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DS Nov 18. 2023

왜 기다리는 것일까?

오늘도 이혼할 남편의 귀가를 기다린다.

이혼 확인기일을 기다리며 아직은 한 식구로써 보내야 하는 주말만큼 헛헛한 게 있을까.


외로움을 많이 타는 나는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 사람이라, 결혼뿐만 아니라 결혼 전의 연애 때에도 항상 집에 사람을 들이곤 했다. 잠깐 연애를 쉬었던 적은 단 10여 개월 정도. 배운 게 많았던 시기라 뒤돌아 생각하면 항상 그리워하는 때임에도, 그마저를 견디지 못해 지금의 남편을 홀라당 만났더랬다.


결혼은 더 홀라당 해버렸다. 가끔 보면 건너 건너 들리는 소식에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결혼했다더라 하는 사람들을 보며 와 정말 대단하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항상 나와는 거리가 먼 방향이라고 자부하고 있었는데 웬걸. 만난 지 몇 개월 만에 결혼식은 아니었지만, 혼인신고를 홀라당 4개월 만에 해버렸더랬다. 무슨 대단한 로망이라고 만난 지 1년이 되는 날짜를 어렵사리 맞추고, 그에 맞는 결혼식장들을 찾고 찾아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된 듯 식을 올렸다.


돌이켜보면, 일단 살아보고 하는 것이라는 사람들의 말과, 또 실리적으로는 청약이다 뭐다 해서 일부러 혼인신고를 안 하고 사는 사람들이 태반인데 우리는 딱 시대에 역행하는 모습이었다.

‘우린 절대 그럴 일 없어. 소득도 애매하니 그냥 벌어서 집사지 뭐!’ 하는 정말 우매하기 짝이 없는 생각을 하며, 때때로는 속으로 슬쩍 우월감 마저 갖었더랬다.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행동을 했는지, 지금이면 돌아가서 등짝이라도 시원하게 한대 날려주고 싶지만 그때는 그렇게라도 가족을 갖고 나니, 딱 맞지는 않는 돌덩이라도, 한없이 줄줄 새고 있는 외로움이 틀어막아진 듯했다.


돌이켜 생각한들 무엇하랴. 앞으로 나아가야지. 하지만 그마저도 녹록지 않을는지, 곧 이혼할 남편의 귀가를 기다린다.


좋았던 때에는 둘 다 나체로 타잔과 제인처럼 춤도 춰보고 같이 샤워도 여러 날 함께 했지만, 지금은 샤워하려고 훌훌 옷을 벗어던지기도 민망해서 불편하고, 필요한 게 있어 그가 틀어박혀 있는 방으로 들어가야만 할 때는 그렇게 시선 둘 곳이 없는, 서로가 있는 공간에서는 말 한마디가 오고 가지 않는 공허한 관계임에도 나는 자꾸 그의 귀가를 기다린다.


갈 곳도 딱히 없을 텐데 어디로 갔을까,

나는 돌아갈 친정이 없는데,

원가족이 있는 본인만의 집으로 갔을까,

그렇게 좋아하는 쇼핑을 하러 갔을까,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더라면

우린 어떤 주말을 보냈을까,

밥은 먹었나..

하는 생각들이 강아지 털을 빗어주다가도, 함께 보며 깔깔대던 예능을 보다가도, 운전을 하다가도, 머리를 감다가도 불쑥불쑥 난다.


정말 그만 기다려도 될 텐데.


그게 마음처럼 쉬웠더라면

아마 여기까지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씁쓸한 맛의 생각이 또 느껴져 억지로 생각을 그만둔다. 오늘은 맥주대신 위스키를 두어 잔 마셔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그만하고 싶은데 살아보고도 싶을 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