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쫄쫄이 성장기 (9)
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대학 합격자 발표날의 에피소드가 나오면 아들은 이제 이렇게 말한다.
“흠… 그러니까…
엄마가 해준 거는,
나 한테 뭘 해라, 뭘 하지 마라 간섭하지 않은 것.
네 인생 네가 사는 것이니,
네가 하고 싶은 대로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
아들이 꿈보다 해몽을 멋지게 해주어서 고맙다. 그러나 솔직히 생각해 보면, “엄마가 해준게 뭔데!” 라는 말에는 쫄쫄이의 진심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아이 교육에 열과 성을 다했던 다른 엄마들 같지 않았기에.
‘엄마는 바빴었다고,
그리고 엄마는 어렸을 때, 알아서 스스로 했기에
너희들도 알아서 할 거라고 생각 했어’
라고 핑계를 대 본다. 그러나, 내가 무엇이라고 핑계를 대든, 쫄쫄이는 바쁜 부모, 혼자 잘난 엄마 밑에서, 저 혼자 난관을 헤쳐가며, 스스로 성장한 것이다.
아들, 미안하고 고맙다!
생각해 보면, 대체로 성취 지향적이었던 나는 세상의 인정을 갈구하며 나의 타고난 에너지 이상으로 바삐 살아왔다. 이 세상을 소풍 나온 사람처럼 즐겁게 사는 게 아니라, 목표를 향해 노심초사 했다고나 할까! 그래서 아이들은 좀 낙천적으로, 소소한 행복을 누리며 편하게 살기를 바랬었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아이가 지나치게 경쟁에 내 몰리는 것을 원치 않았다.
다행히 부족한 엄마 밑에서도 쫄쫄이는 스스로 잘 컸다. 그런데, 아이들 둘이 어른이 되고 보니, 부모 못지 않게 성취 지향적인 젊은이들이 되어 있다. 그래서 가끔씩 막연한 걱정을 한다. 이루고 싶은게 많은 내 아이들이 성장 한계에 다다른 한국 상황에서 겪게 될 지도 모를 목마름을 염려한다.
너무 앞 만 보며 달리기 보다, 일과 삶이 균형을 이루어 일상의 소소한 기쁨을 누리며 충만한 삶을 살아 갔으면 하고 바래 본다. 다행히도 아들은 서른을 넘기며 삶의 균형을 찾아 가고 있는 듯 하다. 종종 먼 곳으로 여행을 다니고, 바다와 물을 즐기고, 고양이 H군을 사랑한다. 고기도 잘 굽고… 좋아하는 막걸리 브랜드도 생기고… 그래서 조금씩 마음을 놓는 중이다.
장난꾸러기 쫄쫄이는 이제 믿음직한 어른이 되었다. 조만간 자기 가정도 꾸리게 될 것이다. 가슴에 하고 싶은 것을 품고, 그 꿈을 쫓아 인생의 바다를 씩씩하게 항해하기를!
(대문 사진 출처: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