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까지 가자>는 <일의 기쁨과 슬픔>의 저자 장류진의 첫 장편소설이다. 한참 코인 붐이 일던 시기에 추천받았다. 도서관에서 대여가 어려워서 잊고 있다가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해서 빌려왔다. 생생한 인물 묘사와 빠른 전개, 많은 이들이 공감할 만한 현실적인 스토리로 창비 <문학 3> 웹진과 '스위치' 연재 당시 큰 호응을 얻었다고 한다.
마론 제과에서 일하는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은 경력과 나이는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했다. 이들은 비공채 출신이자 흙수저로, 내일에 대한 희망 없이 매일을 사는 이들이다. 어느 날 은상 언니가 가상 자산 투자를 같이 하자고 한다. 그녀는 이미 꽤 많은 돈을 넣었고, 자산을 불려놓은 상태였다. 은상이 선택한 코인은 이더리움. 돈에 밝은 은상은 나름 이더리움에 대해 공부했고, 비트코인을 보며 이더리움도 오를 거라는 확신이 있었다.
"난 이게 우리 같은 애들한테 아주 잠깐 우연히 열린, 유일한 기회라고 생각해." <달까지 가자> p.102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다. 코인은 무기력하게 매일을 살아내는 젊은이들이 희망을 걸 수 있는, 어느 정도 부를 손에 쥘 수 있는 특별한 기회라고. 기대 없이 책을 펼쳐 들었는데 단숨에 읽었다. 너무 재밌다. 술술 읽히는 문체이기도 하지만 내 경험과 비슷해서 크게 공감했다.
처음 코인에 돈을 넣었을 때의 쿵쾅거림, 10만 원이 11만 원이 되는 기적. 처음 코인 계좌를 만들었을 때부터 매일 마음의 롤러코스터를 타던 시기가 떠올랐다. 친구가 재미 삼아해 보라며 코인 계좌를 개설해 줬고 이름이 재미있는 코인을 매수해 줬다. 사면서 매도까지 걸어놨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팔려 있었다. '이게 뭐야.. 정말 도박이네.' 그렇게 생각했다. 한 달 정도는 도박을 하듯, 아침에 오를 만한 코인을 찍어서 매수했고 몇 프로 수익이 나면 팔았다. 코인을 선택하는 기준은 없었다. 그저 그날 내키는 코인, 호가 창을 보며 오를 것 같은 코인을 샀다.
10만 원이 아니라 100만 원, 1000만 원을 넣었더라면..이라는 공상을 자주 했다. 24시간 카지노에 입성해서 매일 코인 룰렛을 돌렸다. 당시 코인은 나에게 도박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그래서 조금만 떨어져도 불안했고 조금만 올라도 불안했다. 투자금 10만 원을 100만 원으로 늘렸고, 계좌는 불어났다 줄었다를 반복했다. 결과는 뻔하다. 결국 투자금의 10%를 잃고 후다닥 빠져나왔다.
나는 이렇게 빠져나왔는데 은상을 비롯한 세 주인공은 큰돈을 벌었다. 부럽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조금만 공부했더라면..이라는 후회가 든다. 하지만 지난 경험을 되돌아볼 때, 나는 다해나 지송이처럼 목표를 정해두고 매도하지 못했을 것 같다. 더 오를 것 같다는 생각, 더 많이 벌고 싶다는 욕심은 매일 부풀어 오르기만 했다. 어찌 보면 그러다가 펑~하고 터져버린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지금은 나름 정보를 찾아보며 공부 중이고, 정기적으로 비트코인을 매수하고 있다.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 중에 미래가 유망하다고 생각하는 코인도 하나 매수했다. 요즘 코인이 사라질 것 같은 분위기지만, 나는 코인 시장이 망할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초기 시장이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꾸준히 공부하며 소액을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이다.
"나는 열심히 하지 않고도, 노력하지 않고도, 여윳돈을 손에 쥐고 싶었다. 조금만 더 넉넉하게 살고 싶었다. 문자 그대로 일확천금을 꿈꿨다. 월급만으로는 부족했다. 내게는 더 많은 돈이 필요했다. <달까지 가자> p.249
코인을 하면서, 돈에 별 관심이 없다고 생각했던 내가 우스워졌다. 나는 사실 돈을 좋아한다. 다해의 말처럼 열심히 하지 않고도, 노력하지 않고도 큰돈을 손에 쥐고 싶었다. 코인으로 도박을 하면서 돈을 잃었지만, 그 경험은 나의 솔직한 마음을 들여다보는 귀한 시간이 되었다. 그동안 내가 돈을 대하던 태도는 뒤틀려 있었다. 돈이 좋은 건 알겠지만 돈을 좇고 싶지는 않다는 마음이었다. 돈을 좋아하고 원하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만으로도 돈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졌다.
<달까지 가자>는 몇 년 동안 세계적으로 불었던 코인 열풍, 그 안에 숨어 있는 이들의 욕망과 현실을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코인을 경험한 이들은 격하게 공감할 것이고, 경험하지 못한 이들은 이 작품을 통해 젊은이들이 코인에 열광했던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