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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mi Jun 29. 2021

홍콩 원정기2 : 코리안 룸메이트

낯선 나라의 호스텔에서 만난 룸메이트와 같은 면접을 보게 될 확률은?


# 1

마치 속마음을 읽힌 것만 같은 첫인사에 나는 겸연쩍은 긍정을 보냈다. 그리고 캐리어를 들여놓을 수 있도록 자리를 정리하고 비켜주었다.



사실 나 또한 그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재빠르게 탐색을 마친 나의 승무원 레이다에 따르면 그녀 또한 그린라이트였다. 설명할 수 없는 특유의 분위기로 시작해 진주 귀걸이로 끝나는 마침표까지.



이러한 눈썰미는 승무원 준비를 시작하고부터 갑자기 나타나서는 마치 레이다처럼 무의식적으로 작동하곤 했다. 그렇게 언제부턴가 말하지 않아도 승무원 준비생임을 먼저 알아차리는 능력이 생겨났다.



이는 초록은 동색이라던 인간 군상의 본질에 대한 자연스러운 반응인지, 진화론적인 생존 본능에 따른 것인지는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전자에 대한 반응임이 확실했다. 타국에서 룸메이트로 만난 한국인과 면접까지 같이 볼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기막힌 우연에 인사를 나누던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참 동안 반가움을 주고받았다. 시간이 흘러 편히 앉아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음을 깨달았을 땐, 이미 다리가 콕콕 쑤심을 느낀 뒤였다. 마침내 캐리어를 눕혀놓고 자리에 앉은 그녀는 내게 나이를 물어왔다.





“혹시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안 물어봐도 제가 더 많을 것 같긴 한데.”





나는 거칠게 손사래를 저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이 제한으로 지원할 수 없는 항공사가 얼마 전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이 들자 답은커녕 나도 모르게 한숨이 먼저 튀어나와버리고 말았다.



무심코 내뱉어버린 실수에 잔뜩 당황하여 급하게 주변을 살폈다. 그녀는 나의 이런 한숨이 재미있다는 듯 깔깔 웃고 있었다. 그리고는 이걸로 충분한 답이 되었다며 이해해 주었다. 무척 다행이었다.



한숨이 만든 웃음 때문이었을까, 같지는 않지만 크게 다르지도 않은 나이에 대한 공감 덕분이었을까. 어느새 나는 그녀를 언니라 부르며 따를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다. 이는 나뿐만이 아니었다. 그녀 또한 한결 편한 모습으로 이따금씩 사투리를 섞어 쓰기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 2

사실 처음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모든 한국인이 한국인과의 만남을 반기지 않는단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심지어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반가움을 표현했을 뿐인데 인사를 나누기 전보다 못한 사이가 되는 것도 보았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이러한 이유만으로 반가움을 표현하는 일은 가급적 하지 않게 되었다. 때문에 그녀가 한국인임을 알았을 때 걱정이 앞서 마냥 반가워 할 수만은 없었다.



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걱정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그녀에게서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는 듯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적이 같은 덕분에 거리낌 없이 가까워졌다. 이 낯선 곳에서의 짧은 여정 중에 낯설지 않은 인연을 알게 될 수도 있다니. 대화가 길어질수록 그 사실에 정말 감사하게 되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이러한 생각을 언니에게 털어놓았다. 그리고 언니는 말을 잇지 못하더니 갑자기 숨이 넘어갈 듯 웃기 시작했다. 겨우 한 번의 숨을 참아낸 듯한 언니는 말을 이었다.





“무슨 소리야!

나야말로 처음에 똑같은 생각으로 눈치 보다가

너 보고 마음 놓은 거야. 그런 사람이 아닌 거 같길래.”





알고 보니 둘 모두 같은 국적이라는 이유로 눈치를 보며 누구보다 조심히 상대를 대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둘 중 누구도 서로가 눈치를 보는 줄 알아차리지 못했다.



국적에 대한 거리감 또한 마찬가지였다. 국적에 관계없이 사람을 반긴다는 걸 상대로부터 먼저 느꼈기에 마음을 열 수 있었다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어떻게 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건지 모르는 일이었다.



받는 사람만 알아차릴 수 있는 시그널이 존재하기라도 했던 것일까. 설명할 수 없는 레이다와 시그널이 가득하던 한국인 룸메이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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