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석미 그림 에세이
<먹이는 간소하게>는 노석미 작가의 그림 에세이다. 노석미 작가는 <매우 초록>이라는 책으로 알게 되었다. 초록 가득한 그림과 자신을 잘 아는 사람만이 풍기는 편안함으로 가득해서 꽤 아껴가며 읽었던 기억이 있다. 요즘 평일 저녁엔 꼭 집밥을 해 먹으려고 노력하는 중이라서 <먹이는 간소하게>라는 제목에 끌렸다. 무엇보다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라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자마자 냉큼 빌려왔다.
조금 수고롭더라도 가능한 범위 안에서 음식의 재료를 직접 키우고 요리해서 먹고살고 싶다. 먹이가 어디서 왔는지, 그 먹이를 어떻게 요리해서 어디에 담아서 어느 곳에서 누구와 함께 먹는지, 그런 것들이 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먹이는 간소하게> p.14
'음식'이나 '요리'가 아닌 '먹이'라는 표현을 자주 쓰는 것은 소박하다거나 간소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이 먹고사는 일이 동물의 그것에 비해 특별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먹이는 간소하게> p.14
노석미 작가는 시골 마을에서 작업실을 꾸려 살면서 작은 규모의 밭농사를 짓는다. 직접 키운 식재료로 요리해 먹는 것들을 4계절로 나눠 그림과 함께 소개한다. 레시피는 대체로 간단하다. 이를테면 냉이무침의 레시피는 다음 사진과 같다. 냉이를 뿌리째 캐서 씻고 데친 뒤, '들기름, 된장, 고추장 조금씩과 오미자 효소'를 넣고 조물조물 무친다. 밭에서 직접 캔 냉이의 향이 입안 가득 퍼질 것 같은 단순한 레시피다.
그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언젠가 시골에 내려가 직접 기른 식재료로 음식을 해 먹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실제로는 그럴 생각이 없는데도 말이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는 시골에 대한 로망이 없다. 무엇보다 농사가 힘겹다. 얼마 전부터 동생이 텃밭을 가꾸면서 꽤 즐겁다는데, 나는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시골에서 살게 된다 해도 농사를 지을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나도 한번?'이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걸 보면, 노석미 작가의 글과 그림은 내 취향을 건드리는 작품임에 틀림없다.
귀엽고 편안한 그림과 에세이, 침이 고이는 음식들이 힐링의 시간을 선물한다. 영화 '리틀 포레스트'가 생각나는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