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인도 부록: 델리, 매력적인 전통 시장을 찾아서
파울로 코엘료는 책 '흐르는 강물처럼'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다르게 여행하기'에 대해 몇 가지 팁을 전해준다.
그중에 하나가 박물관은 피할 것. 그 나라의 과거보다 현재에 충실하자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그 나라의 현재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장소는 어디일까? 나는 단연,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먹거리 문화까지 알 수 있다. 먹거리뿐일까 중간중간에 놀이시설 등을 보고 어떻게 오락을 즐기는지도 피부로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방콕에서 카오산로드며 짜뚜짝 시장을, 타이베이에서는 스린 야시장을, 베트남 호찌민의 벤탄시장, 다낭의 '한'시장을 그렇게 꼭 가고 싶어 하는 것이다. 단순히 쇼핑 이상의 것을 얻고 올 수 있는 문화의 총집합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2년 동안 살았던 델리에도 크고 번지르한 대형 쇼핑몰부터 1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로컬 시장까지 다양한 장소를 보는 맛이 있었다. 이 글은 여행기는 아니니, 내가 살았을 때 주로 가던 여러 시장을 소개하고 추천하고자 한다. COVID-19로 인해 누가 여행을 가? 하고는 안 써도 되는 글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나처럼 인도를 그리워하며 혹은 가까운 미래에 방문하기를 꿈꾸며 읽을 수 있는 글이기에 최대한 열심히 글을 작성해본다.
그래서 오늘은 델리의 매력적인 시장 다섯 군데를 소개하려 한다 ( 나열한 순서대로 초보자들이 쉽게 갈 수 있는 순, 그리고 여섯 번째로 갈수록 하드코어+ 고난도의 로컬 시장 순으로 나열했다)
내가 인도에서 근무할 때, 한국에서 출장자들이 오면 도대체 어딜 데려가야 할까 고민한다. 구르가온의 '사이버 허브'같은 '여기가 인도야? 여의도야?' 할 만큼 번쩍번쩍한 건물이 있는 곳도 좋지만 대부분 '인도스러운 장소'를 가시길 원한다. 그렇다고 정말 인도스런 장소를 데려가게 되면 쌍욕 먹을 일은 뻔하디 뻔하다. 무엇을 상상해도 그 이상이기 때문이다. 역주행하는 인력거들과 구걸하는 길가의 사람들, 그리고 지나다니는 병 걸린 개와 뿔 달린 소까지 악!
만약 당신이 처음 델리에 도착했다면, 혹은 델리에 온 친구나 가족들을 데려가고 싶다면 딜리 하트는 꽤 갈만한 장소이다. 이름마저 이쁜 이곳, 우리가 아는 하트(HEART)는 아니지만 추천한다. 왜냐고? 정부에서 '계획적으로 만든 시장' 이기 때문이다. 허가가 난 상점들만 입점할 수 있는데 어쩌면 야외박람회 혹은 인도의 플리마켓이다 라고 보면 좋겠다.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야 하는데 입장료는 약 50루피( 천 원 정도)로 비싸지 않다. 딜리 하트는 델리의 민속품 시장인데 아무래도 정부에서 엄선한 가게들만 들어와서 그런지 가격들은 다른 로컬 시장보다는 20퍼센트 정도 비싼 편. 하지만 덜 붐비고 덜 흥정해도 돼서 그런 피로감을 덜 수 있어서 너무 좋은 곳이다. 수공업 품이 많고, 또 문화예술 공연도 종종 하는 어찌 보면 시장+ 문화예술 콤플렉스 같은 시장이다.
팁, 시장 안에 있는 중국식 인도음식을 파는 레스토랑이 즐비해있는데, 꼭 양고기 모모(만두)와 과일 맥주 Fruit beer를 꼭 시키시길 바란다. 프룻 비어라 함은 사실 정말 맥주는 아니고 무알콜성 음료인데 달달하고 상큼한 것이, 여기에서 꼭 마셔야 하는 음료이다.
가로수길처럼 감각 있는 상점들이 입점되어 있는 칸 마켓. 이 곳을 가면 현지에 체류하는 서양 사람뿐 아니라 일본, 한국 주재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인도인들에게 칸 마켓 아냐고 물어본다면, 아 거기 엄청 비싼 시장?이라고 할 것이다. 칸 마켓은 사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특색 있는 편집샵들과 레스토랑, 카페들이 많다. 인도의 대표 화장품인 바이오티크, 포레스트 에센셜, 까마 아유르베다부터 인도의 패브릭 디자인 의류,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파브 인디아와 아노키가 입점되어있다. 프랑스 사람이 직접 오픈했다는 마카롱이 맛있는 베이커리부터 3층으로 된 갤러리 겸 카페도 있다.
하지만 한 번쯤은, 간단하게 오전에 쇼핑을 하고 2층 루프탑에서 브런치를 먹고 레게 음악이 흘러나오는 펍에서 맥주 한잔 할 수 있는 분위기 좋은 곳이다 델리에서 부촌 동네에 있는 마켓이니 한 번쯤 들려볼 만하다. 그래서 귀국 전에 여기에 들려서 선물을 사 가기는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비싸다는 것은 염두해놓고 방문해야 한다.
