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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아uneedluv Mar 31. 2023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연습

2023.03.13


주말에는 살림을 쉬고 싶어서 정리와 글쓰기 모두 내려놓았다. 대신 직사각형 모양의 밭에 비료를 뿌리고 모종을 심는 마당일을 엄마와 함께 했다.겨울내 잠들어 있던 땅을 깨우기 위해 엄마는 연신 호미질로 일구었고 , 나는 곳곳에 나타난 크고 작은 돌맹이를 주워다 모았다. 친환경 비료를 뿌리고 흙으로 섞어준 다음 3월동안 에 심을 수 있는 겨자,비타민,각 종 상추와 샐러리를 심었다.(추후 브로콜리도 심을 예정이다.)


고작 한 평밖에 되지 않는 밭이라서 흙 일구고 모종 심는 일은 수월할거라 생각했는데.. 웬만한 방정리만큼 힘들었다. 나는 그저 돌맹이 줍고 플라스틱 안에 있는 모종을 빼내어 엄마에게 건네 준 일 그리고 아주 잠깐동안 잡초뽑은 것 밖에는 없었는데 무척 힘들었다.(그 전에 시장에 가서 모종사고 걸어다녀서 1차 체력이 소모 된 상태였다.) 어쨌거나 잘 자라서 수확할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꽃샘추위가 시작될거란 소식에 얼어죽진 않을지 걱정이 된다.(어제 엄마가 두툼한 비닐로 덮어줬는데 부디 괜찮기를 바라본다.)괜히 부지런을 떨었나보다.


새로운 하루가 시작됐다. 이른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 환기 시키고 이불을 정갈하게 정리했다. 마당문을 열고 나가면 춥게만 느껴지던 공기는 창문공기와 사뭇 달랐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공기는 빳빳히 굳어있는 정신과 몸에 스며들어 상쾌하게 일깨워주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달이 어찌나 반갑던지 사이클 창문 앞에다 두고 열심히 폐달을 밟아댔다. 땀이 나면서 몸이 점점 유연해지는걸 보아하니 일할때 머리도 잘 돌아갈 것 같다는 기대가 들었다.달보며 폐달 밟으며 오늘은 어떤 살림을 할까 고민해보았다.



오늘의 살림지


1. 미처 끝내지 못한 방정리

2. 세탁기 돌리고 건조기 돌리고 빨래개기

3. 아무것도 안하기



'아무것도 안하는' 선택은 언제나 나를 끌어당긴다. 개인적인 업무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더 잘살고 싶다는 욕심으로 체력을 모두 소진하고 몇주간 앓아눕는 어리석인 짓을 반복해왔다. 현대사회에서 잘사는 방법은 텃밭을 일구듯 바쁘게 움직이는 삶으로 귀결되기때문에 혹여 뒤쳐지진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본인을 혹사시켜야만 덜 불안해지는 구조 속에서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하지만 어쩌겠는가.내가 살아낼 수 있는 삶의 방식이 아닌 것을.


아인슈타인은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고 말했다. 그말에 온전히 동의한다. 여지껏 불안으로 여러 일을 진행해왔지만 불안말고는 얻은게 없다. 아,아파서 앓는 몇 주간의 시간을 덤으로 얻은거 빼고는! 그러니 어떤 일을 '더'해야 할까 고민하기보단 어떤 것을 '덜'어낼지 고민하기로 했다.주위를 둘러보면 나만 정체되어 있는 것 같을때,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무언가로 인해 한없이 불안할때 그저 당장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일을 선택하려한다.


실은 방법을 몰랐다. 그동안 내가 듣고 배워왔던 사회인으로서 잘살아가는 방법의 전제는 건강한 육신 혹은 사회생활에 지장없는 정도의 장애나 질병이 있는 사람에 의한 이야기였다.비슷한 조건을 지닌 사람의 성공담을 찾으려해도 쉽사리 찾을 수 없다. 그러니 내가 그 사례가 되어가는 수 밖에는. 오늘은 더도 말고 덜도 또 쉬어가려고 한다. 좋아하는 글을 쓰고, 새로운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독서를 하고, 구매대행 일을 익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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