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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씀 Mar 13. 2023

대만여행을 다녀와서

타이베이에 다녀와서 든 생각의 조각들



어딜 가도 두리번 거리고, 

미어캣처럼 경계하고,

뭐 하나 보면 잡생각이 너무 많아서,

조금만 외출해도 아주 피곤한 저입니다.



8박9일간의 긴 여행을 다녀오고, 

생각보다 더 피곤했습니다.

역시 집이 제일 안전해.



그래도... 대만을 여행하며 

두리번 두리번 하던 중,

저의 사고를 조금 더 

확장시키는 풍경들이 있었습니다. 



깊이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짧게 공유하고 싶은 욕심에 

글로 남겨 봅니다.










1. 잘은 모르지만, 대만의 노동환경이 더 안전한 것 같습니다.




타오위안 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로 들어가는 열차 안에서,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공항을 조금 벗어나니, 산도 보이고, 산업단지도 보이고, 도시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건설 중인 건물도 많이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공사 중인 건물 주변을 (파란색 무언가로) 촘촘하게 감싼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건축 전문가도 아니고, 아는 것도 없습니다. 다만 보기에 "저 공사장에서 위험한 물건이 떨어지진 않겠구나", "공사장에서 사람이 떨어질 일은 없겠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장 주변을 (파란색 무언가)가 촘촘히 감싸고 있었습니다.







여행 둘째날 아내와 까르푸를 갔습니다. "뭐 살래?"라고 묻는 밍이. 장난으로 눈 앞에 보이는 흰색 안전모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 순간은 둘 다 웃고 넘겼는데요. (근데 솔직히 정말 판매하는 안전모인 줄 알았습니다)



과자코너를 구경하고 지나는 길, 아까와 같은 안전모를 봤습니다. "왜 안전모를 과자코너에 팔지?"라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둘러 보고 아차 싶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까르푸 매장은 층고가 높고, 아래는 상품을 진열하고, 위에 재고를 쌓아두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안전모는 까르푸 직원들이 재고를 꺼내기 위해 사다리에 오를 때 착용하는 용도였습니다.



다만, 대만 여행 중 까르푸에서 안전모를 착용하는 직원은 못봤습니다 :)



대만의 건축 & 노동 관련 법은 모르고요. 대만의 현실도 잘 모릅니다. 다만 꼼꼼하게 포장된 공사현장과 까르푸 안전모를 봤을 때 "대만은 조금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이구나"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2.단수이강의 모래사장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촬영 장소인 단수이 구와 '바리 보할머니 오징어튀김' 유명한 바리(八里)구 사이에는 단수이 강이 있습니다. 우리 부부는 바리 구를 구경하고 단수이 구를 넘어갈 생각이었습니다.



바리 구는 미국 서부 같기도 했고(밍이 의견), 서울 한강 같기도 했습니다. 즉, 엄청 깨끗하고 이쁘게 관리되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평일임에도 사람이 많았습니다. 강변을 둘러 봤지만 바리 구 강변은 낯익을 뿐, 낯선 설레임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여기 오래 있을 이유가 없다' 판단하고 이동하려던 찰나, 눈앞에 강변의 모래사장이 보였습니다. 강가에 모래사장? 단수이강이 바다와 만나는 하구이기는 하지만, 모래사장이라니. 예전 한강도 모래사장이 있었고, 강 수위도 낮아 여름에는 사람들이 휴양을 즐겼다고 듣기는 했습니다만. 저는 강변의 모래사장은 단수이강에서 처음 봤습니다. 



모래 주변에서는 아이들이 놀고 있었고, 그 뒤에는 어른들이 앉아있었습니다. 바리 구 강변이 설레지 않는다는 말은 취소해야 했습니다. 물과 아스팔트 사이에 약간의 모래일 뿐인데. 모래 덕분에 사람은 물에 다가갈 수 있었고, 공포스럽지 않았습니다. 한강에도 조금의 모래사장이 있었다면, 단수이 같은 풍경을 느낄 수 있을텐데요.





