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아uneedluv Mar 31. 2023

아름답게 꽃피는 순간

2023.03.31

'살림'에 관한 에세이를 기획한 게, 바로 지금 읽고 있는 <살아가는 설렘>이다.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영역이 살림이라 생각해서 만든 에세이였다. 글의 서문은 살림이 열고 차츰차츰 일상의 고찰로 물들인 글을 쓰는 형태. 생각보다 재밌고 멋진 기획이라 생각했다.'간헐적 살림'꾼이라는 사실을 파악하기 전까지는!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어느새 3주가 지났고, 업무에 조금씩 익숙해지고 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살림을 할 체력은 없다. 매일 4시간씩 일을 하고 나면 개인 업무를 시작한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새로운 일을 기획하는 등의 개인업무를 말이다. 하다 보면 재미있어서 새벽까지 일할 때도 많다. 멈출 수 없는 즐거움이랄까.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살림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살림을 쉬고 있는데 <살아가는 설렘>을 이어갈 수 있을까?'인스타그램에 살림 에세이를 연재한다고 올렸기에 이제와 실은 살림 전문 에세이가 아니라 삶 전문 에세이라고 말 바꾸기가 참으로 민망하다. 그럼에도 꿋꿋이 우겨볼까 한다. 살아가는 설렘은 '살림과 일상이 뒤섞인'에세이라고. 이렇게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이유는 글 쓰는 나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그럼 본격적인 삶 이야기를 시작해 볼까?




 이번주 내내 강아지들과 공놀이할 여유 없이 그림 그리고 인터뷰 작성하며 바쁘게 지냈다. 바람에 실린 꽃향기와 포근한 햇살의 유혹에도 넘어가지 않았지만 어제는 달랐다. <유명희귀질환> 프로젝트 인터뷰를 준비 끝마쳐서 그랬는지 테라스에 내리 앉은 햇살을 보고 누워버렸다!


 엎드려 누운 채로 20분 넘게 있었던 것 같다. 생기 없던 몸에 따듯한 기운이 마구 들어가는 게 꼭 되살아나는 기분이었다. 에너지가 서서히 차오르기 시작하자 주위의 꽃들이 보였다. 보라유채꽃, 벚꽃, 매실나무에 핀 꽃 등.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해지는 아름다운 생명체를 보고 있자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는 나를 힘들게 만든 역경에 고마운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사람은 태어나 죽을 때까지 낡아지고 새로워지는 일련의 활동을 거치기 마련이다. 육체도 마찬가지고 마음도 그러하다. 생각해 보면 꽃만 지는 게 아니었다. 내 생각과 마음의 일부분이 나도 모르는 사이 피고 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피어보지 못한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해 산고를 겪기도 한다. 굳이 낡은 생각이나 마음 따위를 버리는 번거로운 일을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지만, 결국 잘 살기 위해 삶을 배워가는 과정임을 알게 되었다.


 역경은 상황과 마음을 힘들게 만들지만 그게 아니고서야 나는 잘 살아갈 수 없는 존재였다. 오래된 생각과 그릇된 마음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것을 보고 아름답다 말할 수 있는 게 큰 행복이자 성공한 삶을 살아가는 조건이었다. 그 당연한 마음가짐이 결코 당연하게 주어지는 게 아님을 알기에 나도 모르게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낄 수 있도록 지금까지 저를 만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울컥 해졌다. 비로소 근이영양증으로 고생하고 괴로웠던 모든 시간이 아름답게 꽃피는 순간이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연습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