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도시 다이어터 Vol. 5]
언젠가 아는 교수님께서 "우리나라 도시기본계획의 목표인구를 모두 합치면 1억 명이 넘을 것이다"라고 하신 적이 있습니다.
제가 사는 전라북도만 해도 통계청에 의하면 2030년의 인구가 165만 명(중위 추계)으로 감소할 것으로 분석되지만 전라북도 내 13개 시ㆍ군 중 군산시, 김제시, 익산시, 정읍시, 전주시의 2030년 목표 인구만 합산해도 170만 명이 훌쩍 넘어갑니다. 나머지 8개 시군을 합치면 얼마나 많아질까요? [*김제시, 익산시는 2025년 목표인구로 합산]
앞으로는 총인구가 감소할 것이라고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시ㆍ군 기본계획의 목표인구는 항상 플러스입니다. 국가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인구의 증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기본계획의 목표인구가 변화하지 않거나 감소하는 지역에는 예산이 내려오지 않는다는 룰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도시ㆍ군 기본계획 수립지침의 2017년 6월 개정을 통해 "도시ㆍ군 기본계획의 목표 인구를 현재 인구의 최대 105% 이하로 설정"하도록 한계선을 제시한 것입니다. 2018년 10월에 성장형 도시의 경우 지자체장의 판단에 따라 110%까지 설정할 수 있도록 추가하였습니다.
그래서 2020년에 도시ㆍ군 기본계획을 재 수립한 지역들은 인구 최대치인 105%, 혹은 110%로 인구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총인구는 감소하든 말든 모든 지역 별 인구는 105% 증가할 거라는 요상한 통계가 발생한 거죠.
각 시군은 기본계획 상의 목표인구를 위해 시가지를 더 만들고, 시설들을 만들 겁니다. 인구는 감소하므로 이를 유지할 세수가 적어지는 문제는 중요하지 않겠죠. 과도한 시설의 유치로 재정난을 겪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음에도 말이에요.
2014년은 일본이 인구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정책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해입니다. 그 대표적인 정책으로 마을·사람·일 창생(이하, 지방창생)을 위한 지방창생법(2014년 법률 제136호) 제정, 인구 현황과 2060년까지의 장래 전망을 제시하는 '지방 창생 장기 비전', 향후 5개년간의 정부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지방창생 종합 전략'이 있습니다.
일본은 2008년부터 인구가 본격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해서 매년 20만 명 정도의 인구가 감소하고 있습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이하 '사인연')는 이대로의 감소 추세라면 2050년 경에는 인구가 1억 명 이하로 감소하게 되고, 2100년에는 세계대전 이전의 인구로 회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최악의 경우 메이지유신 때의 인구로 감소하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이에 일본은 인구감소를 제어하고 2060년에 "1억 명의 인구를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지방창생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60년의 목표인구가 2008년의 인구의 78.3%입니다.
국가에서 인구의 증가가 아닌 "급격한 인구 감소폭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명시하게 되자 지자체들 또한 이러한 방향을 받아들여 "급격한 인구 감소폭을 줄이고 어느 정도의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도시 정책을 수정하였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설명드리면 어떤 분들은 총인구의 78.3%, 그러니까 1억 명을 억지로 설정하고 각 지자체에게 1억 명을 위한 할당량을 분담시킨 것이 아니냐라는 부정적인 의견을 주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도시계획을 전공한 저는 인구의 증가만을 예측했던 도시계획들이 인구감소를 받아들이는 계기를 국가가 마련했고, 인구의 절벽에서 한계선을 설정해 이를 타파할 수 있는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판단을 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일본의 지자체는 국가의 지방창생 장기비전에 맞춰 "인구현황과 전망을 제시하는 인구 비전(이하, 지방판 인구 비전)"과 이를 이루기 위한 향후 5개년간의 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도도부현 및 시정촌 지방창생지방판 종합전략(이하 '지방판 종합전략')"을 책정해야 합니다.
지방판 인구 비전은 지자체가 인구현황을 분석해 향후의 방향성과 인구의 미래 전망을 제시하는 계획으로, 인구 비전에서 제시되는 목표 인구를 시종합계획, 도시 마스터플랜 등에 반영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계획기간은 지방창생 장기비전과 같이 2060년 혹은 2110년을 목표로 하는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계획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있으나 지자체의 상황과 판단에 따라 기간을 조정이 가능합니다.
지방판 인구 비전을 제가 소개하는 이유는 인구 추계의 첫 기준을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이하 '사인연')에서 제시하는 인구추계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보여드린 그래프처럼 사인연의 데이터는 꽤나 급격한 인구감소를 예측하고 있기 때문에 이 데이터를 사용하는 지자체들 모두 인구 감소를 반영해 인구 비전을 수립할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지자체는 장래인구 추계에 대해서도 정부가 제시한 3가지 패턴을 활용해 분석할 수 있습니다.
3개의 패턴은 다음과 같습니다.