(사로지니 나가르는 내가 앞서 소개한 딜리 하트랑 멀지 않아서 거기에서 릭샤를 타고 금방 올 수 있는 거리라서 묶어서 오면 좋다)
소개한 다섯 곳의 시장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시장이다. 사로지니 나가르. 우리나라 남대문 시장처럼 없는 게 없는 시장. 규모도 크고 로컬 시장이지만 올드델리에 있는 시장처럼 완전 하드코어는 아니라서 인도에 어느 정도 살았다고 하면 도전할 만하다. 사로지니 나가르는 여성의류가 많은데 중고도 섞여 있으니 잘 살펴서 구매해야 한다. 걸어 다니면 나처럼 20-30대 여성도 꽤 많이 볼 수 있다. 근처에 바로 큰 쇼핑몰도 있지만, 사로지니 나가르만의 매력이 있어서 젊은 층도 자주 찾는 시장 같다. 이곳에서는 여성의류부터 이불, 주방용품뿐 아니라 과일 야채 등등 없는 게 없어서 개인적으로 인도에 처음 집을 얻어 살 때 사로지니 나가르에 자주 방문해, 집안 곳곳의 인테리어 제품들을 꽤 많이 구매했다. 현지인들도 손에 꼽는 시장이니, 꼭 방문하기를 추천한다.
여행자의 거리 하시면 대부분 방콕의 '카오산 로드'를 떠올리시겠지만, 카오산 로드의 모델이 바로 델리의 빠하르 간지이다. 빠하르 간지는 인도의 여행자 거리로 환전소, 저렴한 숙소, 여행 에이전시 등이 모여져 있다. 빠하르간지 3분 거리에 델리 기차역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여행자의 거리로 발전했다. 그래서 아마 인도에 여행 오셨던 분들이라면 빠하르 간지. 다들 아실 것이다. 대부분의 여행객들은 델리를 in/out의 목적으로만 들리시고 굳이 따로 여행을 하지 않으니 델리= 빠하르간지의 이미지로 떠오르실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많이 안타깝다. 왜냐하면 빠하르 간지는 인도 사람들도 잘 안 가는 로컬 중의 로컬인 곳이다.
인도 친구들에게 "빠하르간지 갈 거야" 하면 "거기 위험한 곳을 왜가? 여행객만 가는 곳이야 가지 마" 한다. 실제적으로 사기꾼도 많고 마약거래도 종종 된다고 하니 웬만하면 빠하르간지에 머물지 않기를 권하는 바이다. 하지만 구경하러 가기에는 '한 번쯤'은 좋다. 특히 한인 카페와 식당도 여러 곳 있으니 한국사람들과 여행정보를 교환하고 친해지기도 쉽다. 하지만,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진 마시길!
과거 무굴제국부터 이어져온 아주 전통 있고 뼈대 있는 시장인 찬드니 촉. '찬드니 촉'은 과거의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올드델리 지역에 위치해있다. (위에 추천한 사로지니 나가르, 딜리 하트 등은 뉴델리에 위치) 하지만 한국인인 우리가 가기엔 헤비메탈급의 혼돈의 카오스 중에서도 카오스인 시장이다. 네이버에 찾아보니 '델리에서 가장 활기찬 시장'이라고 표현했는데 아주 정제해서 표현한 것 같다. 아마 인도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사이클 릭샤'와 사람, 소와 개, 수많은 먼지가 뒤엉켜져 있는 거리의 모습을 상상하진 않는지. 그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방문하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 하면서 멍해진다. 나도 델리 생활 1년이 지나 도전했음에도 불구, 정말 혼이 나갈 정도로 정신이 없었다. 관광객은 거의 없고 대부분 현지인이 애용하는 시장이다. (가끔 나처럼 호기심 많은 서양 관광객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주 진~한 인도스러움 덕에 사진을 찍을 때마다 작품사진이 되는 곳. 향신료부터 장식품, 꽃시장부터 규모가 엄청 크니 하루에 다 돌아보기도 힘들다.
만약 여기를 방문했다면 팁을 드리자면, 힘든 와중에도 꼭 이 가게를 방문해야 한다. 넥플릭스에서도 나왔던 'Karim 레스토랑'이다. 실제로 여러 군데 분점이 있지만 본점이 바로 이 찬드니촉에 있다. 대표적인 무굴 요리 방식 그대로 이어져온 정통 레스토랑이니 여기에서 카레와 난, 탄두리 치킨을 먹으면 맛있다. 엄청난 인기로 사람이 바글바글거려서 정신이 없을 수는 있지만, 몇 백 년 된 전통 있는 식당에서 먹으려면 감수해야 하겠다.
그 외에도 라지 팟 나가르, 자나카 푸리, 까롤박 등 다양한 로컬 시장이 더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고 자주 갔던 시장을 추천했다. 이 전에 글들만 보면 '인도 오지 마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아서 오해를 풀고자 하는 마음에 적는 글. 다음에는 인도 델리의 길거리 음식들을 소개하고자 하니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