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렌지색을 좋아한다.
요즘 한창 나는 과일, 귤의 색이기도 하다. 어젯밤 문득 ‘오렌지 색이 좋다’라는 생각을 거슬러가다,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내가 그 색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금은 사용하지 않지만, 나의 첫 이메일 아이디에도 ‘orange’라는 단어가 들어갔었다.
이십여 년 전 이맘때였다. ‘한메일 주소 있니?’라는 말을 인사처럼 건네던 시절이었다. 온라인 공간에서 이름이나 다름없는 이메일 주소를 정하기 위해 꽤나 고심하다 결국 머릿속에 ‘귤’이 떠오르는 바람에 그랬던 것 같다. 기말고사를 마치고 스키장에서 알게 된 그 아이에게 나의 첫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내가 귤을 좋아하기도 하고, 오렌지 색의 느낌을 좋아하기 때문이야’라고 말했던 기억을 떠올리자 웃음이 났다. 그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그 메일 주소를 떠올릴 때 기분이 좋았던 것만큼은 또렷이 생각난다.
얼마 전 ‘청소년 심리’와 관련된 강의를 듣다가 색 심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강사님이 준비해 오신 엽서 중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골라 색을 칠해보는 시간이었다. 나는 책상 위에 놓인 여러 장의 그림 중 여닫이 창문 아래 화분이 그려진 엽서를 골랐다. 그리고선 망설임 없이 노란색을 집어 들고 창가에 놓인 꽃을 칠했다. 두 번째 색을 고를 때는 파란색과 초록색 사이에서 꽤 오래 갈등을 했는데, 결국 시간의 제약 때문에 초록색을 골라 담쟁이를 칠했다. 그다음으로는 주황색, 오렌지색을 골라 주로 가운데 놓인 꽃들을 칠했다.
색 심리 전문가인 강사님은 제일 처음 칠한 색과 두 번째, 세 번째 칠한 색으로 심리와 감정상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저마다 다른 그림, 다른 색을 골라서 칠한 것도 신기했고, 그 색과 이야기가 잘 맞아떨어지는 것도 흥미로웠다.
그 날 내가 고른 세 번째 색 주황색은 즐거움과 재미를 상징한다고 했다. ‘삶은 즐거워야 해! 즐겁고 싶다.’라는 내 속마음을 고스란히 들켜버린 순간이었다.
그래서인지 아님 식탁 위에 가득 놓인 귤 때문인지, 요즘 들어 부쩍 오렌지 색이 좋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어렸을 때는 ‘난 초록이 좋아’라는 생각을 자주 했던 것 같은데 색에도 오묘한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 같아 나의 호기심을 자극하기도 한다.
하나의 오렌지 속에도 한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너무나 다양한 오렌지 색이 숨어 있다. 그 색 하나하나와 눈을 맞추는 기쁨이 오늘의 나를 행복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