3. 매연은 어디서 오는가




베트남에도 오토바이가 정말 많았지만, 대만에도 오토바이가 정말 많았습니다. 덕분에 머리 지끈할 정도로 매연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여행 초반에는 몰랐지만, 후반부에는 머리도 아프고, 눈도 충혈되고, 콧물이 나왔습니다.



시립미술관을 구경하고 신호등을 기다리며 밍이에게 한마디 건넸습니다. "우리나라는 경유차를 점진적으로 줄이고 있잖아. 대신 그 경유차들이 다른 곳으로 수출되고, 또 다른 곳으로 수출되겠지?" 



동화책에서 보길, 어떤 나라의 어린이들은 배터리에 들어가는 코발트를 채굴하며 착취당한다고 합니다. 또 버려진 배터리나 가전제품은 어느 나라에서 폐기물 산을 이루고, 누군가를 아프게 한다고 합니다. 



오토바이 - 매연 - 경유차 - 배터리 - 코발트 - 착취 - 쓰레기산- 환경질환

시립미술관에서 전철역까지 걷는 20분 동안 별 생각을 다했습니다.





4. 대만 호텔의 욕조는...


여행 전, 밍이가 건식 수세미를 주문했습니다. 많은 호텔의 욕조가 눈에 보이지 않는 때가 있을 수 있다며, 수세미를 가지고 가면 좋다는 글을 봤다는 이유에서.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호텔 체크인 후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음, 왜 곰팡이가 있지' 대만에서 두 곳의 호텔에 묵었는데, 옮길 때마다 욕실을 닦아야 했습니다. 첫 호텔은 5성급, 두 번째는 4성급이었는데. 이유가 뭘까요?



글을 쓰면서 아내와 이야기하다 알게 된 내용. 국내 특급 호텔로 불리는 몇몇 곳에서도 욕조 물때가 종종 발견된다고 합니다. 대체 왜 그런 걸까요?





5. 내 부모님도 미술관에서 일하면 좋겠다.




타이베이 시립 미술관에는 검은 양복을 입은 어르신들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몇 분은 창구 업무, 몇 분은 락커, 그리고 다른 분들은 전시 안내 역할로 미술관 곳곳에 계셨는데요. 차분한 표정에 말끔한 어르신들을 보며, "내 부모님도 은퇴하면 저런 일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문화예술정책에 대해 아는 것은 없는데요. 그냥 부러웠습니다. 





6. 대만에서는 짧은 중국어를


아내 = 밍이



저는 외국어를 못합니다. 다행히 밍이가 영어와 중국어를 할 줄 아는데요. 그래서 대만도 마음 편하게 갔습니다. 실제로 저는 늘 밍이 뒤에 숨어 있었고, 밍이가 모든 일을 처리했습니다.



대만에서 만난 거의 모든 분들은 기본적으로 호의적이었고, 친절했습니다. 아마 제가 이렇게 느낀데는 언어가 꽤 큰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짧게라도 먼저 중국어로 말했을 때, 대만 분들의 표정이 달랐습니다.



중국어를 말하니 대부분 깜짝 놀라는 반응이었고, 웃으며 답변해 주시고, 먼저 나서서 도와주기도 하셨습니다. 그리고 부족한 발음이나 성조를 수정해주기도 하셨고요. 



여행을 가기 전, 그 나라의 언어를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간다면 여행이 더 풍요로울 수 있다는 것을 실제로 느끼고 왔습니다.








본 매거진에 삽입되는 내용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네이버 블로그의 내용과 중복될 수 있습니다. 혹 다른 사이트에서 찾으신다면 동일 인물입니다 :)



앞으로 본 매거진에서는 아내와 여행을 다니며 있었던 일, 생각을 적을 예정입니다. 자주는 아니어도 꾸준히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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