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 + 새로운 1년
얼바인에서 1년 6일째 살고 있다. 얼바인에서 지내는 일상을 기록하려고 마음먹은 지 일 년이 지나도록 한 글자도 쓰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지내다 이곳 생활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진 채 한국에 돌아갈 거 같아 이제야 실행에 옮긴다. 지난 1년의 추억과 함께 지금부터 살아갈 1년을 기록한다.
8월의 가장 큰 이슈는 '새 학년 시작'이다. 6월부터 시작된 긴 여름 방학이 드디어 끝나고 아이들이 학교에 가기 시작하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나 역시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 둘 다 이번에 새로 학교를 옮기게 되었는데, 큰 아이는 middle school에 입학했고, 둘째는 전에 다녔던 ELD class를 마치고 누나가 다녔던 home school로 돌아왔다. 아이들이 나이 차이가 있다 보니 학교 스케줄도 다르고,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둘이 서로 다른 학교에 다니느라 아침, 오후에 등하교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다. 그나마 다행인 건 아이들이 힘든 엄마를 위해(?) 도시락을 싸가지 않겠다며 작년 초반에 2~3주를 제외하고는 학교에서 주는 급식을 먹고 온다.
지난주에는 Back-to-school-night(BTSN)이 있었다. 중학교에서는 부모가 아이의 시간표를 들고 시간표 순서대로 교실을 찾아가 선생님을 만나고 수업에 대한 소개를 듣는다. 아이들마다 스케줄이 달라 점심시간에만 친한 친구를 만나고, 수업 시간에는 또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고 사귀어야 한다. 나는 10분씩 각 선생님 설명을 영어로 듣는데도 집중하기 어렵고 다 이해하지도 못했다. 아이는미국 오자마자 서툰 영어로 6학년 적응하느라 고생하고, 이번에는 7학년이 되어 공부와 친구 관계, 학교 생활 등 더 힘들텐데도 적응해나가는 걸 보니 대견스럽다.
초등학교의 BTSN은 작년에도 경험해봐서 특별하진 않았다. 사실 꼭 가야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학교 생활에 익숙해졌으면 해서 웬만하면 학교 행사는 다 참석하려고 했다. free ice cream도 먹고, school t-shirt도 구입하고, book fair 구경을 하고 금방 집에 돌아왔다. 둘째는 성격상 금방 새 학년에 적응하지 못하고 아직은 친구 사귀길 힘들어해서 나 역시 마음이 힘들다. 학교 생활은 어땠는지 아이에게 물어보기가 조심스럽다. 어떤 때는 울기도 하고, 화내기도 하고 다 이야기하고 싶어 하지 않아 나는 눈치만 보거나, 아이의 기분이 좋아 보일 때 슬쩍 물어볼 뿐이다. 아이가 작년에 힘든 일을 많이 겪어서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같이 힘들었는데, 올해는 좋은 친구를 만나서 3학년을 재밌게 보내고 한국에 행복한 추억을 많이 가져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내 마음 한편이 계속 불안하다.
물론 최근 다른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고 생활에도 많은 변화가 있어 걱정과 불안함에 최근 계속 밤잠을 설친다. 그래도 작년에 막 왔을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별 일도 아니라며 애써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 노력한다.