것들이었다.
순간 무언의 단서를 찾아낸 탐정이라도 된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는 키티를 노려보자며 목요일을 기다렸다. 목요일 오후 3시쯤에 메일을 보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답장이 도착했다.
미리 보기 너머로 살짝 보이는 ‘We are delighted to inform you~’에 발신인을 확인하니 역시나 키티였다. 그렇게 오픈데이의 첫 시작부터 좋은 기운이 깃들었다 생각하니 다가올 날이 기대되기 시작했다.
이렇게 기나긴 사연을 가지고 어렵게 도착한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깨나 늦은 밤까지 사람이 오지 않던 탓에, 혼자 쓰는 행운에 당첨되었나 생각하던 찰나였다.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이 들어왔다.
눈치로는 제법 비슷한 나이 때의 한국인처럼 보이는 그녀와 데면데면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신체의 반을 차지하는 캐리어를 무겁게 끌고 들어온 그녀는 대뜸 나를 보며 물었다.
‘오픈데이?’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