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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망 Sep 17. 2022

외로움 대신 고독

산책 좋아하세요?

'산책'과 '초록색 표지가 마음에 들어 읽게 된 책이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는 초록이 좋다. 봄에 막 피어나는 연둣빛 잎들을 찬찬히 살펴보는 것도 좋고, 시시각각 진해지는 나뭇잎들을 매일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그러다가 어느 날 고개를 들어 올려다본 나무숲에서 반짝이며 쏟아지는 햇살도 좋다. 아파트 단지에서 나가면 나오는 작은 도로는 '수목원'이라고 이름 붙였을 정도로 키 큰 나무가 많다. 오래된 아파트라 낡은 곳이 많지만 나무가 많다는 건 참 좋은 점이다. 나무 덕에 맑은 공기를 마시며 매일 새들의 지저귐을 들을 수 있다. 그 길을 걷고 있노라면 방금 고민했던 일들이 희미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산책 좋아하세요?>는 작가의 어린 시절을 지나 제주에서의 삶이 잔잔하게 그리고 있다. 어릴 적 아빠와 걸었던 길, 가족들과 산책했던 곳을 이야기할 때는 단란하고 편안해 보이는 가족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소 짓게 된다. 그녀도 초록을 좋아한다. 그림 작가인 그녀의 작품이 책 곳곳에 있는데, 초록 풍경 속에 혼자 있는 사람 그림이 많다. 편안한 자연 속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는 듯한 그림은 나에게도 평안을 준다. 글이 가득한 책을 좋아하지만, 이 책은 그림이 좀 더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편안하게 서술된 글을 읽으며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함께 산책하는 기분이 든다. 


후반부에는 제주도에서의 삶이 등장해서 마음을 두드린다. 제주도는 어디든 좋다. 초록 가득한 제주도 곳곳을 산책하는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가봤던 곳은 추억을 떠올리게 되고 가보지 못한 곳은 꼭 가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된다. 초록과 제주도와 산책.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가득 담겨 있는 책이니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온전히 걷는 일에 의미를 두면 마음에 쌓아둔 모든 것이 잠시 보잘것없어진다. 
<산책 좋아하세요?> p.109


혼자 걸으며 이런저런 고민을 정리하는 사람이라면, 외로움 대신 고독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산책 좋아하세요?>에서 공감과 위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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