패턴 1: 전국의 이동률이 앞으로 일정 정도 축소한다고 가정한 추계 (사인연 추계 활용)
패턴 2: 전국의 총 이동수가 과거 5년간의 추계치와 동일한 수준으로 유지된다 가정한 추계 (일본 창성회의(創成会議) 추계 준거)
패턴 3:지자체에서 사인연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생이나 이동에 관한 가정을 설정하여 추계
정부에서는 지방 공공단체의 추계 작업에 참고가 되도록 패턴 1과 패턴 2의 추계에 필요한 데이터 및 워크시트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인구 비전의 수립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후쿠이시가 2015년에 수립한 인구 비전을 살펴봤습니다.
후쿠이시는 사인연의 장래인구 추계, 인구 구조, 사회적 증감, 자연적 증감 등의 인구 현황을 분석해
(1) 후쿠이시의 인구는 앞으로도 계속된다,
(2) 인구 감소 상황에서 극단적인 고령화 상황을 맞이한다.
(3) 많은 사람들이 죽는 다사화 사회가 오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멈추지 않는다.
(4) 후쿠이현 내에서의 전입 초과, 현 외로의 전출 초과의 볼륨이 크다
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인구비전의 내용을 살펴볼까요?
(1) 후쿠이시의 인구감소는 앞으로 계속된다
사인연의 지역별 장래추계인구(중위 추계) 추계 조건으로 분석할 경우 인구가 2040년에 216,298인으로 5만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연적 증감: 전국적인 합계 특수 출생률이 1.3~1.4 정도이며, 후쿠이시는 1.5 정도로 가정
사회적 증감: 전국적으로 현재의 전출초과 비율이 2020년까지 다소 축소되지만, 도쿄권으로의 전출 초과는 지속된다 가정
(2) 인구감소 상황에서 극단적인 고령화를 맞이한다
미성년 인구(0~14세)는 향후에도 증가되는 일이 없이 감소가 계속되어 2040년에는 현재부터 1만 인 감소. 2/3 정도가 된다.
생산연령 인구(15~64세)는 2040년에 현재부터 5.5만 인 감소. 총인구가 5만 인 정도 감소하는 것에 큰 영향을 준다.
고령자의 실제 수는 2020년 이후 증가 경향이 완화되어, 그 후, 2040년의 8.3만 인을 피크로 감소로 전환된다. 하지만 고령화율은 상승이 계속되어, 장래적으로 40%로 높아져 줄지 않는다.
2040년에는 이미 인구 “피라미드” 의 형태가 아니게 된다.
낮은 출생률에 의해 자녀세대가 늘어나지 않고, 적은 자녀가 부모가 되는 때에는 자녀 세대가 더욱 적어지게 되는 등 연령층이 내려갈수록 인구가 감소하는 구조는 현저해진다.
한편 고령자 비율은 증가하지만, 65~69세 연령대를 피크로 그 이하의 연령층 모두에서 인구가 감소하기 때문에 2040년 이후에 고령자 수 또한 감소 국면으로 들어간다.
(3) 많은 사람들이 죽기는 "다사화사회"가 되기 때문에 인구감소가 멈추지 않는다.
고령자수의 증가로 사망자 수가 급속하게 증가한다.
사망 수는 출생수의 변화와 관계없이 증가하기 때문에 이 흐름을 멈추게 할 수 없다.
자연적 증감(출생 수-사망 수)은 이후 플러스로 전환되지 않는다.
(4) 후쿠이현 내는 전입초과, 현 외는 전출초과. 현 외의 전출입은 볼륨이 크다.
후쿠이시에서 후쿠이현 외로의 전출 초과 (대도시권에의 유출). 후쿠이현 내에서는 후쿠이시로 전입초과 (현청소재지로서 인구 집중)
사회적 증감은 매년의 전출입 볼륨이 크기 때문에 자연적 증감과 비교했을 때 효율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되어진다
다만 증감의 요인이 다방면에 걸쳐서 존재하기 때문에 경제, 정세 등의 외적 요인에 좌우되는 부분도 크다
지방판 인구 비전은 현황 분석을 기반으로 “장래인구 추계”를 진행합니다. 추계 방법은 정부가 제시한 데이터와 가이드라인을 활용해 진행하며, 분석은 코호트분석을 채용하고 있습니다.
추계 시나리오는 인구 유지, 자연적 증감 및 사회적 증감 반영의 두가지로 진행됩니다. 여러 지자체의 인구 비전을 살펴보면 "인구가 유지된다"라는 추계 시나리오는 "과도한 목표"라고 적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후쿠이시의 장래인구 추계 시나리오를 살펴볼까요.
(1) 인구 유지 상정 :
인구가 현재 인구 약 26만 명에서 25만~26만 명을 유지하는 인구 추계이나 실현 가능성이 있는 장래인구 전망이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①자연적 증감: 출생률의 상승을 통해 인구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2040년에 사인연 중위 추계보다도 2,300인/년 정도의 출생 수가 많아지도록 출생률을 상승시키는 것이 필요 (2040년 시점에서의 합계 특수 출생률 중위 추계 1.5를 3.2 정도까지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
②사회적 증감: 전입 증가로 인구를 유지하는 하기 위해서는 (인구 증가에 제일 효과가 높은 20대 여성의 전입을 가정하면) 매년 1,000인 정도의 전입 수를 늘리는 것이 필요
(2) 실현 가능성 있는 자연적 증감·사회적 증감 전망
(2)-1 자연적 증감에 따른 인구 감소
자연적 증감의 전망을 국가의 장기비전에 준거(인구 치환 수준 2.07을 목표로 함)하면서, 후쿠이의 강점을 반영하는 형태로, 국가의 장기비전과 후쿠이시의 출생률 수준을 감안한다면 5년 정도 빠르게 인구 감소폭을 줄여, 국가비전이 달성된다고 판단된다.
