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무Y Dec 18. 2023

라호야 비치에서 영화찍은 날

- 쫑쫑이 성장기 (6), 2005년 6월 어느날

라호야 비치에서 영화 찍은 이야기


    2005년에 방문연구원으로 UC Davis에서 일년을 체류하게 되었는데, 그 무렵 남편은 일이 몹시 바빴다. 하여, 나 혼자 아이들 둘을 데리고 캘리포니아 북부 데이비스에서 일년을 살았었다. 


    그해 여름 휴가로 우리 곁으로 날라온 남편과 함께 네 가족이 캘리포니아 남쪽 지역으로 여행을 갔다. 샌프란시스코를 거쳐 서부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1번 도로를 타며, 산타클라라, LA 등을 거쳐, 샌디에이고에 살고 있던 친구 Y네 집에 몇일 머무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 Y의 추천을 받아 라호야 비치로 놀러 나갔다. 사람은 제법 많았지만, 물은 더없이 맑았다. 쫄쫄이와 쫑쫑이는 바다에 들어 갔다가, 모래 놀이를 하다가 하며 즐겁게 놀고 있었다. 나와 남편도 라호야 비치의 평화로운 분위기에 취해, 잠시 시간을 잊었다. 

라호야 비치에서 놀고 있는 쫄쫄이와 쫑쫑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코 앞에서 모래 놀이를 하고 있던 쫑쫑이가 보이지 않았다. 깜짝 놀라 여기 저기 해변을 뒤지고 다녔지만 아이는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해변에 사람들은 많고,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아빠와 쫄쫄이는 쫑쫑이가 마지막으로 목격되었던 주변을 찾아 헤매고, 나는 해안 안전요원을 찾아가서 아이 찾는 방송을 해 달라고 요청했다. 저절로 목소리가 떨리며 울먹거려 안전요원과 대화가 어려웠다.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았다. 1분 2분 ... 10분, 흐르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졌다. 엄마 잃은 아이가 낯선 외국인들 사이에 혼자 있는 모습도 떠오르고… 온갖 불길한 생각들이 두서없이 떠올랐다. 어찌나 무서운지 정신줄을 놓을 지경이었다. 그 와중에 누군가 Y네에 연락을 했는지, 그들 부부도 득달같이 달려왔다. 그렇게 안절 부절하고 있는데 쫄쫄이가 어디선가 쫑쫑이를 발견해서 데리고 왔다. 그냥 근처 비치에 앉아서 모래 놀이를 하고 있더라는 쫑쫑이는 까맣게 탄 얼굴이 반짝반짝, 그냥 해맑았다.


        ‘아이고,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앞으로 아이들 잘 키우고, 착하게 살께요!’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쫑쫑이를 꼭 끌어 안았다. 


    그렇게 라호야 해변에서 영화 한편을 찍었더랬다. 울고 불며…부들 부들 손을 떨며... '누가 이 아이를 못 보셨나요?' 라는 영화를!

쫑쫑아~ 어디 있었어~~~


 쫑쫑아, 자나깨나 물 조심!


    강원도 해변에서도 더 어린 쫑쫑이를 잃어버리고 난리를 쳤었다. 아마 쫑쫑이 유치원 다닐 무렵이었을 게다. 여름 휴가로 대구 형님네와 같이 강원도 고성 어디 해안을 갔었다. 


    바닷가 파라솔에 앉아 무심히 먼 바다를 내다보고 있다가, 문득 아이가 곁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순간 머리 속이 하얘지는 기분이었다. 아이가 눈에 보이지 않으면, 왜 온갖 무서운 생각만 떠오르는지… 목이 터져라 쫑쫑이를 부르며, 해변을 헤매고 다녔는데, 엄마 눈에는 도무지 아이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거의 정신줄을 놓을 것 같았다. 그 때는 큰 아빠가 근처 어디선가 아이를 찾아 나에게 데려 다 주셨다, 그때도 가슴이 벌벌 떨리고, 온 세상이 그냥 하얗게 물러 앉는 기분이었었다. 


    쫑쫑이 더 어렸을 때도 무서운 경험을 했다. 남편 고향집 근처 개울가로 쫄쫄이와 쫑쫑이, 조카들이 놀러 나갔다. 비 온 후라 넓지 않은 개울이지만 제법 물이 많았다. 아이들이 물 속에서 같이 놀고 있는데, 쫑쫑이가 순식간에 보 아래로 휩쓸려 사라졌다. 보는 어른 무릎 정도로 깊지 않았고 수량도 그저 그만했는데, 아이가 그냥 휙 떼밀려 물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었다. 그 때도 큰 아빠가 바로 물로 뛰어 들어 쪼꼬맹이 애기 쫑쫑이를 건져 올려서 데리고 나왔다. 당시 서너살쯤 되었던 쫑쫑이는 무슨 일인지 미처 깨닫지도 못 했는지 별로 울지도 않았었다. 지금 생각해도, 아이고, 무서워라. 생각할수록 더 무섭다.


    '쫑쫑아 ! 

    자나 깨나 물 조심!

    큰 아빠께도 잘 하거라!'


                                                                                      


매거진의 이전글 거돌이는 어디로 갔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