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동안 몸의 신호에 따라 생활했다. 오전에는 대체로 누워서 지냈고 잘 먹고 잘 자는 게 최우선이었다. 지난주부터 머리가 맑아지고 몸이 가벼워져서 오전 시간을 다르게 보내기로 했다.
캘리그래피를 다시 시작했다. 글벗으로 알게 된 화몽님이 운영하는 모임이다. 긴 호흡으로 3개월간 진행한다고 해서 신청했다. 시작해도 이어지지 않으면 잠깐의 경험으로 끝나서 아쉬웠는데 3개월이면 꾸준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보다 과제도 매우 적어서 만족스럽다. 가볍게 매일~ 좋다.
첫날, 밥을 먹고 캘리그래피를 끝냈는데도 여전히 오전이었다. 장을 보러 가기 전에 잠깐 책을 읽었다. <산책 좋아하세요?>라는 책으로 초록을 좋아하는 저자의 이야기가 편하게 다가왔다. 인상 깊은 구절을 필사하는 것도 다시 시작했다. 머리가 맑아져서 글을 읽고 소화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쁨이 차오르는 시간이다.
오후에는 여느 때와 비슷한 시간을 보냈다. 엄마와 장을 봤고 조카들과 간식을 먹었으며 함께 공부했다. 보드게임도 했다.
오전 시간을 지난주와 달리 보낸 덕에 오늘 하루가 매우 길다. 마치 이틀을 산 기분이다. 얼마 만에 이런 기분을 누리는 건지. 충분히 쉬려고 노력했던 몇 달 동안, 가끔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는 생각과 나 혼자만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그런데 오늘 오전에 하고 싶은 활동을 하며 여유롭게 보냈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책을 읽고 모임에 참여하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거나 나 혼자만 고립되어 있다는 쓸데없는 생각은 저 멀리 사라지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