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오버에서 소비를 할 때면 특별히 만날 사람도, 약속도 없는데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미래를 그렇게 챙긴다. 언제부터 그렇게 주변에 살가운 사람이었길래.
정해지지도 않은 다음 4일 오프를 기대하며, 나보다는 나의 캐리어에 관심을 보일 가족들을 떠올리며, 예정에도 없는 친구와의 갑작스러운 만남을 대뜸 상상하며 소비한다.
몸에 좋다는 각종 영양제, 쓰지도 않던 종류의 화장품, 맛있다고 소문난 과자, 언제 다 쓸지도 모르는 핸드크림 등을 종류별로 여러 개씩 담고는 고민에 빠진다. 너무 적게 산건 아닐까 하고.
심지어 한국에서는 구매 전 꼬박 찾아보던 성분도 레이오버에서는 따지지 않는다. 그 유명세를 직접 확인하겠다는 미지의 호기심과 언제 다시 올지 모른다는 현실적인 생각에 일단 넣고 보는 것이다.
한 두 개씩 넣다 쌓여버린 장바구니를 보며 적당히 사야지 하다가도, 매대를 털어가다시피 하는 주변의 중국인 관광객을 보면 소비의 위안을 얻곤 한다.
그러다 물건들이 빼곡히 늘어진 영수증을 받고서야 이 소비가 그리 적당하진 않았음을 깨닫는다. 하지만 상품의 한국 판매가를 확인해보곤 소비로 절약을 한 것과 다름없다며 또다시 만족을 느끼는 것도 금방이다.
나는 레이오버에서 아무것도 아닌 것 혹은 조금 비싼 것들에 기꺼이 지갑을 꺼내 들지만, 일상에서는 우버의 most demand 요금이 2 리얄이라도 내려갈 때까지 새로고침을 한다.
한국에서는 수수료가 들지 않는 ATM을 골라 현금을 인출하면서도, 레이오버에서는 수수료를 생각하기도 전에 회사 체크카드를 먼저 긁는다.
무엇을 위해 일상에선 해피아워에 맞춰 친구들과 한 잔 하고, 조금이라도 더 걸어가 수수료가 1원이라도 낮은 곳에서 환전을 하려고 하는가?
레이오버에서 담은 만큼 길어진 영수증과 함께 가게를 나서며, 일상의 절약은 궁극적으로 일상을 벗어난 모든 소비들을 위한 것이 아닐까라는 갑작스러운 사색과 함께, 절약과 소비의 상대성에 대하여 뜬금없이 고민하는 것이다.
* 레이오버: 비행으로 간 목적지에서 체류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