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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마마 Jan 17. 2024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운 다는 것

세계 저출산국가에서 사는 워킹맘의 투덜이

기나긴 겨울방학이 시작되었다. 맞벌이를 하고 있는 워킹맘은 3학년인 아이의 거처를 고민해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방과 후 연계형 돌봄인 늘품꿈터를 이용하기 위해 학교에 전화를 걸었다. 당연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돌봄 교실이 아닌 늘품꿈터 신청에 대한 공지사항은 없다. 워킹맘은 언제나 스스로 잘 알아내서 해결 방안을 찾아내어야 한다. 여름 방학과 마찬가지로 나는 돌봄 교실에 전화를 걸어 3학년 아이의 방학 돌봄을 신청한다고 전화를 했다. 하지만 돌봄 교실에서 돌아온 답변은 청천벽력과 같았다.


학교 : "아이가 방과 후 수업을 하는 요일만 돌봄이 가능합니다."

워킹맘 : "네? 그럼 아이가 월, 목, 금만 방과 후 수업을 하는데, 화, 수는 불가능하다는 말씀이신가요?"

학교 : "네 방침이 그렇습니다."


그놈의 방침은 누가 만드는 거냐 대체...

나는 방학 동안 늘품꿈터를 이용하기 위해 일부러 방과 후를 신청해야만 했다. 늘품꿈터가 방과 후 연계형이기 때문에 일단 방과 후 신청이 되어 있어야 이용가능하다는 공지사항을 보고, 방학 때 진행하는 방과 후 수업 신청이 있는 2분기와 4분기는 꼭 신청을 해내야만 했다. 방침대로라면 워킹맘이 학교 늘품꿈터를 방학에도 이용을 하려면 월~금요일까지 방과 후 수업이 신청되어야 한다. 방침 관련해서는 학교에 전화해 보라는 돌봄 선생님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워킹맘은 왜 이렇게 힘들까. 일도 하고 아이도 키우는 것이 엄청난 욕심인가?

이 마음으로 학교에 전화를 걸면 무작위로 전화를 받은 희생양 선생님이 나의 감정 쓰레기통이 될 것 같았다. 그래서 최대한 차분이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 설명을 하고 학교에 확인해 달라고 했다. 


그 사이 나는 구청에서 홍보하고 있는 다함께 돌봄 센터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집 근처의 돌봄 센터는 자리가 없다고 한다. 다시 전화를 돌렸다. 차를 타고 10분 거리에 있는 돌봄 센터에서는 가능하다고 하여 부랴부랴 필요한 서류 목록과 미팅 날짜를 잡았다. 서류를 챙겨서 내일 점심시간에 잠시 들러보기로 했다. 복잡한 내 머릿속에는 아침 등원 방법과 태권도 학원, 수영방학 특강에 대한 아이 스케줄에 대한 생각이 둥실둥실 떠다녔다. 업무도 바빠서 정신이 없는데 내 머릿속에 또 다른 고민이 시작된다. 요즘은 부쩍 이렇게까지 살아야 하는지 회의감이 몰려온다. 요즘과 같은 상태의 내가 지금 아이를 낳으려고 고민하는 회사 동료를 보면 이렇게 말하겠지. 


"그냥 둘이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아. 가뜩이나 뼈와 살을 갈아 넣는 한국 근무 문화에 아이의 돌봄 책임은 전부 부모에게 맡기는 문화의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어? 육아는 최소 10년 길게는 30년까지 봐야 해.... 터미네이터가 되어야 할걸..."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다행히 학교 측에서 월~금요일까지 돌봄을 해주겠다고 했다. 휴 다행이다. 내일 미팅 취소하고 학교 돌봄에 낼 서류만 준비하면 되겠다.


돌봄 교실은 도시락을 가져가야 한다. 1학년이 되면서부터 매번 방학은 나에게 도시락을 싸야 하는 압박의 계절이 된다. 그래 이 정도야 뭐, 그까짓 것 싸면 되지. 예쁜 보온 도시락을 준비하고 아침에 조금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준비한다. 반찬이 맘에 안 들었는지 아이가 자꾸 음식을 남겨온다. 소시지와 김가루가 맛있다고 해서 얼른 소시지를 새벽배송으로 주문했다. 아이는 친구들이 주문하는 도시락을 먹고 싶다고 했다. 친구들이 먹는 도시락은 맛있는 반찬도 많고 복숭아 주스도 준다며 자기도 신청해 달란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도시락 신청에 대한 공지를 받은 적이 없는데.


돌봄 선생님께 문의를 남겼더니, 현재로서는 신청을 받을 수 없다는 말과 자세한 내용은 학교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나는 다시 남편에게 부탁했다. 그날 오후 남편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우리 아이는 3학년이라 해당사항이 아니래. 그래서 공지도 오지 않는데. 돌봄 교실인 1~2학년이 대상이고 3학년은 원래 돌봄 교실 이용이 아니라 하더라고. 우리가 전화로 요청을 해서 편의를 봐주는 거래."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내가 3학년은 원래 돌봄 해당사항이 아닌데 요청하셔서 편의를 봐주는 거니, 도시락 신청에서 제외되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인가. 이제는 화조차 나지 않는다. 포기가 돼버린다. 


1~2학년 때 도시락을 싸는 게 힘들어 학교에 아이들 엄마들끼리 모여서 도시락 주문을 하면 안 되겠는가 문의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학교는 안전상의 이유로 일주일치의 도시락을 냉동고에 얼려놓아 보관해야 하는데 그럴 여력이 없다는 답변이었다. 2년 사이에 여력이 다시 생긴 걸까? 그렇다면 우리 아이도 같이 도시락 신청을 해주시지... 공짜로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내겠다는 데도 방침에 따라 제외가 되어 버린 것이 너무 속상하다. 아이도 나와 같이 쉽게 수긍해 버렸다. "안되면 어쩔 수 없지.."


대한민국이 저출산인 이유는 너무 간단하다. 아이를 낳게 되면 다른 것들을 포기해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욕심을 부리면 힘들어 지쳐 쓰러진다. 점점 포기라는 단어가 나를 옥죄어온다. 아니 포기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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