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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Y Feb 28. 2024

그랜드 써클 여행기-프롤로그

    지난해 9월, 미국 서부 대협곡 지역을 둘러보는 그랜드 서클 여행을 다녀왔다. 9월 10일 출국하여, 9월 22일 귀국하였으니, 10박 12일의 대장정이었다. 유타, 아리조나, 네바다 3개 주에 걸쳐있는 대협곡 지역은 약 20억 년의 세월을 거쳐  흙과 먼지가 쌓이고, 비와 바람에 깍이며, 지구의 시간들이 만들어 낸 놀라운 땅이었다. 다녀온 후 여행기를 정리해야지 하면서 겨울이 오고, 해가 바뀌고 말았다.  젊어서 거칠고, 거칠어서 아름다웠던 땅, 어느새 기억 속에 아득하다.  할 수 없다. 설렁 설렁 간단 여행기라도 정리할 수 밖에. 어쩌면 저 아득한 기억들을 소환하다 보면, 그 거친 땅에 내리 쬐던 뜨거운 햇빛과 불었다 흩어지며 흙먼지를 일으키던 그 바람을 다시 만나게 될 지도 모른다.

            1편: 자이언 캐년과 브라이스 캐년
            2편: 아치스 랜드와 캐년 랜즈
            3편: 인디언의 땅, 모뉴먼트 밸리와 엔텔로프 캐년
            4편: 그랜드 캐년



    언젠가 저 거친 땅을 직접 걸어 보리라 오랫동안 내 마음에 담고 있었다. 2020년  6월, 딸 아이의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는 김에 그랜드써클을 다녀오기로 했다. 항공권과 숙소를 예약하고, 틈틈이 자료 조사를 해서, 떠나기만 하면 되었다. 그런 어느 날 코로나가 덥쳐, 세상이 멈추었다. 딸 아이의 졸업식도, 미국 취업도 무기 연기되고, 그랜드써클 여행도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그랜드써클 여행계획은 그렇게 내 PC 폴더 속에 쳐박혔다.


    지난해 어느 봄날 밤, 벌떡 일어나, 묵혀 둔 폴더를 다시 열어 예약을 시작했다. 그래, 떠나자, 보고 오자...

코로나 시절을 거치며, 호텔비가 제법 올라 있었다. 없어진 숙소도 있고... 어쨌거나 '그랜드써클 여행(2023)' 폴더가 새로 만들어졌다.


    2023년 9월 그랜드써클 여행 계획을 다시 세우며, 네 가지 가이드라인을 고려하였다.


 가능한 구석 구석 직접 걸어 다니자

 가능한 하루를 일찍 시작하고, 식사는 간단히 해결하자. (아침은 호텔에서 든든히, 대신 점심은 간단한 도시락으로!)

안전에 관한 것은 돈 따지지 말되, 나머지 비용은 가급적 아껴야...      

따로 또 같이 자유롭게 다니자... (상황에 따라 각자 체력에 맞추어 일정을 달리 할 수도...)


    그리하여, 트래킹을 최대한 포함하도록 일정은 가급적 여유를 두고, 숙소는 아침밥을 주는 곳 위주로 예약을 하였다. 그렇게 2023년 9월 10일 부터 21일 까지 10박 12일 동안의 자동차 여행을 했다. 라스베가스를 통해, 그랜드써클을 시계방향으로 돌면서, 자이언캐년, 브라이스 캐년을 거쳐, 캐피톨 리프, 아치스 NP, 캐년 랜즈, 모뉴먼트 밸리, 엔텔로프, 그랜드 캐년의 순서로...  남편과 함께 서부 협곡 지역의 구석 구석을 최대한 걸어 다녔다. 마지막날 보니 자동차 운전 거리가 무려 약 2,650Km에 달하였다.


2650Km의 그랜드써클 여정, 시계방향으로 열흘을 달리고, 걷고...

    

그 곳은 아득한 지구의 시간이 흐르는 곳, 젊어서 거칠고, 거칠어서 아름다운 땅 이었다. 수억년 지구의 시간이 만든 거대한 바위와 어마 어마한 단층과 협곡들을 보고 있노라니,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저 찰나 동안 머무르다 한 줌 먼지로 돌아감을, 그리하여 저 단층 속 작은 돌맹이 하나도 겨우 만들지 못할 것임을 깨달을 수 밖에 없었다. 문득 자유로워 졌다. 작디 작은 돌맹이 처럼 가벼워졌다.


    그 곳에 뜨거운 햇빛은 쏟아지고, 이름모를 작은 꽃들은 관목 더미 속에 홀로 피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세상이 한없이 고요했다.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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