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너무 비싼 미래를 샀다 - 6

AI 거품과 각자도생의 청구서

by Gildong

제6화. 반(反) 엔비디아 연합군과 삼성의 무기


독립을 꿈꾸는 빅테크와 유일한 병기창


젠슨 황(Jensen Huang)의 트레이드마크인 검은 가죽 재킷이 번쩍일 때마다,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CEO들은 겉으로는 박수를 보내지만 속으로는 칼을 갈고 있다.


엔비디아의 GPU는 너무 비싸고, 구하기도 힘들며, 전력도 무자비하게 잡아먹는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같은 거인들이 언제까지나 엔비디아의 구매 대기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을'의 위치를 감내할까? 절대 그렇지 않다.


그들은 지금 조용하지만 거대한 '반(反) 엔비디아 연합'을 결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반란의 성패를 쥔 열쇠는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밸리가 아닌 대한민국, 삼성전자의 손에 쥐어져 있다.


내 밥은 내가 지어 먹겠다 : 커스텀 칩의 반란


빅테크 기업들의 목표는 명확하다. '탈(脫) 엔비디아'다. 범용 GPU인 H100은 훌륭하지만, 특정 서비스에는 불필요한 기능까지 포함된 '비싼 과잉 스펙'일 수 있다. 그래서 이들은 자기 서비스에 딱 맞는 뇌, 즉 '커스텀 칩(ASIC/NPU)'을 직접 설계하기 시작했다.


구글은 일찍이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만들어 자사의 AI 모델을 돌리고 있고, 테슬라는 자율주행을 위한 슈퍼컴퓨터 '도조(Dojo)' 칩을 설계했다. 메타(Meta)와 아마존(AWS) 역시 자체 칩 개발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다. 엔비디아에게 바치는 막대한 마진, 이른바 'AI 세금(Tax)'을 거부하겠다는 조세 저항이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수직 계열화하여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생존 전략이다. 바야흐로 '설계 독립'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반란군에게 무기는 누가 대주는가


문제는 설계도가 있어도, 이를 실물로 찍어낼 공장이 없다는 점이다. "파운드리 1등인 TSMC에 맡기면 되지 않나?"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TSMC의 최선단 라인은 이미 '적장'인 엔비디아와 애플이 예약해 놓은 상태다. 후발주자인 구글이나 테슬라가 비집고 들어갈 틈이 좁다.


게다가 경쟁자인 엔비디아와 같은 공장에서 칩을 만드는 것은 찜찜한 일이다. 내 칩의 설계 정보나 출시 일정이 경쟁자와 겹치는 라인에서 돌아간다는 것은 전략적 리스크다. 반란군에게는 그들만의 안전한 병기창(Arsenal)이 필요하다.


이 지점에서 삼성전자의 가치가 재발견된다. 삼성은 단순한 '2등 파운드리'가 아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메모리(Memory) - 파운드리(Foundry) - 패키징(Packaging)'을 한 지붕 아래서 모두 해결해 줄 수 있는 회사다.


이것이 바로 삼성만의 필살기, '턴키(Turn-Key)' 솔루션이다.


삼성, 반란군의 병기창이 되다


빅테크 입장에서 삼성의 턴키 전략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TSMC에 맡기면 칩은 대만에서 만들고, 메모리는 한국에서 사 와서, 패키징은 다시 다른 곳에 줄을 서야 할 수도 있다. 공급망이 복잡해지면 리드타임(Lead time)은 길어지고 비용은 오른다. 하지만 삼성에 맡기면 이 모든 과정이 원스톱으로 끝난다. 삼성은 이를 통해 제품 출시 기간을 최대 20% 단축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열쇠만 돌리면(Turn-Key) 바로 작동하는 무기를 주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가 자사의 차세대 AI 칩 생산을 위해 삼성을 선택했다는 소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테슬라 같은 기업에게 삼성은 'VIP 대접'을 해주며 귀한 HBM 메모리 수급까지 보장해 주는 최고의 파트너다.


엔비디아의 독주가 계속될수록, 그 반대편에 선 연합군의 규모는 필연적으로 커질 것이다. 그리고 그 연합군이 무기(칩)를 조달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강력한 대안은 삼성전자다.


지금 당장의 수율 논란이나 주가 등락에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다. '반 엔비디아'라는 거대한 흐름이 존재하는 한, 삼성의 파운드리는 결코 망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복잡한 난세야말로, '모든 것을 다 가진(IDM)' 삼성만이 보여줄 수 있는 '양수겸장(兩手兼將)'의 무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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