③ 국가의 장기비전(합계 특수 출생률이 2030년 1.8 정도, 2040년 2.07 정도)에 따라서 후쿠이시의 출생률이 상승한 경우 2040년에 22.6만 인으로 추계되며, 사인연 중위 추계와 비교해 1만 인 정도가 개선된다.
④ 출생률의 상승이 국가의 장기비전보다도 5년 정도 빠르다고 가정한 경우, 2040년에 22.8만 인으로 추계되어 사인연 중위 추계에 비교해 1.2만 인 정도가 개선된다.
(2)-2. 사회적 증감에 의한 인구 전망
사회적 증감이 전출 초과인 것을 감안하여 장래인구의 전망을 추계한다. 대도시권으로 전출 등과 같은 영향을 배제하더라도 인구이동 경향을 크게 개선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에서 전입과 전출을 멈추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적극적인 전입 정책을 추진해 전출입이 균등한 수치를 보일 정도로 사회적 증감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나리오가 필요하다.
⑤ 타 지자체와의 인구이동이 전혀 일어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2040년 시점에서의 인구는 사인연 중위 추계에 비교해 0.9만 인 정도가 개선된다.
“장래인구 추계”의 시나리오 검토가 끝나면, 국가에서 제시한 3가지의 인구 패턴 중 "해당 지자체의 인구 패턴"을 결정하고 인구의 장기전망 및 방침을 결정합니다.
(3) 인구의 장기전망
(3)-1. [총인구] 인구감소에 제동을 건다.
후쿠이시의 2040년 및 2060년 장래인구를 검증하기 위해 다음의 3개의 패턴을 가정해, 각각의 추계를 시행한다.
패턴 1. 사인연의 중위 추계를 받아들인 현실적인 인구 패턴
패턴 2. 국가의 장기비전을 준거한 패턴
[자연적 증감]
국가의 장기비전에 준거하여 합계 특수 출생률이 2030년에 1.8 정도, 2040년에 2.07 정도로 상승한다.
패턴 3. 적극적인 정책 반영 패턴
[자연적 증감]
합계 특수 출생률의 상승이 국가의 장기비전보다도 5년 정도 빠른 것으로 가정한다. (2025년 1.8 정도)
[사회적 증감]
2020년을 목표로 전출초과를 개선하는 각종 시책을 적극적으로 전개하여 전입전출을 균등하게 한다.
후쿠이시는 인구감소의 현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패턴 3을 채택하고 자연적 증감 와 사회적 증감 측면에서 후쿠이시의 특징과 강점을 살린 적극적인 정책을 추진해 인구감소에 제동을 거는 것으로 인구 비전을 수립했습니다. 수립 당시 인구 약 26만 명에서 2060년 목표인구를 21만 명으로 선정하였습니다.
인구 감소에 대응하는 정책으로는 국가의 지방 창생 종합전략에서 제시하는 "인구 유지를 위한 출생률, 일자리 등의 적극적 정책"과 "감소한 인구에 대비해 도시공간을 조정하는 조정 정책"이 함께 진행됩니다.
일본의 인구 비전 정책을 살펴보았습니다. 사실 분석 과정은 특별한 것 없습니다. 우리나라도 도시ㆍ군기본계획에서 코호트 분석방법을 활용하고 있어요. 다만 후쿠이시는 당연한 이야기를 솔직하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직 그게 안되고 있습니다. 자연적 감소가 심하면 사회적 증감을 조작해서라도 인구를 증가로 만들죠. 역시 인구감소를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시기상조인걸까요?
저는 인구 비전을 보면서
우리나라도 앞으로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를 기반으로, “인구감소”라는 사실이 기본 전제된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자연적 감소"를 매우기 위해 "사회적 증감 수치"를 과도하게 높이는 억지 행위들을 방지해야 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
역시 이를 위해서는 국가 차원에서 모든 도시정책에 인구감소를 반영하고, 반영할 때 내려줄 수 있는 예산 등을 명시해야 할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줘도 좋겠죠?
다음 원고는 인구 감소를 책정한 도시들이 받을 수 있는 일본의 예산이나 국가의 지방 창생 종합전략에서 제시하는 "인구 유지를 위한 출생률, 일자리 등의 적극적 정책"과 "감소한 인구에 대비해 도시공간을 조정하는 조정 정책"을 정리해볼까요?
후쿠이시 인구비전이 궁금하신 분들은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하여주세요. 번역이 엉망입니다.
후쿠이시, 지방창생 인구 비전 및 종합전략, 2015
내각부, 지방창생 장기비전, 2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