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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치명 Oct 21. 2021

나와 고양이

서로에게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해.

내가 자려고 누우면 콩심이 기다렸다는 듯 뛰어왔다. 그리고 내 왼쪽 팔을 베고 꾹꾹이를 했다. 지금은 너무 허전한 집, 너무 허전한 내 왼쪽 팔, 내 마음. 너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울지 않는 순간이 있을까.


고양이를 처음 키우는 지라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콩심이는 밖에서와 달리 집 안에서 나에게 거리를 두었다. 내가 만지려고 손을 뻗으면 피하기 일쑤였다. 나는 얘가 왜 이럴까, 하고 콩심이를 내버려 두었다.


콩심이 밥을 챙겨주고 똥을 치워주면서 집사 역할을 충실히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양이에 대해 공부했다. 나는 츤데레 매력을 뿜어내는 콩심이에게 좋은 것만 해주고 싶었다. 최상위급 사료와 모래를 주문했다. (콩심이가 떠나고 친구가 말하기를, 너는 빵꾸난 양말 신으면서 콩심이는 비싼 거 먹였잖아. 나는 아, 내가 이 아이를 정말 아꼈구나, 하는 생각에 또 슬퍼졌다.)


신기하게도 내가 멀어지자 콩심이가 다가왔다. 자다 보면, 자고 일어나면 꼭 내 옆에 와서 같이 자고 있었다. 우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이불 위에 올라 오지말라고 밀어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 콩심이랑 함께 하면서 나에게 아주 큰 변화가 생겼다.  기침이 심해졌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몸살 기운도 있었지만 친구들이 우중충한 날씨 탓이라고 해서 병원에도 가지 않았다. 나는 기침을 하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병원에 갔다. 병명은 기관지염. 의사가 나에게 놀라서 물었다. "안 아팠어요?" 나의 막연한 생각이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콩심이 털이 가장 큰 원인이 아니었을까. 나는 기관지염을 치료하고 콩심이 털에 적응을 했는지 그 이후로 아프지 않았다.


나는 콩심이의 체온을 느끼면서 나에게 체온을 나눠주는 콩심이한테 마냥 고마웠다. 아침마다 밥 달라고 내 발목을 물어대는 콩심아, 너로 인해 내가 할 일이, 해야 할 일이 생겼네. 나의 하루를 바꿔줬어. 내가 너한테 엄마라고 하는 날이 올 줄 몰랐어. 남들이 그럴 때마다 손발이 오글거렸거든. 그런데 너랑 있으니까 엄마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네. 너라는 존재가 무뚝뚝한 나를 변화시켰어.


서서히 나는 너에게 기대고 너는 나에게 기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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