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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재 Sep 18. 2021

아이의 ‘좋은 세계’에 머물기



아기는 들거나 배고플 때 생존의 유전자가 작동해서 울고 보챈다. 그러면서 점차 먹는 것이 아주 기분 좋은 일이란 걸 깨닫는다고 한다. 이러한 좋은 기분으로 인해 아기의 ‘좋은 세계(Quality World)’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William Glasser)


점차 자기를 기분 좋게 도와주는 것이 엄마라는 걸 알게 되고,  엄마라는 존재를 자신의 좋은 세계에 집어넣는 것이다. 힘들어서 우는 일이 고통만 없애주는 게 아니라 엄마가 자기를 돌보러 달려오는 기쁨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이를 통해 행복이 무엇인가에 대한 느낌을 경험한다. 성인기에도 좋은 세계는 더 확장될 수 있지만, 인생 초기에 경험하는 좋은 느낌이 가장 강렬하기에 이 때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아, 이토록 사랑스럽다니. 아이의 작은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자기만의 좋은 세계가 구축되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 안에 내가 자리하고 있겠구나. 내가 널 안아주고, 너와 눈맞추며 웃을 때, 그 모습이 네 좋은 세계에 저장됐겠구나. 아이는 엄마에게 반해 버리는 듯하다. ‘내가 무서워서 우니까 누가 나를 달래주고 알아주네? 어라, 나 너무 무서웠는데 이 사람 품에 안기니까 너무 좋아! 꼭 태어나기 전처럼 마음이 편해. 배고프니까 맘마도 주고, 슬플 때 위로해 주고, 나를 막 예쁘다고 쓰다듬어 주고, 우와 되게 좋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인가 봐. 저 사람이 내 엄마래! 와, 우리 엄마 너무 좋다! 세상은 참 따뜻하고 좋은 곳인가 봐!’라며 아이는 엄마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아기의 욕구는 초기에 생존의 욕구와 사랑의 욕구에 집중돼 있다가 차차 힘, 자유, 즐거움의 욕구가 부각되기 시작한다. 새로운 욕구에 눈뜨면서 부모의 반응을 시험해 보는 행동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세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며, 부모가 자기를 위해서 무엇이든 해준다는 그림을 수정하고 또다른 성숙의 과정을 경험한다. 이때 부모가 자기들이 해 줄 수 있는 것과 아이가 스스로 해야 할 것에 대해 선을 그어주면, 아이는 분별력 있는 좋은 세계를 만들 수 있다. 다시 말 해 애정과 권위 모두 중요하다.


좋은 부모는 아이의 좋은 세계에 남기 위해 애쓴다고 한다. 아이의 욕구를 채워준다면 아이의 좋은 세계에 머물 수 있을 테다. 그러나 계속해서 모든 욕구를 들어준다면 아주 좁고 협소한 세계에서 살게 될 것임을 안다. 나이에 맞게 스스로를 돌보는 법도 배워야 하고 결핍도 배워야겠지. 강하고 억압적인 훈육은 상처를 남기지만, 부드럽고 긍정적인 훈육은 오히려 아이의 좋은 세계를 더욱 견고하게 해 줄 것이다. 성장통을 겪더라도 너의 세계가 결국 더 풍요롭게 확장되리라.


현명한 부모는 아이에게 무언가를 지시하거나 훈육할 때 더 많은 사랑을 보여주고 이유도 설명해 준다. 반면 부모가 아이를 위협하고 처벌한다면 아이는 자신의 좋은 세계에서 부모를 제외하고 싶을 만큼 상처를 받는다고 한다. 중요한 건 아이에게 무언가를 가르칠 때 아이의 좋은 세계가 와르르 무너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 부모라는 존재가 아이의 좋은 세계 안에 남을 수 있게 말이다. 아이는 특히 사춘기에 자신의 좋은 세계 안에 있는 부모를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로 하는데, 부모가 아이의 좋은 세계에 강하게 각인돼 있다면 혼돈의 시기를 겪는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한다.


영유아기는 아이와 좋은 관계를 쌓기 참 수월한 때이다. 그맘때는 부모가 전지전능한 존재이고, 어린 아이의 요구라고 해 봤자 귀여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예민한 아이라 해도, 그래봤자 아이의 욕구 수준은 단순하다. 간식을 백개 먹겠다든지, 잠을 안 자겠다든지, 장난감을 사달라든지, TV를 계속 보겠다고 떼쓰는 정도. 들어줄 수 있는 만큼 들어주며 안 되는 건 일관되게 선을 그어 주면 된다. 욕구가 강한 아이일수록 원하는 것도 많을 뿐더러 쉽게 포기하지 않기에 이 과정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십대 청소년의 요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다. 학원을 안 가고 게임만 하겠다고 선언하든지, 여자친구와 여행 가겠다고 용돈을 왕창 달라고 큰소리를 칠지도 모른다. 그때 내가 아이의 좋은 세계에서 이미 퇴출돼 있다면 어떠한 조언도 할 수 없겠지. 그러므로 나는 아이가 어릴 때에 아이의 좋은 세계에 각인돼 놓는 것이 최고의 투자라고 생각한다. 한번 틀어진 관계는 회복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특히 마음이 여리고 예민한 아이는 부모의 말과 태도에 아주 민감하기에 주의해야 한다. 엄마도 사람이기에 때때로 실수하지만 잘 풀면 된다. 잘못한 건 사과하고, 오해한 건 설명하고, 감정 상한 것도 대화로 풀어낸다. 가정은 아이의 첫 사회이며, 부모는 아이가 맺는 첫번째 인간관계다. 자라나는 너에게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자고 다짐한다. 육아는 내게 일생일대의 중요한 프로젝트다. 기반을 잘 쌓아놓으면 점점 쉬워진다. 애써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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