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억 유학비와 공직 사회의 윤리적 붕괴
영국이 마차 산업이라는 구시대의 기득권을 보호하려다 자동차 혁신을 잃었듯이, 현대 대한민국 사회의 엘리트 카르텔은 '시스템의 안정'과 '합법적 유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혁신과 공정성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제2부는 이들이 내건 세 가지 '무형의 깃발'이 어떻게 공공 시스템을 사유화하는지 분석했습니다.
1. 회전문이라는 깃발: 고위 관료가 퇴직 후 자신이 감독하던 기관에 재취업하는 '회전문 인사'는 현직 관료에게 미래의 고액 연봉을 보장하는 보험입니다. 이 깃발은 능력과 경쟁 대신 연줄과 재취업을 공직 생활의 목표로 삼게 만들어, 공직 사회의 본질적인 공공성을 훼손합니다.
2. 대가성이라는 깃발: 김영란법의 원안을 무력화시킨 '대가성 입증' 요구는 카르텔이 주고받는 포괄적이고 은밀한 이익을 법적으로 방어하는 방패 역할을 했습니다. 이 깃발은 윤리적 문제를 법적 문제로 국한시키고, 합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패를 지속할 수 있게 만듭니다.
3. 책임 분산이라는 깃발: 관피아의 분업 구조는 이익은 공유하되 책임은 모호하게 분산시킵니다. 대형 참사나 금융 사고가 발생해도, 각 개인은 자신이 전체 구조의 일부 기능만 수행했다는 이유로 처벌을 회피합니다. 이 깃발은 공공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하면서도, 정작 책임져야 할 개인들은 처벌로부터 자유로운 시스템적 면책을 누리게 합니다.
이 세 가지 무형의 깃발은 결국 엘리트 카르텔이 공적 시스템을 사유화하는 비용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구조입니다.
카르텔이 지키는 것: 자신들의 퇴직 후 이익, 세습되는 특권, 그리고 처벌로부터의 면책입니다.
국가가 잃는 것: 해피아(세월호) 사례에서 보듯 국민의 안전을, 금피아(부산저축은행) 사례에서 보듯 시장 경제의 공정성을 잃습니다. 나아가 청년 세대의 기회와 시스템에 대한 신뢰라는 미래의 자산까지 소진됩니다.
엘리트 카르텔의 폐쇄적 네트워크는 혁신과 공정성이라는 새로운 시대의 동력을 가로막는 현대판 적기조례입니다. 이 깃발을 내리지 않는다면, 영국이 엔진 기술의 패권을 독일에 내주었듯이, 대한민국은 사회적 자본과 미래 성장 동력을 특권층의 이익에 의해 잃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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