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0 시대, 가치 동맹의 종말과 냉혹한 거래의 시작
'세계 경찰'의 은퇴와 '요새 미국'의 탄생
지정학(Geopolitics)에서 지도는 곧 운명이다. 그런데 2025년, 미국은 자신의 운명이 담긴 지도를 다시 그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국가안보전략(NSS)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바로 '서반구(Western Hemisphere)'의 재발견, 아니 '요새화(Fortress)'다.
과거 미국에게 라틴아메리카는 소홀히 해도 되는 '뒷마당(Backyard)'이었다. 하지만 중국 자본이 그 틈을 파고들자, 트럼프는 이곳을 미국의 생존이 걸린 '앞마당(Front Yard)'으로 격상시켰다. 북쪽의 그린란드부터 남쪽의 아르헨티나까지, 대륙 전체에 빗장을 걸고 "외부 세력은 나가라"고 외치는 이 선언은 19세기 먼로 독트린의 부활이자, 훨씬 더 공격적인 '신(新) 먼로주의'의 서막이다.
미국이 서반구에 집착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유라시아 대륙의 골치 아픈 분쟁—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사태—에서 발을 빼고, 본토 방어와 공급망 내재화에 올인하겠다는 '거대한 철수 작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멕시코와 캐나다, 남미를 묶어 거대한 '미주 블록 경제'를 완성하려 한다. 아시아의 공급망이 끊겨도, 이 요새 안에서 자원부터 제조, 소비까지 모든 것이 자급자족 되는 완벽한 시스템을 꿈꾸는 것이다.
이 '요새 미국(Fortress America)'의 탄생은 태평양 건너 한국에게는 악몽과도 같다. 집주인이 대문을 걸어 잠그고 집 안 단속에만 집중하는데, 담장 밖에서 "도둑 좀 쫓아달라"고 소리쳐봐야 들릴 리 만무하다. 미국이 서반구 방어에 자원을 집중할수록, 한반도를 포함한 아시아의 안보 공백은 필연적이다.
문이 닫히고 있다. 문 밖에서 울고 있을 시간이 없다. 우리는 닫히는 문틈 사이로 발을 집어넣거나, 아예 그 요새 안으로 들어갈 티켓을 끊어야 한다. 멕시코와 캐나다를 우회로로 삼아 '북미산(Made in North America)' 라벨을 획득하고, 중국이 축출된 남미 시장에서 미국의 파트너로서 빈자리를 채우는 것. 그것만이 닫힌 문 안쪽의 미국과 계속해서 손을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생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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