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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제현 Mar 11. 2024

세번째 40인 스타트업을 퇴사하며

신사업, 그리고 그 속의 실무자들 - 1. 사업개발 포지션

이제 곧 세번째 스타트업의 마무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신사업개발팀의 팀장을 맡게 되었고,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는 서비스 런칭 6개월 차에 서비스 개발을 중단하고 매각을 결정했다.


지금의 세번째 회사에 와서도 많은 기시감을 느꼈다.

회사의 기성 수익모델은 BEP(손익분기점)를 넘겼고, 새 건물로 이사를 했고,

공격적인 채용으로 사무실 내 근무자가 40명에 육박해갔다.

지난 두 번의 회사와 같은 상황이었다.

- 참고차 첫번째 스타트업은 연매출 20억 / 두번째는 150억 / 세번째 회사는 200억이었다.


세 번의 경험을 가지고 모든 스타트업을 일반화하기엔 표본 수가 지나치게 적으나

혹 위와 같은 회사에 지원하려는, 혹은 경영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내 이야기가 조금은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1. 사업개발이란 포지션

세번째 스타트업을 '사업개발팀'으로 시작했으니, 이 얘기부터 해보려 한다.


체감상 재작년인 2022년부터 스타트업 씬에 BDM(Business Development Manager), 즉 사업 개발 매니저란 포지션이 과거보다 늘어난 것처럼 보였다.

내 첫 취업 도전이 샌드박스네트워크 사업개발 포지션이었고 이후로도 해당 포지션을 쭉 찾아왔기에

나의 이 '체감'이 아주 틀리진 않았으리라.

해서 이 포지션에 대한 하나의 '가설'을 세워봤는데 

입사가 마무리 되고, 한 달정도 일을하며 그 가설점차 검증 되어갔다. 

사업개발을 꼭 사업개발자로써 채용하진 않을 것이란 점이 그 가설이었다.


잠시 여담이다.

스타트업을 다니면서 내가 느낀 것, 그리고 공공연한 사실은

스타트업은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를 더 선호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각 영역에 평균 이상의 성과를 내는 제너럴리스트를 선호하면서 촌극이 시작된다.

세일즈도, 마케팅도, 운영도, 필요하다면 기업의 오프라인 행사와, 온라인 교육, 어쩌면 디자인과 편집까지도 바란다.

디자이너를 원하지만 어째서인지 Bootstrap과 React.js을 원하는 아이러니


회사의 다양한 요구를 멋지게 소화해 훌륭한 스타트업-휴먼으로 성장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당연하게도 제너럴리스트가 되지 못한 사람들도 많다.


걔 중엔 의지가 부족하거나, 실제로 능력이 부족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분명한 하나의 직무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에 동기부여 받는 사람들도 포함되어있다.

이 경우 회사의 제너럴리스트 선호는 한정된 자원 안에서의 최선의 선택이겠지만

그 선호를 단일 직무로 채용한 직원들에게 설득력있게 전달하기란 쉽지가 않다.


그런 맥락에서 '사업개발'이란 포지션은 얼마나 편리한가

세일즈, 마케팅, 운영, 오프라인 행사, 온라인 교육, 디자인, 편집 등등 모든 것들이

사업을 개발 = 즉,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란 이유로 설득이 가능하다.


그러나 이는 회사 측에도, 실무자 측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회사 측에 도움이 되는 거라곤, '마음대로 시키기기 위해 뽑았다'는 명분 단 하나 뿐이다)


회사 입장에서, '제너럴리스트로 사용하기 위해' 사업자를 뽑았다면 성과평가는 어떻게 할 것인가?

실무자 입장에선, 사업개발자로써의 경력이나, 실무능력 제고를 하지 못한다면 어디서 동기부여를 얻을 것인가?

1년 뒤면 연협의 시기가 도래하고, 그 사이 실무자들의 물경력은 쌓여가고

결국 서로 얼굴을 붉히며 헤어진다면, 회사와 실무자는 무엇을 위해 만났는가.



사업개발. 얼마나 가슴 뛰면서도 한편으론 공허한 외침인가.

모두가 사업개발을 이런 식으로 이용할리가 없다.

그랬다면 우리나라 스타트업 씬은 진작에 망해버렸을테다.

다만, 이런 식으로 이용하는 곳은 분명히 있고 또 꽤 많다.


일은 일로써만 대해야 한다.

성과와 온정이 뒤섞인 '회사'란 곳에서 그 첫 맺음인 채용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해

다들 쉽게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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